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 직후의 민호는 좀비처럼 안방으로 기어가
한참을 자다가 부스스한 머리를 하고 나왔다
거실로 나와서는 피곤해 죽겠다며 투정을 부렸지만
본인 집으로 돌아가기는 커녕
서늘한 소파에서 달콤한 잠을 이어갔다
민호가 깊은 잠에 빠진 사이에
설거지와 온갖 집안일을 끝냈다
청소기 소리에 잠시 몸을 꾸물거리더니
드디어 무거운 머리를 일으켰다
퉁퉁 부은 얼굴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봤다
“ 혈당 스파이크라기엔 너무 푹 잔 거 아니냐? ”
“ .. 으응… 피곤했나 봐.. ”
흘러내린 소매를 다시 걷어올렸다
소파에 등을 대고 털썩 앉으니
누워 있던 민호는
곧바로 상체를 일으켜 세우고 눈을 비볐다
외출 준비를 끝내고 신발장으로 향했다
빨리 준비하라는 다그침에
눈만 비비고 있던 민호도 금방 준비를 끝냈다
이상하게 출근 전 집 밖을 나서면
어떤 핑계를 댈지부터 생각하게 됐다
몸살 때문에 출근이 힘들다고 할까,
집에 일이 생겼다고 할까
어차피 출근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머릿속으로는 온갖 핑계들로 가득했다
도착한 가게는 무척 분주했다
픽업대에는 밀린 음료들이 한가득이었고
알바생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가게 분위기를 파악한 나와 민호는
급하게 탈의실로 달려가 환복을 했다
“ 언니, 이제 퇴근하세요 ”
“ 어, 고맙다.. ”
언니는 땀이 송글송글 맺힌 이마를 한 번 닦고는
탈의실로 향했다
밀린 주문은 어마무시했다
배달 4개, 홀 7개
빌지를 보자마자 급히 샷을 내렸다
출입문 앞에는 메뉴를 기다리고 있는
배달 기사님들이 줄줄이 서 있었다
” 배달 곧 나오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
“ 219번 손님~ 주문하신 아이스 카페라테 나왔습니다 ”
두 목소리가 겹쳐 들렸다
민호는 카운터와 음료 제조를 맡았고
나는 배달 포장과 트레이 세팅을 맡았다
나와 민호 둘이 쳐내기엔 너무나 많은 주문이었지만
손이 빠른 민호 덕에 금방 메뉴를 뺄 수 있었다

“ 네, 어떤 거 주문하시겠어요? ”
“ 아이스 초코라테 하나랑 그쪽 번호도 좀 주세요 “
갑작스러운 플러팅 멘트가 들리자
나도 모르게 눈이 카운터 쪽으로 향했다
시선 끝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민호와
자그마한 여자가 있었다
예쁘다고 생각했다
작은 키에 갈색 단발머리를 한
뽀얀 여자가 동그란 눈으로 민호를 올려다 보았다
‘ 복숭아 같다.. 번호 주려나? ‘
순간 이상한 감정이 훅 끼쳤다
“ 아뇨, 여자친구 있어요 ”
예상을 빗나간 답변에 깜짝 놀랐지만
티를 내지 않으려 고개를 휙 돌렸다
여자는 그 말을 듣고 창피한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 드시고 가세요? ”
“ 아.. 아뇨! 가지고 갈게요 ”
“ 4500원입니다, 앞쪽에 카드 꽂아주세요 ”
계산을 마치고 도망가듯 급히 화장실로 향한 여자는
음료가 나올 때까지 화장실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 야, 뭐야~? 왜 번호 안 줬어? ”
“ 내 스타일 아니야, 화장 떡칠했더라 ”
“ 너 저런 스타일 좋아하지 않아? 귀엽던데 ”
내심 기분이 안 좋았다
민호가 저 여자에게 번호를 준 것도,
살갑게 웃어준 것도 아닌데
분명 민호의 차가운 말투와 얼굴을 보았지만
이상한 감정이 속을 휘저었다
’ 여자들이 좋아할 얼굴인가..? ‘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따가운 시선을 느꼈는지
라테나 만들라며 두루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