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

61화. 저녁초대


그 후로

종종 마리아와 함께 장을 보러 가기도 하고,

아주머니가 예쁘게 키워 놓으신 화분을

선물받기도 했다.





함께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마리아가 이번 주 토요일 저녁 식사 초대를 했다.





매일 혼자 먹는 저녁에 지겨워질 때 쯤이라서

너무나 흔쾌히, 그리고 감사하게 그 초대에 응했다.





동네 꽃집에서 꽃을 한 다발 포장하여

그녀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는 길에,

다른 골목에서 걸어 나오고 있는 미겔과 마주쳤다.





"미겔!! 오늘 왜 이렇게 일찍 닫았어요?





"오늘 어머니가 당신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고 해서

 일찍 문닫고 들어가는 길이에요.

 우리 집에 가는 길이죠?"





"아~맞아요!! "





햇살 아래 선 미겔은 카페에서 볼 때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몇 살인지 물어봐도 돼요?"




내 질문에 미겔은 흔쾌히 대답했다.





"28살이에요.

 당신은 숙녀니까 저는 묻지 않을께요."




미겔은 미소를 지었다.




'아..훈지씨랑 동갑이구나...'




"나이 묻지 않아줘서 고마워요."


나는 미소로 대답했다.





"마리아가 당신을 아주 자랑스러워 해요.

 대화를 하다 보면 아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미겔은 내 말을 듣자,

지난 번 마리아 아주머니처럼

어깨를 살짝 들썩였다.




'이건 스페인 사람들 공통점 인건가?

 아니면 이 가족의 특징인건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내가 기억하는 한

 우리 어머니는 내가 처음 왔을 때부터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처음 왔을 때?'




나는 그의 말이 약간 의아했다.

그는 내 표정에서 놀란 기색을 읽었는지,

곧바로 말을 이었다.





"어머니가 나를 3살 때 입양했어요.

 그것까진 이야기 안 하셨을 수도 있어서요."





"아...그건 몰랐어요.

 불편하면 이야기하지 않아도 돼요. 미겔."




"전혀요.

 어머니와 아버지가 간절히 아기를 바랐는데

 생기지 않았대요.

 나중에 어머니가 불임인 걸 아셨대요.

 그래서 입양을 결정하셨고,

 제가 두 분의 아들이 됐죠.

 저도 어머니만큼

 두 분이 제 부모님이란 게 항상 자랑스러워요.
 
 제가 운이 좋았죠."





'입양된 사실을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오히려 운이 좋았다고 표현하다니..

 이 사람 뭐지..?'





그저 친절한 카페 사장이었던 미겔이

마리아의 입양된 아들이었다는 사실이

아니,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사랑과 태도가

나에겐 꽤나 큰 충격이었다.





마리아의 집에 도착하여

남편인 안토니오와도 첫 인사를 했다.




마리아는 아주 훌륭한 요리사였다.

말로만 듣던 지중해식 가정식을

이렇게 직접 먹게 되다니...

보잘것 없는 요리 솜씨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나로서는

하숙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저녁식사를 하는 내내

마리아와 안토니오가 서로 얼마나 사랑하는지

물어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서로를 세심하게 챙기고, 배려하고

가끔씩 손바닥으로 빰을 쓰다듬는 행동들이

너무 사랑스럽게 보였다.




그런 부모님을 바라보는 미겔의 미소에도

두 사람이 준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안토니오와 미겔이 와인을 가지러 간 사이,

마리아의 깨알 아들 자랑이 다시 시작되었다.




"우리 미겔이 정말 공부를 잘 했어요.
 
 미국에서 대학도 다니고,

 그곳에서 정착하기를 바랬는데...

 우리를 위해서 다시 스페인으로 왔어요.

 어느 때는 고맙기도 하지만, 아깝기도 해요.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에요."




'어쩐지...

 그래서 미겔은 영어를 잘 하는 거였구나..'


 


미겔이 와인 한 병을 품에 안고 돌아오면서

내게 말했다.





"소피, 그거 알아요?

 다음 주에 우리 마을에서 축제가 있어요.

 가을마다 열리는 축제인데, 재미있을 거에요.

 같이 축제 보러 갈래요?"





마리아가 자신의 아들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슬며시 내 쪽을 바라봤다.





[제발 예스라고 해 줘]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눈빛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가보고 싶어요. 데려가 줘요."




"내가 한 선택이 맞는 거였을까?" <62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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