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선을 넘지 않기로 했다(시즌2)
59화. 정아의 맞선

sophie97
2026.09.21Vistas 66
나는 오랜만에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훈지 씨가 언니를 궁금해하길래,
한번 만나게 해줄까 싶어서였다.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언니."
"웬일이야? 네가 먼저 전화를 다 하고?"
나는 잠시 입술을 깨물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머릿속으로 몇 번이나 문장을 고쳐봤지만,
막상 언니의 목소리를 들으니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있잖아..."
"응?"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어. 그런데 왜?"
"그 사람이 언니를 궁금해 해서.
한번 만나 볼래?"
"네가 웬일로 남친을 다 소개시켜 줘?
맨날 결혼은 안 한다고,
여지껏 남친들 한 번도 안 보여줬잖아.
지금 만나는 사람이랑 결혼 생각이 있어?"
"그건 잘 모르겠는데..."
나는 잠시 말을 고르다가 입을 열었다.
"어쩌다 보니 나는 그 사람 누나랑 형을
다 만나게 됐어."
"뭐? 벌써?"
언니의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아니. 누구야?"
잠시 뜸을 들이던 언니가
웃으며 말했다.
"누가 우리 정아를 이렇게 변하게 만들었어?"
"아니... 변한 건 아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니까."
"어쨌든 이건 진짜 뉴스꺼리네!"
언니의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근데... 언니가 들으면 놀랄 만한 사람이야..."
"왜? 어떤 사람인데 들으면 놀래?"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게... 박훈지야."
"박훈지인데 왜 놀래?
배우랑 이름 똑같다고 뭐 놀랄 거까지 있어?"
"그게... 이름만 같은 게 아니라..."
나는 짧게 숨을 고르고 말했다.
"배우 박훈지야."
"뭐? 남자친구가 누구라고?"
언니가 한참을 뜸 들이더니 말했다.
"너 낮잠 잤어?
박훈지랑 연애하는 꿈 꿨어?
아직 비몽사몽이야?"
"아니... 진짜로.
무슨 낮잠이야."
"아니...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언니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
"네가 배우 박훈지랑 지금 연애하고 있다는 거야?"
"어...."
잠시 정적이 흘렀다.
"어떻게 만났는데?"
"수연이가 기획사 아는 선배 통해서
영어 수업을 소개해 줬었어.
그래서 영어 수업 해 주려고 만났어."
"그렇게 만나서 연애를 했다고?
걔 너보다 한참 어리잖아?"
"어..."
"너 진짜야?
심각하게 하는 소리야?"
"어..."
언니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정아야,
너 엄마 아빠가 오냐오냐 하니까
아주 정신 못 차리고 사네, 얘가.
너 지금 나이가 몇 살인데 어린 애랑
그것도 연예인이랑 연애를 하고 있어, 지금!"
"엄마 아빠도 결혼 하라고 안 하는데
왜 언니가 난리야?"
"두 분이 내버려 두니까 나라도 나서는 거지.
너 헛소리하지 말고 선이나 봐.
형부 후배가 얼마 전에 여친이랑 헤어졌대.
그래서 형부가 너 소개시켜줘야겠다고 했거든.
날짜랑 장소 잡아서 알려 줄 테니까
군소리 말고 나가서 선봐."
"언니. 나는 내 남친 소개해 준다고 전화한 건데.
갑자기 무슨 선을 봐?"
"너 아주 훈지고 건지고 한 번만 더 얘기 꺼내.
나이가 몇 살인데 정신 못 차리고.
지 맘대로 스페인에 가서 몇 년 살고 오질 않나."
"언니. 언니? 언니?"
나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나왔다.
"와... 또 자기 맘대로..."
나는 하지 말았어야 할 전화를 해서
괜히 머리만 복잡해졌다.
'아... 맞선 이야기를 또 어떻게 하지...?'
그 날 저녁, 카페 마감을 하고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훈지 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디에요?"
"집으로 걸어 가고 있어요."
"목소리가 힘이 없는 거 같은데요?"
"훈지 씨."
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이건 나의 의지랑은 전혀 상관 없는 일이에요."
"뭔데 또 이렇게 밑밥을 까는 거에요?"
"아까 언니랑 통화를 했는데...
언니가 선을 보라고 막 난리를 쳤어요."
"선을 보라고?"
"우리 언니가 성깔 대마왕이에요.
언니 말 안 들으면 난리가 나요."
"그래서?"
"형부 후배인데 언니가 날짜랑 장소 잡아서
알려 줄테니까 나가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나간다고?"
"나가기만 할 거에요.
안 그러면 언니가 난리 칠 게 뻔하니까..."
"그래서 지금 나한테 통보하는 거에요?"
"아니... 허락을 받는 거죠."
"허락을 안 하면 안 나갈 거에요?"
"그러면 나는 언니한테 죽겠죠..."
"흠... 그럼 일정이랑 장소 잡히면
나한테 알려 줘요."
"왜요?"
"나도 그 정도는 알 권리가 있지 않나?
정아 씨 남친인데."
"알겠어요.
그럼 장소랑 날짜 받으면 알려 줄게요.
화난 거 아니죠?"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니요."
"나는 분명히 허락을 받은 거에요!!"
"정아 너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야?" <60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