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38화. 아직 끝나지 않은 마음



그는 내가 카페에서 나오는 것을 보자

차에서 내려 나를 향해 다가왔다.





"오늘 영화사 가는 날이죠?"





"네.

 그런데 훈지 씨가 여기 무슨 일이에요?"






"데려다 주려구요."




그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오늘 촬영 없어요.

 그리고 어제 차도 놓고 왔잖아요."





나는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나 데려다 주려고 여길 왔단 말이에요?"





"네..."





"훈지 씨. 내가 어린 애도 아니고..."




나는 말끝을 흐렸다.




 "그리고...우리가...

 아니 그건 그렇고.

 나 지하철 타고 갈거에요.

 신경 써 준건 고마운데 그냥 가요.

 나는 괜찮아요."





"일부러 왔는데 그냥 가라고요?"





나는 그의 행동이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상황이 난감했다.




그때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아 씨.

 우리 그냥 편한 친구처럼 지내면 되잖아요.

 그렇게까지 선 긋지 말고,

 그냥 좀 편하게 대해 주면 안 돼요?"





"훈지 씨는 그게 될지 모르겠지만

 미안하게도 나는 안 될 것 같아요.

 이유는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되겠죠?"




그는 고개를 숙였다.




'아우... 나를 너무 잘 알아.

 저런 안쓰러운 표정 같은 건

 미리 연습을 하고 오는 건가.'




"알겠어요. 탈게요."




나는 결국 그의 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오늘 만이에요."





"나 이렇게 촬영 없는 날도
 
 자주 없어요."





그는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조수석 문을 열어 주었다.





"그런데 훈지 씨 여친은

 이러는 거 알아요?

 알면 나도 곤란해지잖아요."





"나 헤어졌어요."





"네?? 뭐라구요?

 열애설 난지 얼마나 됐다고."





"그냥 호감 정도였는데

 사진이 찍히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기사가 난 거였어요.

 난 오히려 시원해요."





나는 그를 멍하니 바라봤다.

결별한 사람치고는 너무나 밝아 보였다.





"차는 언제 가질러 갈 거에요?

 내가 데려다줄게요."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신경쓰지 마요."





"알겠어요...

 나 그날 그 노래 들은 이후로

 자꾸 생각이 나서 매일 듣는 거 있죠.

 그 가수 다른 노래들도 찾아서 듣고 있어요."





"네."




나는 짧게 대답했다.




"점심은 어디서 먹을 거에요?"





"영화사 일 끝나고 근처에서 먹거나...

 아니면 카페로 와서 그 근처에서 먹거나요."





"그럼 내가 기다렸다가 영화사 근처에서

 같이 먹을래요?"





"..."





"그럼 나 기다릴께요."





"훈지 씨. 나한테 왜 이러는 거에요?

 이러면 훈지 씨 태형 씨한테도

 잘못 하는 거에요."





"대표님도 내 여친 만나는 거잖아요."





"우리는 헤어지고

 만난 건데 무슨 소리하는 거에요?"





"유예 기간 중에 만난 거잖아요.

 그럼 나도 똑같은 거 아니에요?"





"우기지 말고요.

 훈지 씨가 다른 여자한테 마음 뺏긴 거 알고

 내가 태형 씨한테 만나자고 한 건데 무슨..."





"정아 씨가 먼저 프로포즈 한 거에요?

 와....진짜!!"





"프로포즈만 내가 먼저 한 줄 알아요?

 어제 뽀뽀도 내가 먼저 했어요."




그는 급하게 차를 세웠다.





"미쳤어요?"





나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





"나한테도 그렇게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왜 대표님한테만 그러는 거에요?"





"나 내려요?"





"아!! 아니에요!!

 그대로 있어요. 출발할게요."





"훈지 씨.

 나는 가끔 훈지 씨가 이해 안 될 때가 있어요.

 어떻게 지금 이렇게 당당한 거에요?

 우리가 누구 때문에 이렇게 헤어진 건데요?"





"정아 씨도 손님이랑 뮤지컬도 보러 가고 했잖아요."





"하...

 나는 그 손님을 좋아한 게 아니에요.

 그리고 나는 훈지 씨한테 솔직히

 이야기도 했어요.

 훈지 씨는 그 여배우에게 호감을 느끼고,

 나한테 거짓말까지 했잖아요.

 내 말이 틀려요?"





"아니요...

 정아 씨 말이 맞아요..."





"또 내가 숨 막히게 한다고 하지 마요.

 훈지 씨가 너무 막무가내로 나오니까

 내가 이럴 수 밖에 없는 거에요."





"나 운전하는데 그렇게 구박하면

 집중을 할 수가 없어요."





"아... 정말 박훈지..."





"나 지금 엄청 반성하고 있어요.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 많이 하고 있다구요."





"그래. 후회!!

 후회는 잘못하고 난 뒤에 하는 거잖아요.

 이미 잘못을 했고,

 나는 태형 씨랑 만나고 있고.

 그러니까 제발 이러지 말라구요."





"이렇게라도 안 하면

 나중에 더 후회할 것 같아서

 이러는 거란 말이에요!!

 정아 씨!!

 나도 힘들어요!!"





그는 갑자기 소리치며 외쳤다.

그의 답답한 외침에

순간 그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 했다.





나는 그를 설득하듯

차분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건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 그만 해요... 훈지 씨..."





"나 이제 싫어요?"




훈지 씨의 목소리가 낮게 떨렸다.





"그런 건 아니죠?"





"....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쉽게 싫어져요."





"그럼 됐어요..."



어느새 영화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

그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당신을... 여전히 사랑해요."




나는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렸다.





"오늘만요... 제발..." <39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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