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따라 나오는 나를 보며
훈지 씨가 말했다.
"괜히 왔다...
마음만 불안해졌어."
"왜요 훈지 씨?"
"나 만나기 전엔 김 대표님이잖아요."
"아..."
나는 피식 웃었다.
"신경 쓰지 말아요.
저런 게 다 맞는 건 아니잖아요."
"저 아주머니 말 듣고
대표님한테 가면 안 돼요.
알았죠?"
"가면 어쩔 건데요?"
나는 짓궂게 물었다.
"그러면 난...
정아 씨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죠."
난 훈지 씨의 대답에 눈물이 핑 돌았다.
"왜 눈에 눈물이 고여요?"
훈지 씨가 당황한 듯 물었다.
"나는 훈지 씨가 다시 뺏어 올 거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그냥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말이...
감동이에요."
훈지 씨는 내 손을 꼭 잡았다.
"가지 않을 거라는 거
알아서 한 말이에요.
뚝!!"
나는 그의 손을 더 꽉 잡았다.
"훈지 씨. 우리 외식하고 들어가요.
미겔은 다른 친구랑 저녁 먹으러 갔어요."
"다른 친구?
한국에서 친구를 사귀었대요?"
"네. 지성 씨랑 나이가 비슷해서 그런지
금방 친구가 됐나봐요."
"아~ 잘 됐네.
그런데 나는 미겔에게 참 고마워."
"왜요?"
"미겔 덕분에 정아 씨랑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져서 좋아요.
한 집에서 살고."
나는 잠시 훈지 씨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리..."
잠깐 망설이다가 웃었다.
"그냥 한 집에서 같이 살까요?"
훈지 씨가 걸음을 멈추고
내 쪽을 바라봤다.
"농담 농담. 뭘 그렇게 놀라요?"
"에이... 난 진심으로 말한 건 줄 알고..."
"진심이면 그게 되는 일이에요?
다른 나라면 몰라도."
훈지 씨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다시 스페인으로 가고 싶다."
"훈지 씨는 다 버리고 나랑 같이
스페인으로 가서 살자고 하면
그럴 수 있어요?"
"일도 가족도 다 버리구요?"
"네. 나랑만 다른 나라 가서 살자고 하면
그럴 수 있겠어요?"
"그건 너무 어려운 질문인데...
생각을 좀 해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음... 그렇죠."
잠시 침묵이 흘렀다.
훈지 씨가 나를 바라봤다.
"정아 씨는요?"
'나는 할 수 있어요.'
나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 부담이 될까봐
다른 대답을 했다.
"생각을 해 봐야죠..."
다음 날.
카페로 가면서 그 타로 가게 앞에 섰다.
들어갈까, 말까.
수십 번을 망설이고 있는데
가게 문이 열렸다.
"들어와요. 계속 서 있지 말고..."
"아...네..."
"나쁜 말을 듣게 될까봐
못 들어오고 망설이고 있었던 거죠?"
"네... 맞아요.
어제 해 주신 말씀 듣고
마음이 좀 심란해서요."
아주머니는 내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어제 데려온 사람, 유명한 배우죠?"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타로에는 반짝이는 별로 나오는데
이상하다 싶었어요."
아주머니는 지그시 나를 바라봤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을 거 같은데...
지금도 걸림돌이 많은 거 같고."
잠시 후에 물었다.
"그 사람을 꼭 그렇게 만나야겠어요?"
"네?
네... 다른 사람도 만나보고
피해도 보고 했는데...
잘 안 됐어요."
"인연이 끈질기죠?"
"네..."
"오늘 따로 오라고 한 건...
헤어지라고 말해주고 싶어서에요.
그 총각이 들으면 기분 나쁠까 봐
따로 오라고 했어요."
"헤어지라구요?"
"그런데 내가 이렇게 이야기해줘도
아가씨는 그럴 생각이 아닌 것 같아서요.
사실 어제 괜히 오라고 했다고 후회했어요."
"헤어지는 게 나을 정도로
저와 그 사람이 함께 있으면 안 좋은 건가요?"
아주머니는 잠시 망설이더가 입을 열었다.
"아가씨에게 안 좋은 일이에요.
그런데 그 총각이 아가씨를 사랑하니
결국엔 그 총각에게도 안 좋은 거겠죠."
"어떻게 안 좋은 일인지 안 물어보네요?"
"어떤 일이 있다해도 헤어지지 않을 건데
굳이 알고 싶지 않아서요."
아주머니는 고개를 가로 저으며 말했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아가씨... 잠깐만 기다려요.
내가 둘의 사랑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타로 부적을 줄게요."
"타로도 부적이 있어요?"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거죠."
"얼마인가요?"
"아니에요.
이미 아가씨 대답을 알고 있는데도
오늘 따로 오라고 한 건
내가 두 사람의 사랑을
지켜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이걸 항상 잘 지니고 다녀요.
그렇게 누군가를 깊이 사랑할 수 있다는 게
어찌 보면 부럽네요."
"감사합니다."
나는 아주머니가 주신 타로 부적을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했다.

"저... 일 그만 둬야 하나요?" <72화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