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47화. 가장 특별한 데이트

sophie97
2026.07.10Vistas 26
오래 간만에
수연이와 수다를 떨고,
다시 오피스텔로 돌아와 일을 하고 있던 중이었다.
[오늘 밤에 집으로 가도 돼요?]
훈지씨의 메시지였다.
[몇 시쯤 도착 예정이신가요?]
[11시 좀 넘을 거 같아요.
우리...
그 때 자기가 극장에서 못 봤다고 했던 그 영화
같이 봐요.]
[꺅~~정말이요?
봐야지 해 놓고 잊고 있었는데...
신난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를 위해 기억해 줬다니 코끝이 찡했다.
[훈지씨는 영화 볼 때 팝콘 먹어요?
아님 딴 최애 간식 있어요?]
[영화 볼 때 딱히 뭐 안 먹어요.
집중하는 데 방해돼서..]
[아..그렇구나..
그럼.....
나만 먹어야겠다.ㅎ]
[어? 같이 안 먹겠다는 줄 알았는데 ㅋ]
[개취 존중. 이따 봐요!]
지금까지 아무 생각 없이 일하다가,
그의 메시지 하나에 오후의 일이 즐거워졌다.
'빨리 일 끝내고, 마트 가서 간식 사야지~'
이런 게 소확행인가.
퇴근길에 마트에 들러 간식을 사고,
집에 돌아와 청소를 마쳤다.
영화까지 미리 받아 두고 나니,
이제 정말 훈지씨만 오면 됐다.
10시가 조금 넘어,
오고 있다는 메시지가 왔다.
'이런 세심함이 참 좋아. 오래 기억날 꺼야..'
도착하기 전에
리클라이너의 편안한 각도를 미리 맞춰 놓고,
나초와 팝콘, 콜라, 물
그리고 과일까지 미리 준비해 놓았다.
잠시 후 도착한 그는
완벽하게 준비된 자리를 보고 놀랐다.
"아니, CGV보다 여기가 더 좋네!"
"마음에 드세요 손님?"
"완전~!! 손만 씻고 올께요. 잠깐만 기다려줘요."
훈지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영화의 도입부는 미리 스킵했다.
훈지씨가 돌아오면서 하는 말.
"오늘은 지난 번 처럼 자지 않겠죠?"
"아...그 얘기는 왜 또 해요?
나 영화 보다가
그렇게 잠 든 적 정말 처음이라니까요.
억울하네 진짜..."
훈지씨는 억울해 하는 나를 소파에 앉히고,
거실 등을 끄고,
소파 옆 세워져 있는 전등을 켜면서 말했다
"이제 영화 시작해 주세요."
"센스가 정말~!! 많이 해 본 솜씨야.ㅎ"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어? 칭찬으로 한 말인데...
뭔가 찔리는 게 있구나?"
이 말을 들은 훈지씨는 정색하면서
나초를 하나 집어 들며 말했다.
"아니야...여기서 그만."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
괜히 더 장난을 치고 싶게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의 분위기를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그를 계속 쳐다봤다.
"왜 그렇게 아련하게 쳐다봐요?
"아닌데?
나초 뺏어 먹으려고 본 건데.."
뻘쭘해진 나는,
그가 입에 물고 있던 나초를 먹어 버렸다.
장난기 가득 한 얼굴로
그가 나초 하나를 다시 입에 물고,
입술을 쭉 내밀었다.
두 번째 나초를 먹으면서
입술이 닿았다.
그가 잠시 당황스러운 듯,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왜요? 엑스들과 리액션이 너무 달랐어요?"
두 배로 커진 그의 눈을 보면서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막고,
영화의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영화를 보면서 배우들의 연기도 감탄스러웠지만,
비발디의 음악도 너무 좋았다.
"훈지씨도 저 시대에 태어났더라면
음악가였을까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가
얼굴을 들면서 그에게 물었다.
그때,
그의 머리가 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걸 느꼈다.
이 영화가 왠지
그의 취향이 아닐 거라고 추측은 했지만
함께 보자고 해서 은근히 기대했었다.
'역시...나랑 영화 취향은 맞지 않았어ㅎ'
그의 고개를 소파 뒤로 기대게 해 주고
나는 좀 더 편안한 자세로 영화를 이어 봤다.
그 때,
저녁 때 김대표에게 보냈던 메시지의 답이 왔다.
[너 이렇게 무책임한 사람이었어?]
예상은 했지만,
메시지에도 그의 화가 묻어 있는 듯 했다.
[미안해...자세한 이야기는 만나서 해]
통화를 하기에는 늦은 시간이라
우선 메시지를 보냈다.
[대체 너 이러는 이유가 뭐야? 나 때문이야?]
[그런 거 아니야...만나서 얘기해.]
나는 더 이상
나의 영화 데이트를 방해 받고 싶지 않아서
휴대폰 화면을 바닥 쪽으로 뒤집었다.
다시 영화에 집중하며,
나는 손을 훈지씨 손등 위에 올렸다.
'손이 따뜻하다..'
"대체 네 계획이 뭔데?" <48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