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탯재/ 태잔 명재현] 낯선 서울, 너와 같은 방

낯선 서울, 너와 같은 방 9화

드디어 대학 축제가 시작됐다.

아침부터 캠퍼스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곳곳에 설치된 부스와 공연 무대, 시끄러운 음악까지.

명재현은 아침부터 과 부스를 오가며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재현아! 이거 좀 가져다줘!"

"응!"

"사진도 부탁해!"

"잠깐만!"

태산은 강의가 끝난 뒤 축제 현장을 천천히 걸었다.

사실 올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아침부터 명재현이 계속 말했다.

'오늘 꼭 와.'

결국 오고 말았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 명재현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태산아!"

명재현이 먼저 발견했다.

"왔네?"

스토리 핀 이미지

"응."

"진짜 올 줄 몰랐어."

"오라고 했잖아."

"그래도."

명재현은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자 태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잠깐만 기다려."

"왜."

"나 이것만 끝내고 같이 돌아다니자."

태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한 시간 뒤.

"이제 됐다!"

명재현이 가방을 챙겼다.

"가자."

둘은 나란히 축제 부스를 돌아다녔다.

명재현은 뭐든 신기해했다.

"저거 해보자."

"싫어."

"한 번만."

"싫어."

"태산아."

"...뭐."

"제발."

결국 태산은 명재현에게 끌려 게임 부스 앞에 섰다.

"두 분 커플이세요?"

부스 직원이 웃으며 물었다.

"아니요!"

명재현이 너무 빠르게 대답했다.

태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친구분들이구나."

"네."

명재현은 괜히 태산을 힐끗 바라봤다.

태산은 평소처럼 무표정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명재현의 마음 한쪽이 간질거렸다.

저녁이 되자 공연이 시작됐다.

사람들이 몰려들며 주변이 점점 붐비기 시작했다.

"사람 많다."

명재현이 말했다.

"그러게."

"우리 떨어지지 말자."

"응."

그 순간 누군가 명재현의 어깨를 세게 밀쳤다.

"어!"

태산이 바로 그의 손목을 잡았다.

"괜찮아?"

"응."

"내 옆에 있어."

태산의 손은 한동안 명재현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명재현은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봤다.

이상하게 심장이 빨리 뛰었다.

"태산아."

"왜."

"손..."

태산이 그제야 손을 놓았다.

"...미안."

"아니."

명재현은 괜히 고개를 돌렸다.

공연이 시작되고.

사람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명재현은 무대에 집중했지만 옆에 있는 태산도 계속 신경 쓰였다.

그때 서윤이 나타났다.

"재현아!"

"어?"

"여기 있었네."

서윤은 자연스럽게 명재현 옆으로 다가왔다.

"우리 과 애들 저쪽에 있어. 같이 갈래?"

스토리 핀 이미지

명재현이 태산을 바라봤다.

"태산아, 너도 같이"

"갔다 와."

"진짜?"

"응."

명재현은 잠시 고민하다가 서윤을 따라갔다.

태산은 그 모습을 바라봤다.

또였다.

서윤과 함께 있는 명재현.

태산은 공연을 보려고 했지만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 옆에서 친구가 말을 걸었다.

"야, 너 저쪽 계속 보는데."

"...뭐."

"신경 쓰이는 사람 있어?"

태산은 대답하지 않았다.

친구가 웃었다.

"있구나?"

"아니."

"근데 왜 계속 보냐."

태산은 무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룸메이트야."

"룸메?"

"응."

"남자?"

"어."

친구가 피식 웃었다.

"그럼 뭐."

태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남자면 뭐.'

그런데 왜.

왜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지.

공연이 끝날 무렵.

명재현이 다시 돌아왔다.

"태산아!"

"왔어?"

"응."

명재현은 태산 옆에 서며 말했다.

"재밌었어?"

"응."

"거짓말."

"왜."

"표정이 하나도 안 재밌어 보여."

태산은 대답하지 않았다.

명재현이 태산을 빤히 바라봤다.

"혹시 또 삐졌어?"

"안 삐졌어."

"서윤이랑 같이 있어서?"

"..."

명재현은 눈을 크게 떴다.

"진짜?"

"아니."

"맞네."

태산은 한숨을 쉬었다.

"그냥."

"뭐가 그냥인데."

"너랑 약속했잖아."

"무슨 약속?"

"늦게 들어오면 서로 연락하기."

"응."

"근데 네가 없어져서."

명재현은 잠시 태산을 바라봤다.

그러다 조용히 웃었다.

"나도 너 찾고 있었는데."

"뭐?"

"사람 많아서."

명재현은 태산의 소매를 살짝 잡았다.

"우리 같이 가자."

태산은 잡힌 소매를 내려다봤다.

"응."

축제가 끝난 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은 조용했다.

명재현은 피곤했는지 평소보다 말이 적었다.

그러다 갑자기 물었다.

"태산아."

"응."

"너 나랑 있을 때 좋아?"

태산의 걸음이 멈췄다.

명재현도 멈춰 섰다.

"갑자기 왜."

"그냥."

태산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좋았다.

너무 좋아서 문제였다.

하지만 그 마음을 아직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태산은 대신 말했다.

"응."

명재현의 눈이 커졌다.

"진짜?"

"응."

"나도."

명재현이 웃었다.

"나도 너랑 있는 거 좋아."

두 사람은 다시 걸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오늘 밤부터 둘 사이에는 이전과는 조금 다른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직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조금씩 알고 있었다.

서로가 특별해지고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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