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 제 아내가 되어주세요.

EP.3

다음 날 오전.

SH그룹 본사 대표실.

김실장은 두꺼운 서류철 하나를 성호 앞에 내려놓았다.

김실장 "어제 말씀하신 분 조사 결과입니다."

성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 서류를 넘겼다.

이름 : 김여주, 25세.

계약직 디자이너.

현재 계약 종료 예정.

부친은 심장 질환으로 입원 중.

수술이 시급하지만 병원비가 부족한 상황.

빚도 적지 않았다.

성호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천천히 읽었다.

김실장 "더 알아보니 평판도 좋습니다. 주변에서도 성실하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

"다만 지금 상황이 많이 어렵습니다."

성호는 서류를 덮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짧게 말했다.

성호 "...만나죠."

김실장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직접 말씀이십니까?"

성호 "네."


같은 시각.

여주는 병원비 마련을 위해 하루 종일 이력서를 넣고 있었다.

벌써 열세 번째.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하나같이 같았다.

'경력자를 우대합니다.'

'채용이 마감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휴대폰을 내려놓은 서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주 "...여보세요?"

김실장 "김여주 씨 맞으십니까?"

"네."

"SH그룹 대표이사 박성호 대표님께서 잠시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

"...네?"

여주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혹시 장난전화인가요?"

김실장 "아닙니다."

여주 "제가... SH그룹 대표님을 왜요?"

김실장 "직접 만나시면 설명드리겠습니다."


한 시간 뒤.

서울 강남의 조용한 호텔 라운지.

여주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들어섰다.

창가 자리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

어제 호텔에서 부딪혔던 바로 그 사람.

성호였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은 채 차분히 말했다.

성호 "앉으세요."

여주는 조심스럽게 맞은편에 앉았다.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결국 여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여주 "...무슨 일 때문에 저를 부르신 건가요?"

성호는 돌려 말하지 않았다.

그의 성격답게 본론부터 꺼냈다.

성호 "김여주 씨."

여주 "...네."

성호 "계약결혼에 관심 있으십니까?"

"...?"

여주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여주 "...죄송한데..."

"...제가 잘못 들은 거죠?"

성호 "아니요."

"..."

"계약결혼을 제안드리는 겁니다."

몇 초 동안 여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게 현실인가.

몰래카메라인가.

별별 생각이 다 스쳐 지나갔다.

여주 "...왜 저죠?"

성호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성호 "저는 1년 안에 반드시 결혼해야 합니다."

"..."

"김여주 씨는 돈이 필요하고요."

"..."

"서로 필요한 걸 얻자는 겁니다."

너무 담담한 말이었다.

마치 중요한 계약서를 설명하는 것처럼.

성호는 준비해 온 봉투를 그녀 앞으로 밀었다.

안에는 계약서와 함께 금액이 적힌 서류가 있었다.

계약금 10억 원.

그리고 병원비 전액 지원.

생활비 지급.

별도의 위자료 보장.

여주의 손끝이 떨렸다.

"...10억이요?"

성호 "부족하면 조정 가능합니다."

"..."

"조건은 단순합니다."

성호는 계약서를 넘기며 차분히 읽어 내려갔다.

성호 "결혼 기간은 1년."

"공식 석상에서는 평범한 부부처럼 행동."

"사생활은 서로 존중."

"필요하지 않은 스킨십은 하지 않습니다."

"1년이 지나면 합의 이혼."

"..."

"이혼 후에도 비밀은 유지."

여주는 계약서를 바라보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여주 "...대표님."

성호 "네."

여주 "이런 조건이면... 다른 사람도 많았을 텐데요."

성호는 잠시 생각하다 솔직하게 말했다.

성호 "맞습니다."

"..."

"하지만 저는 사람을 믿지 않습니다."

"..."

"돈 때문에 접근하는 사람은 더더욱."

여주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그 말을 알아챈 성호는 곧바로 덧붙였다.

성호 "김여주 씨를 믿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

"다만 조사해 보니 최소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여주는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참 이상한 사람이었다.

좋은 말을 하는 것 같다가도 꼭 마지막에 분위기를 깨뜨렸다.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창밖으로 저녁노을이 번지고 있었다.

여주는 계약서를 바라봤다.

아버지.

병원비.

사라진 직장.

그리고 앞으로의 현실.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여주 "...생각할 시간을 조금만 주시면 안 될까요?"

성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호 "물론입니다."

"..."

"하지만 오래는 드릴 수 없습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성호 "김여주 씨."

여주도 고개를 들었다.

성호 "전 결혼 상대를 찾는 게 아닙니다."

"..."

"같은 목표를 가진 계약 상대를 찾는 겁니다."

그 말을 남긴 성호는 조용히 라운지를 떠났다.

혼자 남은 여주는 계약서를 품에 안은 채 한참 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의 선택 하나가, 앞으로 1년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게 될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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