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최연준, 너 방금 한유민하고 눈 마주친거야?”
“쟤 이름이 한유민이냐?”
“어. 네가 봐도 이쁘지? 근데 성격 졸라 싸가지 없어서 건들면 안돼. 쟤 빽도 많을걸?”
연준은 하이에나처럼 낄낄대는 친구놈은 뒤로 하고 한유민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유민은 집중이 되지 않는지 구겨진 표정으로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확실히 깊이감 있는 얼굴과는 상반되는 성격 같았다.
“한 성깔 해 보이네…ㅋㅋ”
예쁜 얼굴을 잔뜩 구겨가며 샤프를 문제집에 찍어누르는 모습이 왠지 웃겼다.
***
“쨍그랑!!”
시든 장미꽃이 꽂힌 유리 화병이 공중으로 날아가 연준과 불과 몇센티도 되지 않는 거리의 벽에 부딪혀 깨졌다.
학교에 갖다오자마자 봉변이구나.
연준은 속이 뒤틀렸다.
“대체 언제까지 그런 상스러운 놈들과 어울릴거냐! 넌 늘 나에게 실망만 안겨주는구나, 최연준.”
“아버지.”
“늦기 전에 정신차리지 않으면 넌 나에게서 그 무엇도 물려받지 못할거다!”
“아버지!!”
연준은 눈을 부릅뜨고 피가 흐르는 손을 붙잡으며 울분을 토해냈다.
“내가 언제 아버지께 그 망할 회사 물려달라고 했습니까? 뭘 바란 적은 있습니까?”
“...”
“아버지는 고작 일곱 살 꼬맹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셨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부터,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고요! 그땐 버려놓고, 이제 와서 회사를 주겠다느니, 위하는 척 하지 말라고!”
“싸가지 없는 새끼-”
연준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부친의 사무실에서 뛰쳐나가 무작정 달렸다.
태어나보니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성공한 사업가의 아들이었고, 사랑받지 못한 아들이었고, 친척들의 손에 맡겨져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신세였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갈 곳 없는 돌멩이처럼.
어쩌다보니 그는 다시 끌려왔고, 그게 싫었다.
그는 친구들을 처음 사귀었고, 그들은 별로 질좋은 아이들이 아니었다.
그뿐이었다.
앞으로도 빛 한줄기 없이 이렇게 살아야 할텐데.
계속 겪어와서 익숙해야 할텐데.
그치만 연준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그는 계단에 쭈그려 앉아 비를 쫄딱 맞았다.
비는 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차게도 내렸다.
“야, 엉덩이 안 젖어? 일어나.”
“...? 너 아까… 한유민? 여긴 어떻게-”
그리고 그날 그런 그에게 처음으로 비가 올때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이 생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