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112화. 아듀

sophie97
2026.08.10Vistas 22
훈지 씨와 나는 며칠이 지난 후에
파리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파리에 도착하여 줄리앙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줄리앙의 어머니는 주소를 하나 문자로 보냈다.
'여기는 어디지?
줄리앙의 집이 아니라... 이리로 오라고?'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인 채로 택시에 올랐다.
택시 기사에게 줄리앙의 어머니에게 받은
주소를 보여 주며 가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택시 기사에게 물었다.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거에요?
이 주소가 어디인지 아세요?"
택시 기사가 답했다.
"보여 주신 주소는 묘지네요.
파리 시내에 있는..."
나는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훈지 씨를 바라봤다.
훈지 씨도 역시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가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각자 창밖만 바라봤다.
훈지 씨는 무릎 위에 놓여진
내 손을 꽉 잡아 주었다.
택시에서 내리자
저쪽에서 한국 사람인으로 보이는
중년의 부부가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온 순간,
줄리앙과 닮은 얼굴이 들어왔다.
나는 단 번에 알 수 있었다.
줄리앙의 부모님이었다.
"정아씨?"
"안녕하세요. 줄리앙 부모님이신가요?"
여자의 눈가가 붉게 젖어 있었다.
"네, 줄리앙 엄마에요."
"이렇게 와 줘서 고마워요."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그 나서, 내 옆에 서 있는
훈지 씨를 바라봤다.
"이쪽은 제 남자친구에요."
"아... "
그리고 그녀는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줄리앙이 보이지 않자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줄리앙은요?"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그러다 그녀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내가 서 있는 곳 너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 서 있던
남자가 말했다.
"줄리앙 아빠에요.
우리를 따라와요.
줄리앙이 있는 곳으로 안내할께요."
나와 훈지 씨는 그들의 뒤를
따라 걸었다.
묘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나는 앞서 걷는 줄리앙의 아버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줄리앙이 있는 곳?'
그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그들이 멈춘 곳 앞에
줄리앙의 이름이 새겨진...
묘비가 있었다.
나는 내 눈을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줄리앙의 부모님을 쳐다봤다.
"줄리앙의 유골함이 며칠 전에 이곳에 안치됐어요.
정아 씨와 마지막으로...
꼭 인사를 나누게 해주고 싶었어요."
줄리앙의 어머니는 마지막 말을 마치고
남편의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아냈다.
나는 믿기지 않는 눈으로 묘비를 응시했다.
줄리앙.
분명 그의 이름이었다.
'정말... 줄리앙 이름이잖아...'
나는 묘비를 보고
훈지 씨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가 잡고 있던 내 손을
더 꽉 잡았다.
"줄리앙이... 여기에 있다는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
줄리앙의 아버지가 잠시 숨을 고르고
입을 뗐다.
"줄리앙이 수술한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려서
부리나케 한국에서 왔는데...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에서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어요."
나는 멍하니 줄리앙의 아버지를 쳐다봤다.
마치 꿈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파리의 햇살이
줄리앙의 이름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내가 그 때 왔었더라면...그랬더라면..."
<113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