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연(氷煙)의 성채

4화: 불꽃

그 후 며칠 동안 석조 방은 고요한 성소가 되어주었다. 엄격한 '의사의 지시'에 따라, 나는 최고 사령관의 개인 집무실 구역에 완전히 격리된 채 지냈다. 성채 바깥은 무장을 한 경비대원들의 무겁고 메아리치는 발소리와 팽팽한 정치적 긴장감으로 분주하게 돌아갔지만, 내 세계는 오직 활기차게 타오르는 벽로의 온기와 벨벳 안감을 댄 포근한 침대 안에만 갇혀 있었다.

찬연과 현진, 그리고 지석은 피해망상에 사로잡힌 최고 의회로부터 내 존재를 철저히 숨기기 위해 엄격하게 순번을 짜서 움직였다. 다른 이들이 시공간의 변칙적인 변방 지대 균열을 비밀리에 수색하는 동안, 적어도 한 명은 언제나 '내실 경호'라는 명목 하에 내 곁에 남아 나를 지켰다.
오늘, 방을 지킬 차례는 찬연 오빠였다.

오후의 햇살이 서리 무늬가 내려앉은 높은 유리창을 통뚫고 희미하게 스며들어, 찬연이 앉아 있는 무거운 오크통 책상 위로 은색 광채를 드리웠다. 그는 군사 서류 작업에 깊이 몰두해 있었고, 그의 직위를 나타내는 위엄 있는 하얀색 모피 코트는 의자 등받이 위에 느슨하게 걸쳐져 있었다. 궁정의 딱딱한 격식과 압박에서 벗어나자, 그의 수줍고 부드러운 본연의 모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는 생동감 넘치면서도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보급선과 군대 이동 경로에 대해 혼잣말을 조잘조잘 중얼거리는 중이었다. 그러다 몇 분마다 한 번씩 고개를 돌려 내가 잘 있는지 살폈고, 내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을 들킬 때마다 집중하느라 굳어 있던 얼굴 위로 눈부시고 환한 태양 같은 미소를 터뜨려 보였다.

"자야지, 서하야."

찬연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가 깊고 부드럽게 가라앉으며 사방의 공기를 조금 더 포근하게 체감되도록 만들었다. 그가 깃펜을 내려놓자, 정교하게 제작된 은색 인공 와우 장치가 불꽃을 받아 날카롭게 빛났고, 이내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침대 쪽으로 걸어왔다.

"흘러가는 시간 동안 벌써 사흘 내내 잠만 잤는걸."

내가 작은 미소 짓고 대답했다.

"이대로 계속 누워만 있다간 내가 베개로 변해버릴 것 같아."

찬연은 장난스럽게 조잘조잘 킥킥거리는 웃음소리를 내뱉으며, 사령관으로서의 단호한 태도를 완전히 단숨에 내려놓은 채 내 곁의 매트리스 모퉁이 가장자리에 가만히 걸터앉았다. 그의 직관은 아무런 마찰 없이 매끄러웠다. 그는 단 한 마디의 말도 건네지 않고 커다랗고 따스한 한 손을 내 허리 뒤편으로 매끄럽게 밀어 넣어,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는 단단한 강인함으로 내 등을 받쳐주며 내가 베개 위로 더 편안하게 기댈 수 있도록 몸바탕의 무게를 지탱해 주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을 가만히 부드럽게 뻗어, 내 얼굴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 한 가닥을 조심스레 쓸어 넘겨주었다.

"왕실 치유사가 말하길 네 체온의 중심 맥박이 여전히 불규칙하게 일렁인다고 하더구나."

찬연이 나직하게 말하는 동안, 내 어깨 근처에 머문 그의 눈동자는 강렬하면서도 믿기지 않을 만큼 부드럽고 달콤했다.

"지금 현진이와 지석이가 균열 좌표 쪽으로 나가서 네 세계가 남긴 마법적인 흔적을 찾으려고 온 힘을 쏟고 있단다. 그 녀석들이 돌아올 때까지는 여기서 꼼짝 말고 버티고 있어야 해. 알겠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두꺼운 벨벳 이불을 딛고 있던 내 손을 내려다보는 바로 그 자찰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하고 서늘한 한기가 순식간에 방안을 거칠게 뒤흔들며 덮쳐왔다. 석조 벽로 안의 불꽃이 격렬하게 요동치더니, 선명했던 오렌지빛 불빛들이 단숨에 깊고 초자연적인 진홍빛과 자줏빛 톤으로 녹아내려 가라앉았다.

