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uela virtual de Weak Hero] Te hice llorar porque eres bonita.

Episodio 1. El estudiante transferido

내 일상은 언제나 지루한 단색이었다.

누군가를 부수고 짓밟는 소음조차 나에게는 아무런 색채를 띠지 못했다.

그저 죽어있는 필름처럼 반복되던 나의 세계.

 

그 무미건조한 도화지 위로, 네가 툭. 떨어졌다.

결코 섞일 수 없을 것 같던 나의 삶을 온통 얼룩지게 할, 아주 투명했던 물방울 하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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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 세상에도 색이 생겼네." 

 





 

 

제1화. 전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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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이 찡할 만큼 서늘한 새벽 공기가 감도는 이른 아침.

익숙한 걸음걸이로 학교 복도를 가로지르는 시은의 한쪽 손에는 낡은 영어 단어장이 들려 있다.

 

“...abandon, 포기하다. absolute, 절대적인.”

 

낮게 읊조리는 문장들이 하얀 입김이 되어 흩어진다. 텅 빈 복도에 시은의 발소리만이 규칙적으로 울려 퍼졌다. 가방 깊숙한 곳에서 교실 열쇠를 꺼내 문을 열자, 기름칠 되지 않은 문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열렸다.

 

‘드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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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어두운 교실. 시은은 익숙하게 불을 켜고 창문을 열어 밤새 고여있던 탁한 공기를 몰아냈다. 그리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세상과의 연결을 끊듯 이어폰을 귀에 깊숙이 꽂았다.

 

다시 시작된 무채색의 일상.

이어폰 너머로 흐르는 클래식 선율과 단어장의 글자들만이 시은이 허락한 유일한 세계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창밖의 푸르스름한 기운이 옅어지고, 복도에서는 하나둘 아이들의 운동화 끄는 소리가 들려왔다. 텅 비어있던 교실은 금세 소란스러운 소음으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시은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어폰 너머로 흐르는 선율에 의지한 채, 오로지 단어장 위의 글자들에만 시선을 고정했다. 주변의 소음은 시은에게 그저 멀리서 들려오는 기계음과 다를 바 없었다.

그때였다.

 

‘쾅-!’

 

정적을 깨는 거친 소음과 함께 앞문이 벽에 부딪히는 순간, 시끄럽던 교실 안이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시은의 책상 위로 드리워진 짙은 그림자. 이어폰 사이를 뚫고 들어온 건, 비릿한 웃음 섞인 목소리였다.

 

“야, 연시은. 오늘도 일찍 와서 전교 1등 놀이 중이냐?”

 

툭, 시은의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무거운 손길. 시은의 펜촉이 단어장 위에서 길게 삐져나갔다. 흑백뿐이던 시은의 도화지가 보기 흉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그 보기 싫은 검은 선을 기점으로, 숨을 죽이고 상황을 살피던 아이들의 긴장이 툭 풀렸다. 여기저기서 참았던 웃음과 가식적인 안도감이 터져 나왔다.

 

“아, 뭐야. 난 또 선생님이라도 온 줄 알았네.”

“야, 강우영! 살살 좀 해라. 우리 전교 1등님 놀라셔서 단어장에 줄 그으셨잖아. 크큭.”

 

교실은 금세 비웃음소리로 가득 매웠다. 아이들은 마치 재미있는 볼거리라도 발견한 듯 시은을 에워싸며 저마다 한마디씩 던졌다. 시은의 책상 주위로 드리워진 그림자들이 기괴하게 일렁였다.

 

하지만 시은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어폰 너머로 들려오던 음악은 이미 끊긴 지 오래였지만, 그는 여전히 세상과 단절된 척 단어장 위의 흉측한 선만을 응시했다.

  

다시 한번 강우영의 손이 시은의 뒤통수를 거칠게 때렸다.

 

“야, 연시은. 너 귀먹었냐?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해야지”

강우영의 비릿한 목소리가 정적을 갈랐다. 우영은 시은의 귀에서 이어폰을 무자비하게 뜯어내듯 낚아챘다

 

탁-’ 하고. 짧고 묵직한 마찰음과 함께 이어폰이 바닥을 굴렀다. 시은은 그제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 우영을 바라보았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는, 건조하다 못해 투명한 시선. 그 무심한 눈빛에

 

“이게 진짜… 눈깔 똑바로 안 떠? 어제 그렇게 처맞고도 정신 못 차렸냐”

 

우영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참지 못한 우영의 손이 허공을 갈랐다.

