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를 오픈한 첫 날.
아직은 손님이 많지 않은데도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내가 먼저 오픈하고,
지성 씨는 점심때쯤 출근했다.
아무래도 오피스 빌딩이 많은 곳이다 보니
점심 먹고 나서가 제일 바쁠 거 같다.
다행히도 지성 씨가 카페에서 알바를 했던
경험이 있어서 의지가 많이 됐다.
이번 달은 영화 각색 작업도 시작하고
나도 카페 일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서
지성 씨에게 5일 모두 출근을 부탁했다.
다음 달 부터는 주에 하루 이틀 정도는
혼자서도 할 수 있기길 바랄 뿐이다.
점심때가 좀 지나고,
나도 지성 씨도 한숨 돌리며
커피 한잔씩 마시려고 하던 참이었다.
카페 문이 열리며
커다란 화분이 들어왔다.
"유정아 씨 계신가요?"
"네... 전데요."
"화분이랑 꽃바구니 배달 왔습니다.
여기 놓으면 될까요?"
"아... 네, 우선...
아니, 저기 소파 옆에 놓아 주시겠어요?
그런데... 보낸 사람이 누구죠?"
"박훈지 씨가 보냈네요.
꽃바구니가 하나 더 있어서요.
마저 가져다드릴게요."
'훈지 씨가...?'
"여기 꽃바구니요.
안에 카드도 있으니까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여기에 사인 좀 해 주세요."
"와... 사장님. 꽃이 너무 예뻐요.
남자 친구분이 보내신 거에요?"
"아... 아니요. 친구가 보냈나봐요."
나는 바구니 속에서 카드를 꺼내 열었다.
[정아 씨.
새롭게 시작한 일,
진심으로 축하해요.
잘되길 바라요.
당신의 여름이...]
카드 마지막에 적힌 이름을 보고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을 바꿔 달라던
훈지 씨가 생각나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이상하게 이런 거에 집착한단 말이야.'
나는 휴대폰을 꺼내 그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모두의 여름, 훈지 씨.
화분이랑 꽃바구니 잘 받았어요.
꽃이 너무 예뻐요. 고마워요.]
메세지를 보내고 잠시 후,
휴대폰에 답장이 와 있었다.
[모두의 여름은 사양합니다.😔]
"치..."
그 메세지가 듣기 싫지만은 않았다.
카페를 오픈한 첫 날이 지나고
어느새 금요일이 되었다.
그날은 다음 주까지 마쳐야 할
번역 일이 있어서
카페 일은 지성 씨에게 맡겨 놓고,
나는 자리를 잡고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 남자 손님이 커피를
테이크 아웃하여 나가고 있었다.
그 사람이 나가면서 내 쪽을 바라봤고,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웃으며 가볍게 인사했다.
"저 손님은 낯설지가 않은데요?"
나는 주방에 있는 지성 씨를 향해
물었다.
"저 분 하루에 한 번씩은 꼭 오시는 것 같아요.
저희 카페를 단골로 정하셨나봐요.ㅎ"
"아? 그랬어요?
그래서 낯이 익었구나...
내가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 해요.
카페 사장으로 치명적인 약점인 거죠?"
"단골 손님들은 기억해 두셨다가
아는 척해 주시면 좋죠."
"그러게 말이에요.
저 남자 손님은 꼭 기억하고 있어야겠다.ㅎ
지성 씨. 오늘 불금인데 이만 정리하고
친구들 만나요.
번역일 마치고 제가 마저 정리할게요."
"아니에요. 제가 할 일은 다 해 놓고 갈게요.
주말동안 오픈 안 하시잖아요."
"역시... 믿음직스러운 지성 씨!
내가 사람은 잘 기억 못 해도
사람 보는 눈은 있나 봐요."
지성 씨가 퇴근하고 나서도
나는 한참이나 카페에 더 머물러
일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카페 문이 열리고 누군가 들어왔다.
'내가 문을 잠근다는 걸 깜빡 하고 있었네.'
"스페인 에서요?" <10화 중에서>
<시즌1> 48화 'my summer' 편 참고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