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상자를 꺼냈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상자를
내게 내밀었다.
"이게 그 목걸이에요?
정신 팔려 내 전화를 못 받게 한?"
"아이~
그렇게 얘기하면 내가 미안해서
줄 수가 없잖아요."
"알겠어요.
그건 잊고, 상자부터 열어 볼게요."
나는 작은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하트 모양의 목걸이가
반짝이고 있었다.
"너무 귀엽고 예쁘다.
어떻게 이렇게 예쁜 걸 골랐어요?"
"이 목걸이가 특별한 점이 있어요."
"특별한 점이요?
뭔데요?"
"하트의 뒷면을 봐요."
"뒷면? 뭐라고 써 있어요.
스페인어 같은데...
이게 무슨 뜻인데요?"
하트의 뒷면에는 깨알같은
글씨로 이렇게 씌여 있었다.

"점원이 그러는데
'영원히 너를 사랑할께'
라는 뜻이래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훈지 씨를 바라봤다.
"이렇게 특별한 목걸이를...
어떻게 찾았어요?"
그는 내 손에 들린 목걸이를
목에 걸어줬다.
"이게 내 눈에 확 띄더라구요.
잘 골랐죠?"
"너무 예뻐요!! 고마워요.
평생 목에서 빼지 않을게요."
"평생이요?"
"좀 오버인가?"
"아니. 정확하게 다시 얘기해봐요.
평생 빼지 않겠다고 했죠?"
"아... 배고프다...
오늘 저녁은 그냥 외식할까요?
나 너무 진이 빠져서
오늘 저녁 못 하겠어요."
"아니... 왜 내 질문에 대답 안 해요?"
"저녁으로 뭐 먹지...?"
그는 저녁 내내 대답하라고 쫓아다녔고
나는 못 들은 척 딴 말로 돌렸다.
그날 저녁,
외식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조용한 골목길,
귀뚜라미 소리가 들렸다.
훈지 씨가 입을 열었다.
"아까... 정아 씨가 내 쪽을 돌아보고
주저앉아 펑펑 울기 시작했을 때요..."
"..."
"누군가 나를 그렇게 걱정해 준다는 게...
뭉클했어요."
"나도... 누군가를 그렇게
걱정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아직 내 질문에 대답을 못 하겠어요?"
"내 감정은 잘 알겠는데...
현실에서 내가 잘 감당할 수 있을지
자신이...없어요."
"내가 옆에 있어도 자신이 없어요?"
"나 혼자 감당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테니까요."
"알겠어요... 기다릴께요."
집으로 돌아와
출판사에서 온 이메일을 확인했다.
여러 명의 번역가들과 함께 작업하게 될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말이 나왔을 때부터
욕심냈던 일이었다.
그리고,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서는
한국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이제 정말 한국으로 돌아가야 할
타이밍이 온 거야...'
그날 밤,
이런저런 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안 돼!!!! 이건 아니야!!!!"
나는 소리를 지르고 눈을 떴다.
훈지 씨가 놀라서 잠에서 깼다.
"왜 그래요? 꿈 꿨어요?"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어!!" <125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