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연 단편 모음

오직 우리만의 수어

따스한 오후의 햇살이 거실 유리창을 통해 가득 흘러들어와, 나무 라미네이트 바닥을 밝고 포근한 빛으로 물들인다. 나는 소파 위의 커다란 쿠션에 몸을 비스듬히 기댄 채 다리를 쭉 뻗고 앉아, 소파 계단 옆에 놓인 작은 발 받침대를 바라보고 있다. 내 맞은편 카펫 위, 강아지 매트 바로 근처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는 사람은 찬연이다. 그는 헐렁하고 편안한 맨투맨을 입고 있는데, 부드러운 어두운 머리카락이 투명한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동안 우리 작고 조그만 유기견 출신 강아지가 맨 아래 계단에서 얌전하게 기다리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초록불 기다리고 있네." 찬연이가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그의 깊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가 조용한 방 안을 부드럽게 울리며 다정하고 맑게 와닿는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녀석의 마른 몸집을 내려다본다. "올라와도 돼, 아가."

내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녀석은 발 받침대 위로 잽싸게 훌쩍 뛰어오르더니, 그걸 작은 다리 삼아 소파 쿠션 위로 곧장 총총 걸어온다. 녀석은 내 옆을 그대로 지나쳐 주변을 두 바퀴 돌고는 찬연이의 무릎 위로 툭 쓰러지듯 안겨, 그곳에 놓인 푹신한 쿠션을 단숨에 차지해 버린다. 찬연이가 숨 가쁜 큰 웃음을 터뜨리고, 그의 차분한 눈꼬리가 잘게 접힌다. 황금빛 오후 햇살 아래에서 그의 잘생긴 얼굴 가득 번지는 순수한 온기가 완벽하게 빛을 발한다.

"나 이제 공식적으로 인간 강아지 침대가 된 것 같네." 그가 장난스럽게 받아치며,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시선 속에 짓궂은 불꽃이 피어난다.

"누가 머리 마사지 제일 잘해주는지 찰떡같이 아는 거지." 편안하게 누운 상태에서 자그맣고 키득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반박한다.

찬연이가 녀석의 등 위로 커다랗고 따뜻한 손을 쓸어내리며, 긴 손가락을 부드럽게 움직여 귀 뒤쪽을 느릿하게 마사지해 준다. 조그만 우리 강아지는 이 관심이 마음에 드는 듯 고개를 뒤로 길게 빼며 온몸을 그의 손바닥에 밀착해 온다.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녀석의 눈꺼풀이 무거워지더니 이내 잠 속으로 빠져들고, 규칙적이고 부드러운 코고는 소리를 내며 찬연이의 청바지에 기댄 작은 발을 아주 조금씩 꿈틀거린다.

찬연이가 쿠션 위에서 무게 중심을 매끄럽게 옮기며, 그의 넓은 어깨가 내 어깨에 단단히 밀착될 때까지 내게 가까이 다가와 자신의 든든한 체구를 내 바로 옆에 고정시킨다. 그가 왼손을 들어 올리더니, 오직 우리 둘만을 위해 준비된 비밀스러운 메시지인 사랑이라는 고요한 형태의 수화를 내 눈앞에서 부드럽고 우아한 동작으로 그려낸다. 그러고는 담요 위에 놓인 내 손 위로 자신의 펼친 손바닥을 평평하게 얹고는, 우리의 손이 안전하고 보호받는 느낌으로 단단히 맞잡힐 때까지 내 손가락 사이로 자신의 손가락을 느릿하게 밀어 넣는다.

"이렇게 몇 시간이고 계속 여기 있을 수 있어." 그가 달콤하게 속삭인다. 그의 목소리가 우리만의 소중한 톤으로 낮아지며 우리 사이의 작은 빈틈을 깊은 안정감으로 가득 채운다. 그는 맞잡은 우리의 손을 내려다보고, 내 손가락을 살며시 쥐며 그의 이목구비 사이로 부드럽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오후의 고요한 정적이 우리만의 비밀스러운 비눗방울을 완전히 감싸 안는 동안, 내가 그의 곁에 완벽하게 안착해 있음을 느끼게 하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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