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ORTUNIDAD: Oportunidad

#01

우리 가족은 부유했다.

성공한 사업가 아빠, 그런 아빠 곁에서 항상 응원해주며 같은 편이었던 엄마.

물론, 딱 내가 여덟살 때까지의 이야기다.

내가 아홉살 때 아빠는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회사를 잃었고, 우리집에는 빨간 딱지가 붙었다.

엄마는 매일 울었고, 그런 엄마를 보며 아빠는 술을 마셨다.

내가 열 두살때 아빠와 엄마는 이혼했다. 술 냄새가 싫던 나는 엄마를 따라 집을 나섰다.

가난했지만 둘이서도 나름 행복했다.

그런데, 그 작은 행복도 내겐 허락될 수 없었던걸까.

내가 중학교를 막 입학했을 때, 엄마는 죽었다.

암이었는데, 돈이 없어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한 탓이었다.

모두가 날 보며 동정했다. 안타깝다고 했고, 친구 엄마들은 잘 이겨낼 수 있다며 머리를 쓰담아주고 가기도 했다.

나는 자연스럽게 아빠한테 갔다. 아빠는 아직까지도 술에 의존하며 살고 있었다.

중학교 2학년 때 부터는 돈을 벌 방법을 생각했다. 시급 보다 한참 낮은 돈을 받으며 뼈가 으스러질 때까지 일했다.

그렇게 번 돈은 매일 편의점에서 내 밥값으로 쓰여졌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서 나는 깨달았다.

내가 살아 남는 유일한 방법은 공부 뿐이라고.

그래서 미친듯이 공부했다. 남이 쓰다 버린 자습서를 주워다 풀었고,

알바 하면서도 단어를 외웠다.

그렇게 3년을 했는데,

결과는 탈락이었다. 아무리 눈을 비비고 확인해도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은 없었다.

그렇게 재수를 했다. 4시간 자던 잠을 3시간을 줄이고 매일 코피를 쏟아가며 공부했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나름 알아주는 대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했고, 여자친구라는 것고 처음 사귀었다.

아빠로부터 완벽히 독립하여 잘 살았다. 나는 정말 행복할 줄만 알았다.

근데.

사채업자들이 찾아왔다. 아빠가 1억을 빌렸는데 갚지도 않고 죽어버렸단다.

몇 년째 연을 끊고 살았는데, 이게 무슨 개소린지.

과외를 몇 개씩 했고, 밤에는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며 공부했다.

나에게 살 길은 오직 이거 하나였으니까.

정말 고맙고 미안하게도, 내 삶의 마지막 희망이던 여자친구가 돈을 보태주었다.

나는 그 날, 펑펑 울며 이 여자와의 결혼을 결심했다. 돈 많이 벌어서 이 여자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리고 내 삶의 목표였던 그 여자는,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아 다섯 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다.

잔인하게도 내게 그리 오래 슬퍼할 경제적 여유는 없었다.

당장 이번 달 월세, 생활비. 며칠을 쫄쫄 굶어야만 해결할 수 있었다.

나는 바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다. 재수할 때보다 더 열심히, 잠도 자지 않고 카페인에 의지하며 1년을 버텼다.

공무원 시험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있는 걸 보고 몇 시간동안 울었다. 내 노력을 이렇게라도 인정 받는 것 같아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를 위한 소비를 하기로 했다.

버스가 아닌 택시를 타고 고급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혼자 고급지게 스테이크를 썰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다.

택시에 타 실실 웃으니 기사님이 좋은 일이 있냐며 물었다.

나는 당당하게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기사님은 자기일처럼 축하해주셨다.

눈이 감긴다. 그동안 쌓였던 피로가 몰려오는 모양이다.

눈을 꼭 감았다.

구름 위를 걷는 것 처럼 편안하고 행복했다.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행복한 기분이었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학생, 학생! 눈 좀 떠 봐."

"학생, 내 목소리 들려? 학생!"

그렇게 나는,

영원히 잠들어버렸다.

팟-

전정국 image

전정국

헉... 허억... 헉...

아빠

그래~ 유태가 보통 능력자냐~!

엄마

여보, 여보. 이번에 대박나면 우리 한남동으로 가자.

엄마

한강뷰 보이는 곳에서 좀 살아보자구~ 응?

아빠

그럼! 야, 그냥 한강뷰 집을 지어버려!ㅋㅋㅋㅋ

아빠

곽유태 이 자식ㅎ 옛날에 도와준 거 안 까먹었나봐~

전정국 image

전정국

......?

전정국 image

전정국

곽유태...

눈 뜨자마자 보이는 건 내가 아홉 살때 살던 집이다. 으리으리한 조명, 장식장.

고급스럽게 깔려 있는 카펫까지.

전정국 image

전정국

ㅇ, 이게... 어떻게 된거야...

불행만 가득하던 삶. 행복이라면 잠시도 주지 않던 신.

그런 내게,

기회가 찾아왔다.

과거를 바꿀 수 있는 기회.

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

내 인생을 바꿀 수 있는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