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47화. 그녀와의 대면


주말이 됐다.



오늘은 야구장에 가기로 한 날이라

아침부터 기분이 들떴다.



카페 앞에서 우진 씨를 만났다.

그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저지를

하나 더 챙겨왔다.




저지를 건네며 그가 말했다.




"지금 입은 티셔츠 위에다가

 그냥 걸쳐도 돼요."




"와~ 진짜 기분 난다!!"




우리는 차가 밀릴 것을 대비해서

일찌감치 출발했다.




그가 신난 듯 내게 물었다




"우리 야구장에서 뭐 먹으면 좋을까요?"





"야구장에서 뭘 먹어요?"





"정아 씨. 정말로 야구장 한 번도 안 가봤구나.

 거기서 먹는 게 얼마나 맛있는데요."





"뭘 먹는데요?"





"메뉴가 다양해요.

 일단 가서 골라봐요."





"와... 이런 딴 세상이 있었구나!"





경기장에 도착한 우리는

야구광인 우진 씨의 추천대로

메뉴를 골라 예매해 둔 좌석으로 향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나는 여지껏 내가 몰랐던 세상에 온

엘리스나 도로시가 된 기분이었다.





사람들과 함께 응원가를 부르고,

박수를 치고,

치어리더의 동작에 맞춰 응원하고.


모두 처음 해보는 일이었다.





"우진 씨! 고마워요!

 우진 씨 아니었으면

 나는 이런 재미있는 세상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 뻔 했어요.

 너무 재미있어요."





"정아 씨가 이렇게까지 좋아하고

 즐기니까 제가 더 보람이 있네요."





그 날은 마침 우진 씨가 응원하는 팀이

경기에서 이겼다.





"와!! 오늘 기분 정말 최고에요!!

 별로 기대 안 하고 왔는데!"





"축하해요!! ㅎ"





"우리 축하주 한 잔 더 할까요?"





"네. 좋아요!!"





우리는 마음 편하게 카페로 와서

배달 음식과 맥주를 간단하게 시켜 놓고

한잔 더 하기로 했다.




"약간 아지트 같은 느낌인데요?"





"그렇죠?

 제가 카페를 오픈하고 제일 보람있는 날이네요.
 
 이렇게 아지트로 써 먹을 수도 있고.ㅎ"





우리는 목이 말라 에이드를 한 잔씩 마시면서

숨을 돌리고 있었다.




그 때 카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떤 예쁜 여자가 들어왔다.





나는 처음에 영업을 하는 줄 알고

들어온 손님이라고 생각했다.




"오늘 일요일이라..."




여자가 내 쪽으로 다가오더니 말했다.




"박훈지 씨 아시죠?"




나는 그녀의 입에서 훈지 씨 이름이 나오자마자

누군인지 알 것 같았다.





"네..."





나는 천천히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무슨 일로..."





그녀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왜 사람 오라 가라 하면서 마음을 흔들어놔요?

 당신이 뭔데?"





"무슨 오해가 있으신 것..."




갑자기 그녀는 팔을 들어 올리더니

내 뺨을 내리쳤다.




[찰싹!!!]




의자에 앉아 있던 우진 씨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




"정아 씨! "





우진 씨는 곧장 내 쪽으로 다가와

그녀 앞을 막아섰다.





"지금 뭐하시는 거에요?"





그리고 그 때였다.


훈지 씨가 카페 안으로 들어왔다.






"너 지금 뭐하는 거야?"





그녀는 훈지 씨를 보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어찌 된 영문인지

혼란스러웠고

그리고 수치스러웠다.





훈지 씨는 곧장 내게로 다가와 물었다.





"괜찮아요?

 다치지 않았어요?"




나는 얼얼한 뺨에 손바닥을 대고 있었다.


손을 떼는 순간,

훈지 씨가 그녀를 돌아보며 소리쳤다.





"너 이게 무슨 짓이야?"




"피 나잖아...

 정아 씨, 여기로 앉아봐요."





"오빠!! 왜 지금 그 여자를 챙기고 있어?

 그 여자 때문에 화난 사람은 나라고!!"




훈지 씨는 나를 의자에 앉히고

조용히 말했다.





"수습하고 다시 올게요.

 미안해요. 정말..."





훈지 씨는 그녀의 팔을 잡고

카페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우진 씨는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냉동고에서 얼음을 꺼내

얼음팩을 만들어 가져왔다.





"정아 씨. 여기 뺨에 좀 대고 있어요.

 많이 부을 것 같아요."





"네... 감사해요."





나는 결국 눈물이 맺혔다.





'왜 도대체 나한테 이런 일이...'





그런데 우진 씨가 옆에 있어서

소리 내어 울 수도 없었다.




"우진 씨.

 미안한데...

 오늘은 이만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게

 너무 창피해요."





"네... 알겠어요.

 먼저 갈게요.

 그런데 너무 창피해하지 마세요.

 저는 오늘 아무것도 못 봤어요."





"나는 당신이 필요해요..." <48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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