이름 없는 사이

07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잠에서 깼다

눈앞에는 알몸으로 깊은 잠에 빠진
남자의 뒷통수가 보였다

피부 위로 선명히 느껴지는 이불 감촉에
불현듯 이불을 들춰보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내 몸이 드러났다

떨리는 손으로 남자를 흔들어 깨우자
남자는 찡그린 얼굴로 뒤척였다


“ 이민호..? ”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 일찍 일어났네.. ”


민호는 잠긴 목소리로 겨우 한 마디 내뱉고는
다시 잠을 청했다

황당한 광경에 볼을 꼬집어 보았지만
원하던 바와는 달리 꿈이 아니었다

침착하게 어제의 기억을 더듬었다

순간 스쳐 지나가는 기억에 정신이 번뜩 났다

후회 안 하겠냐는 민호의 말과
그 이후로 몸을 섞었던 기억들

흐릿한 기억의 조각들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밥을 앞에 두고도 도저히 넘어가질 않았다

민호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무지 태연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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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마른 듯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들이키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민호의 눈이 나로 향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눈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어제 나를 바라보던 그 눈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자꾸만 흐릿한 어제의 기억과
마주 앉은 그 얼굴이 겹쳐 보였다

혼란스러움과 왠지 모를 불편함이 뒤섞여
당장이라도 게워낼 듯 속이 울렁거렸다

식사 시간 내내 어색한 공기만이 부엌을 흘렀다

식기가 부딪히는 소리만 날 뿐
어떠한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음식을 씹어 삼키는 아주 작은 소리마저
크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등 위로 차갑게 흐르는 식은땀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식사가 끝난 후 담배를 물고 베란다로 향했다

담배에 불이 붙자마자 따라나온 민호는
말없이 그저 곁을 지켰다

바람을 따라 얼굴 앞으로 불어오는 연기에
손을 휘저을 뿐이었다

빨아들일 때마다 붉게 타들어가며 짧아지는 꽁초에
손이 약간 뜨거웠다

혹여나 어제의 기억을 되물을까 두려워
절반 정도 남은 담배를 비벼 끄곤 자리를 떴다

베란다에 홀로 남은 민호는 곧바로 들어오지 않고
같은 자리에서 몇 분가량 폰을 만지작거렸다









행거에 걸려 있던 블라우스 한 장을 꺼내 들었다

단추를 하나씩 잠그며 생각했다

민호도 어제 일은 실수라고 생각을 하겠지,
만약 아니더라도 친구니까 눈 감아 주겠지

주문을 걸 듯 속으로 되뇌이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마치 나쁜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달궈진 고데기로 머리를 펼 때도,
반짝이는 립글로스를 입술 위에 얹을 때도

어제 일이 생각날 때마다 스스로를 속였다

어차피 민호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밤을 보냈을 거라며
몇 번을 되뇌이고 또 되뇌었다

꾹 다문 입술을 떼어내자
투명한 립글로스가 가느다랗게 늘어졌다









신발장으로 향하던 중 
쪼그려 앉아 신발끈을 묶던 민호와 마주쳤다


“ 1교시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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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응 “


어색함이 잔뜩 묻은 얼굴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헐렁한 맨투맨 사이로
빨갛게 남은 자국이 살짝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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