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연 단편 모음

프레임 밖의 비밀

“우리 둘만의 첫 여행이라니 진짜 좋다.” 침대에 나란히 걸터앉아 찬연의 어깨에 팔을 감으며 작게 웃었다. “시작은 우연히 찾아온 사고 같았지만 말이야.”

찬연이 고개를 살짝 돌려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눈빛 속에 담긴 깊고 아늑한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도 그래. 근데 방이 예보보다 훨씬 더 더워진 건 미안하네.”

“어쩔 수 없지 뭐.” 가볍게 으쓱하며 그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아쉽지만 목에 감았던 팔을 풀었다.

막 뒤로 물러서려는데, 고요한 방 안에 명랑한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려 퍼졌다.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본 찬연의 얼굴에 현진의 영상통화인 걸 확인하자마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 눈치를 챈 내가 그가 통화를 수락하기 전에 카메라의 넓은 화각에서 완전히 벗어나도록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어, 현진아! 어떻게 지내?” 찬연이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을 들어 올렸다.

“말도 마, 진짜.” 수화기 너머로 친구의 깊고 극적인 한숨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같이 못 가서 아직도 너무 아쉬워 죽겠다. 일 터지는 거 형도 알잖아. 근데 우리 쪽은? 같이 가긴 한 거지?”

“어, 여기 있어.” 찬연이 내 쪽으로 가볍게 고개를 돌리며 아주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러더니 마치 나를 부르러 다른 방으로 가는 척 연기를 하며 침대 반대편으로 걸어가다가, 순식간에 발을 돌려 내 손목을 부드럽게 낚아채고는 바로 옆 매트리스 위로 장난스럽게 다시 끌어당겼다. “찾았다!”

“앗!” 찬연의 어깨에 내 어깨를 툭 부딪치며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들며 웃었다. “못 와서 진짜 아쉽다. 여기 분위기 엄청 좋은데. 지금은 좀 심하게 덥지만.”

화면 속 현진이 카메라 쪽으로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장난스레 눈을 가늘게 떴다. “잠깐만, 거기 에어컨 안 나와? 얼굴이 벌써 녹아내릴 것 같은데?”

“괜찮아, 기계가 아직 제대로 안 돌아가서 그래.” 찬연이 입술을 살짝 밀어 올리며 부드럽게 웃으며 대신 대답했다.

두 사람이 일터에서 벌어진 난장판에 대해 한참 빠른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침실의 텁텁하고 무더운 공기는 점점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입고 있는 두꺼운 티셔츠는 꼭 담요처럼 느껴졌고, 바지 원단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나 안 되겠다. 옷 좀 갈아입어야겠어.” 작게 투덜거리며 다시 프레임 밖으로 빠져나왔다. “괜히 두꺼운 바지를 입었나 봐. 이 티셔츠도 날씨에 비해 너무 두껍고. 금방 갈아입고 올게.”

서랍장 쪽으로 걸어가 서랍을 열고 가벼운 옷을 찾아보았다. 서랍 안을 이리저리 뒤적이다가 가벼운 민소매 탑과 편안한 반바지를 꺼냈다. 오직 더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만 집중하느라 내가 어디에 있는지는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 팔을 교차해 두꺼운 티셔츠 자락을 잡고 머리 위로 훌렁 벗어내렸다.

현진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듣고 대답하는 찬연의 낮은 목소리 외에는 방 안이 부드러운 침묵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옷이 얼굴을 벗어나 머리카락이 제자리로 내려앉은 바로 그 순간, 중간에 말을 이어가던 찬연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을 때, 찬연은 나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현진과의 대화는 까맣게 잊어버린 듯했다. 그의 눈 속에 숨김없는 애정이 짙게 고여 들었다. 에어컨 고장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오직 나만을 향한 다정한 온기가 눈빛에 담겨 있어 순간적으로 심장이 쿵 내려앉으며 갈비뼈 사이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부끄러움에 뺨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뭘 그렇게 봐?" 숨이 막힐 것 같은 그의 강렬한 시선을 깨뜨리려 베시시 웃으며 물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손에 쥐고 있던 두꺼운 티셔츠를 뭉쳐 그를 향해 툭 던져버렸다.

"니 보지, 당연히." 찬연이 나지막이 웃었다. 그의 손이 날아오는 옷을 얼굴을 가리기 직전에 탁 잡아냈고, 그는 옷을 침대 옆 바닥으로 툭 던지며 잔잔하게 미소 지었다.

"잠깐만... 방금 그 눈빛 뭐야? 둘이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건데?" 화면 너머로 현진의 목소리가 불쑥 튀어나오며 방 안에 번지던 고요하고 로맨틱한 분위기를 와장창 깨뜨렸다. 화면 속 친구는 찬연의 숨길 수 없는 사랑 가득한 표정과 날아다니는 빨랫감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는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숨이 멎은 듯 어색한 웃음이 터졌고, 찬연은 귀끝이 붉어진 채 뒷머리를 긁적였다.

"뭐... 들켰네." 찬연이 목소리 톤을 한층 더 낮추며 나지막하고 다정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휴대폰 화면을 보지 않았다. 대신 팔을 뻗어 내 손가락을 살짝 스치더니 이내 내 손목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는 나를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 "지낸 지 조금 됐어. 아직 아무한테도 말 안 한 것뿐이야."

현진의 표정이 순식간에 커다란 놀림기로 가득 찼다. "어라? 그럼 거기 방이 진짜 두 개 맞아? 아니면 너네...?"

"아, 시끄러워!" 나는 찬연의 무릎 위로 몸을 기울여 휴대폰 화면을 향해 장난스레 손을 휘둘렀다.

"우리 이제 끊는다." 찬연이 어깨를 들썩이며 낮게 웃더니 휴대폰을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멀찍이 치웠다. "남은 근무 힘내라."

"그래, 그래, 아주 보기 좋으십니다, 닭살 커플들." 현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낄낄거렸다. "좋은 시간 보내라!"

통화가 뚝 끊겼다. 찬연은 바깥세상의 소음을 완전히 지워버리듯 휴대폰을 협탁 위로 툭 던졌다. 방 안의 텁텁했던 더위는 어느새 사라지고, 그가 내 곁으로 바짝 다가앉자, 그에게서 느껴지는 든든하고 편안한 무게감이 공간을 채웠다. 그는 긴 팔로 내 허리를 감싸 안아 숨 쉴 틈도 없이 나를 자신의 가슴팍으로 완전히 끌어당겼다.

몸을 숙인 그가 내 관자놀이에 입술을 꾹 누르자, 따스한 숨결이 닿아왔다. "우리 낮잠 자자." 그가 머리카락에 대고 속삭이며 손가락으로 내 팔을 다정하게 쓸어내렸다. "그러고 나서 이따가 날 좀 선선해지면 바닷가 오래 걸을까? 어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러운 한숨과 함께 그의 품에 완전히 녹아들었다. 내 머리가 그의 일정하고 차분한 심장박동 위로 살포시 얹어졌다.

Historias en tendencia aho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