찬연의 몸이 순간적으로 팽팽하게 굳어졌다. 그가 벽로 쪽으로 시선을 날카롭게 던지며, 내 어깨를 감싸 쥔 그의 손길에 나를 보호하려는 단단하고 완고한 힘이 실렸다.
우리가 채 단 한 마디의 말도 나누기 직전, 부드럽고 천상적인 광채 하나가 내 살결 바로 밑바닥에서부터 세차게 박동하며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내 손가락 끝에서부터 황혼빛으로 물든 선명한 우주 먼지의 장막이, 마치 고요히 잠들어 있던 천상의 공허 마법의 첫 번째 불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넘쳐 나와 찬연의 손에 가만히 닿았다. 나는 숨을 부드럽게 들이쉬었다. 방안을 짓누르던 외부의 혹독한 서리는 1초의 찰나 만에 완벽하게 무효화되어 소멸했고, 그 자리를 이 세계의 규칙과는 완벽하게 거리가 먼, 눈이 부실 정도로 따스하고 거대한 온기가 대신 채웠다.

찬연의 숨이 순간 턱 막혔다. 그는 손을 뒤로 빼지 않았다. 대신 우리 손가락 사이에서 소용돌이치며 피어오르는 희미한 우주 광채의 비주얼을 바라보며, 완벽하고 절대적인 충격에 휩싸인 채 눈동자를 크게 치켜떴다. 그것은 현진의 어두운 연기도, 지석의 차가운 얼음 마법도 아니었다. 이 왕국이 가진 시공간의 모든 법칙을 완벽하게 거스르고 베어 넘기는, 완전히 낯설고 강력한 마법 그 자체였다.

그 순간, 무거운 오크통 문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거칠게 열렸고, 비밀스러운 속삭임 같은 대원들의 급박한 발소리가 방안으로 전력 질주하듯 몰아쳤다.

"형! 변방 지대에서 뭔가를 찾아냈는데, 최고 의회의 경비대원들이 벌써 그 마법 흔적을 추적하기 시작했어—"

방 안으로 문을 열고 들이닥치던 현진의 목소리가 문장 한가운데에서 단숨에 툭 끊어졌다. 지석이 그의 바로 뒤편에서 발걸음을 멈추어 섰다.

현진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의 오른쪽 귀에 걸린 청각 보조 장치와 왼쪽 귀의 인공 와우 장치 위로, 내 손 끝에서 서서히 스러져 가던 잔잔한 자줏빛 불빛의 여운이 반사되어 날카롭게 번쩍였다. 지석이 그의 바로 뒤에서 걸어 나왔고, 특유의 자랑스럽고 환했던 미소는 1초의 찰나 만에 완벽하게 자취를 감추었으며, 그 자리를 깊고 멍한 충격과 경외감이 대신 채웠다. 두 젊은 영주는 나를 빤히 응시했다. 자신들이 눈밭 속에서 구해온 이방인이, 그저 길을 잃고 부유하던 단순한 여행자 따위가 아님을 단 한 번의 심장 박동 만에 완벽하게 깨달아 버린 눈빛이었다.

찬연이 내 손에서 시선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지만, 그 눈동자 속 서사만큼은 거칠고 격렬한, 절대적인 헌신으로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그가 내 허리 주변으로 자신의 커다란 팔을 매끄럽게 밀어 넣더니, 마치 온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나를 단단히 격리해 지켜내려는 듯 나를 자신의 가슴속으로 밀착해 강하게 끌어당겼다.

"문 닫아, 현진아."

찬연이 명령했다. 그의 목소리가 한옥타브 낮게 가라앉으며 척추를 타고 서늘한 전율을 안길 만큼 무섭고 날카로운 중력을 뿜어냈다.

"그리고 문 잠가라. 이 방에서 방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최고 의회는 물론이고 그 누구도 절대로 알아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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