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paso hacia ti
Como una pregunta sin respuesta correcta


이서연
"아…아 죄송해요, 제가 또 불편하게…"


정한
"서연아. 제발..."

정한의 낮은 목소리가, 정직하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 순간 서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그가 왜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얘기하는지왜 이렇게 목소리가 떨리는지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에 의해 입을 꾹 다물었다.

정한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의 감정선은 어디쯤에 닿아 있는 걸까.

도대체 어떻게 말을 이어야할지 어떤 표정을 해야할지 정말 너무도 모르겠다.

정답이 없는 문제처럼


정한
"..."

정한은 서연의 이름을 부르고는, 말끝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의 입술은 미세하게 열렸다가 닫히기를 반복했고, 눈빛은 서연의 눈에, 그 안에 담긴 복잡한 감정들에 깊이 잠겨 있었다.

테이블 위로 잔잔하게 퍼지던 따뜻한 커피향,

그리고 카페 창밖으로 흐르던 늦은 저녁의 공기마저 둘 사이의 숨 막히는 정적을 감싸 안고 있었다.

서로 닿아 있는 시선.

허공에 떠 있는 침묵은, 너무도 조용해서 오히려 울릴 정도였다.

마치 누군가 숨만 내쉬어도 부서질 듯한 고요함이었다.


정한
"...아, 미안해요."

정한은 마침내 고개를 돌리며 낮게 중얼였고, 눈빛을 피하듯 시선을 내렸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의자에 걸쳐두었던 자켓을 조용히 챙겨 들었다.


정한
"먼저 가볼게요."

그 한마디에 서연의 어깨가 작게 움찔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정한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한걸음. 두걸음. 세 걸음.


정한
"....하아.."

정한은 문 쪽으로 몇 걸음을 옮기다, 한 차례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천천히 걸음을 멈췄다.

그의 손끝이 자켓 소매를 조였다가 풀기를 반복했다. 그 숨결 속엔 수많은 망설임과 미련이 뒤엉켜 있었다.

그리고 이내, 그는 다시 몸을 돌려 그녀에게 돌아왔다.

그는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정한
"혹시 매운 거 먹으러 안 갈래요? 나… 짬뽕 같은 거, 땡기는데."

그의 말투는 익살스럽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았다. 서연의 얼굴에 얼떨떨한 표정이 떠오른다.

이서연
"...네?"

정한의 예기치 못한 제안에 당황한 서연은 눈을 깜빡이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둘은 함께 카페를 나와, 모자를 눌러쓴 채 한적한 골목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둠은 짙어졌고, 바람은 적당히 선선했다. 서연은 걷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서연
"선배님, 매운 거 잘 드세요?"

정한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정한
"적당히요. 후배님은요?"

서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이서연
"저도요. 스트레스 받을 때는 좀 먹는 편이에요."

짧은 대화 속에도 두 사람의 발걸음은 점점 나란해졌고, 사이사이 흘러나오는 웃음도 전보다 가벼워졌다.

그제야 서연은 조금 안도의 미소를 띠며 진심을 꺼냈다.

이서연
"…사실은, 선배님이 그날 촬영장에서 좀 멀어진 느낌이 들어서요. 제가 혹시… 너무 친한 척했나 싶기도 했고…"

정한은 그 말에 걸음을 멈칫했다.

그날 자신이 보인 태도가 그녀에게 얼마나 많은 고민을 안겼는지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는 입술을 눌렀다 떼며 고개를 살짝 돌리려다, 다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서연은 애써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서연
"그런데, 오늘 이렇게 다시 말하게 돼서 정말… 감사해요."

정한은 눈을 내리깔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 붉어진 귓가를 손끝으로 살짝 가린 채 말했다.


정한
"…승철이가 그런 상담 하리라곤... 생각 못했어요. 진짜."

서연도 피식 웃었다.

이서연
"그러게요. 오빠한테 저는 정말… 아닌가 봐요."

그 말에 정한은 그녀를 쳐다보다 아무 말 없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미 어둑해진 하늘 아래 별 하나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서연은 위를 보며 작은 미소를 지었다.

이서연
"오늘은 별이 안 보이네요. 선배님… 제가 아는 척 좀 해보려 했는데… 흐, 해… 해보려다가…"

서연은 말을 다 잇지 못하고 고개를 더욱 들었다. 눈물이 떨어질까 두려워 하늘을 향해 올렸던 시선이 떨렸다.

그 모습을 본 정한은 순간 망설임 없이 그녀를 조심스럽게 끌어안았다.

한쪽 팔은 그녀의 어깨를, 다른 팔은 가볍게 그녀의 머리를 감쌌다.


정한
"…가려줄 테니까. 울어요. 울고 싶은 만큼."

그 한마디에, 참았던 울음이 터졌다. 서연은 그의 가슴께에 얼굴을 묻은 채 조용히 흐느꼈다.

정한은 그녀의 등을 천천히 토닥이며,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말 대신 서로의 체온이 오가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