 

‘짝-!’ 소리가 나며, 비명 같은 파열음과 함께 시은의 고개가 돌아갔다. 창백했던 시은의 뺨 위로 지독하게 붉은 손자국이 피어올랐다. 열감이 번지는 뺨보다, 제 세상을 침범당한 불쾌함이 시은의 눈가를 짓눌렀다. 욱신거리는 통증 속에 시은의 눈동자가 옅게 떨리며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아- 안 되겠다, 너 오늘 한 번―.”

 

우영이 다시 손을 번쩍 치켜든 찰나.

 

‘드르륵―'

 

뒷문이 거칠게 열리며 누군가 들어섰다. 살벌한 기세로 멈춰 선 우영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가방을 한쪽 어깨에 대충 걸친 이한이었다.

 

“어? 이한! 왔어? 왜 이렇게 늦었냐?”

 

주변에 있던 애들이 반색하며 아는 체를 했다. 우영도 치켜들었던 손을 어색하게 내리며 혀를 찼다.

 

“아, 늦잠 잤어.”

 

이한이 무심하게 대꾸하며 교실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친구들이 아닌, 뺨이 붉게 부어오른 채 고개를 떨구고 있는 시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이한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아졌다. 그는 시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우영을 향해.

 

“야, 근데 오면서 보니까 담임 벌써 거의 다 왔던데. 적당히 해라.”

“아, 진짜? 아이씨…. 야, 연시은. 너 오늘 운 좋은 줄 알아.

 

우영은 분이 덜 풀린 듯 씩씩거리며 제 자리로 돌아갔다. 이한은 시은의 곁을 지나쳐 제 자리에 앉으면서도, 끝까지 시은의 붉어진 뺨을 집요하게 훑었다.

 

잠시 후, 앞문이 열리고 담임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 낯선 그림자 하나가 따라 들어오자, 교실 안이 순식간에 정적에 잠겼다. 아이들의 시선이 담임 옆에 선 안수호에게 꽂혔다. 교복은 입었지만 가방도 없이,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깊숙이 찔러 넣은 채 들어온 전학생. 검은 눈동자가 나른하게 교실 전체를 훑었다.

 

“다들 보는 것처럼 전학생이 왔다. 싸우지 말고 잘들 지내고.”

 

평소라면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질렀을 담임이 웬일인지 수호를 향해 조심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담임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수호에게 물었다.

 

“수호야, 들어가기 전에 애들한테 소개 좀 할래?”

“아- 네”

 

수호가 짧게 답하며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안수호다. 잘 지내보자.”

 

수호의 시선이 느릿하게 아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고 지나갔다. 그러다 교실 구석, 오른쪽 뺨이 붉게 부어오른 채 눈가에 채 마르지 않은 열기를 머금고 있는 시은에게 멈췄다.

 

수호의 눈동자가 순간 기묘하게 번뜩였다. 마치 흑백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색이 입혀진 피사체를 발견한 사람처럼. 그는 아무도 듣지 못할 만큼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이쁘네.”

 

담임이 비어있는 뒷자리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수호야, 저기 시은이 뒷자리 비어있으니까 저기 가서 앉아.”

 

하지만 수호는 담임이 가리킨 빈자리가 아닌, 시은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 앞에 멈춰 섰다. 수호는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않은 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학생을 내려다보며 나직하게 명령했다.

 

“나 여기 앉고 싶은데. 나와줄래?”

“어…? 어, 그… ”

 

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이 당황해 담임을 바라봤다. 하지만 담임은 못 본 척 고개를 휙 돌리며 어서 나오라는 듯 손짓을 보냈다. 결국 학생이 주섬주섬 짐을 챙겨 일어났고, 수호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시은의 바로 옆자리에 주저앉았다.

 

수호는 턱을 괸 채, 옆에서 떨구고 있는 시은의 붉은 뺨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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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상은 언제나 흑백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 메마른 종이 위로 아주 낯설고 선명한 물방울 하나가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