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연 단편 모음
오직 우리만의 수어

정화랑
2026.09.01Vues 3
"초록불 기다리고 있네." 찬연이가 나직하게 중얼거린다. 그의 깊고 울림이 있는 목소리가 조용한 방 안을 부드럽게 울리며 다정하고 맑게 와닿는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녀석의 마른 몸집을 내려다본다. "올라와도 돼, 아가."
내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녀석은 발 받침대 위로 잽싸게 훌쩍 뛰어오르더니, 그걸 작은 다리 삼아 소파 쿠션 위로 곧장 총총 걸어온다. 녀석은 내 옆을 그대로 지나쳐 주변을 두 바퀴 돌고는 찬연이의 무릎 위로 툭 쓰러지듯 안겨, 그곳에 놓인 푹신한 쿠션을 단숨에 차지해 버린다. 찬연이가 숨 가쁜 큰 웃음을 터뜨리고, 그의 차분한 눈꼬리가 잘게 접힌다. 황금빛 오후 햇살 아래에서 그의 잘생긴 얼굴 가득 번지는 순수한 온기가 완벽하게 빛을 발한다.
"나 이제 공식적으로 인간 강아지 침대가 된 것 같네." 그가 장난스럽게 받아치며, 나를 올려다보는 그의 시선 속에 짓궂은 불꽃이 피어난다.
"누가 머리 마사지 제일 잘해주는지 찰떡같이 아는 거지." 편안하게 누운 상태에서 자그맣고 키득거리는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반박한다.
찬연이가 녀석의 등 위로 커다랗고 따뜻한 손을 쓸어내리며, 긴 손가락을 부드럽게 움직여 귀 뒤쪽을 느릿하게 마사지해 준다. 조그만 우리 강아지는 이 관심이 마음에 드는 듯 고개를 뒤로 길게 빼며 온몸을 그의 손바닥에 밀착해 온다. 몇 분도 채 되지 않아 녀석의 눈꺼풀이 무거워지더니 이내 잠 속으로 빠져들고, 규칙적이고 부드러운 코고는 소리를 내며 찬연이의 청바지에 기댄 작은 발을 아주 조금씩 꿈틀거린다.
찬연이가 쿠션 위에서 무게 중심을 매끄럽게 옮기며, 그의 넓은 어깨가 내 어깨에 단단히 밀착될 때까지 내게 가까이 다가와 자신의 든든한 체구를 내 바로 옆에 고정시킨다. 그가 왼손을 들어 올리더니, 오직 우리 둘만을 위해 준비된 비밀스러운 메시지인 사랑이라는 고요한 형태의 수화를 내 눈앞에서 부드럽고 우아한 동작으로 그려낸다. 그러고는 담요 위에 놓인 내 손 위로 자신의 펼친 손바닥을 평평하게 얹고는, 우리의 손이 안전하고 보호받는 느낌으로 단단히 맞잡힐 때까지 내 손가락 사이로 자신의 손가락을 느릿하게 밀어 넣는다.
"이렇게 몇 시간이고 계속 여기 있을 수 있어." 그가 달콤하게 속삭인다. 그의 목소리가 우리만의 소중한 톤으로 낮아지며 우리 사이의 작은 빈틈을 깊은 안정감으로 가득 채운다. 그는 맞잡은 우리의 손을 내려다보고, 내 손가락을 살며시 쥐며 그의 이목구비 사이로 부드럽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오후의 고요한 정적이 우리만의 비밀스러운 비눗방울을 완전히 감싸 안는 동안, 내가 그의 곁에 완벽하게 안착해 있음을 느끼게 하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