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ORTUNIDAD: Oportunidad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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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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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ㅇ, 엄마... 엄마...

진짜, 우리 엄마다.

13년만에 보는 엄마의 얼굴. 엄마는 누구보다 환하게 빛나고, 예뻤다.

엄마

응, 아들~ 깼어?

엄마

미안. 우리가 시끄럽게 해서 깼구나. 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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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ㅇ, 아니... 그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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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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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엄마 진짜 너무 보고싶었어... 엄마...

엄마

얘가 왜 이래?ㅋㅋㅋㅋ

엄마

무서운 꿈이라도 꿨어?ㅋㅋㅋ

지금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구분조차 가지 않는다.

꿈이라기에는 너무나 생생했고, 현실이라기에는 말이 안됐으니까.

하지만 엄마를 보는 순간 꿈이던 현실이던 상관 없었다.

그게 뭐든, 엄마가 내 앞에서 웃고 있으니까. 엄마가 날 보며 아들이라고 불러주고 있으니까.

아빠

정국아. 이사가고 싶지? 그치!

익숙한 대사다. 그래, 18년전에도 아빠는 내게 이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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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응...?

아빠

아빠가 이번에 크게 한 건 할 것 같거든~

아빠

그럼 정국이 방도 지금보다 두 배는 넓어질거야!

토시 하나 안틀리고 똑같이 말한다. 내 기억에는 18년전이어도, 조각처럼 기억이 남아있기에 알 수 있다.

어쩌면 내 불행의 시작은 이때부터였다.

막으면 된다. 그러면 아빠가 알코올 중독자가 될 일도, 엄마가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할 일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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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니. 나는 방 넓어지는 거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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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지금 이대로가 제일 좋아.

아빠

오~ 우리 아들 다 컸네~

아빠

무조건 좋은 집으로 가고 싶어하는 너희 엄마보다 낫다!

엄마

ㅋㅋㅋㅋㅋㅋ 사돈남말 하기는~ 당신도 그랬잖아요~

이건 기억에 없던 말이다. 내가 대답을 다르게 했기에, 원래는 하지 않았던 말을 한 거다.

엄마

여보. 입금날이 언제라고 했지?

아빠

으응- 내일 하려고.

아빠

이번 주까지만 줘도 된다는데, 그럴 필요가 뭐 있어.

엄마

확실한 거 맞지?

아빠

아 그럼~! 유태야. 곽유태라고ㅋㅋㅋㅋ

아빠

나만 믿어~

곽유태.

아직까지도 내 기억속에 또렷이 남아있다. 이 사람만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이 불행해졌을 리 없었으니까.

입금만 막으면 된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이 입금만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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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아빠, 하지마.

아빠

응? 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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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곽유태. 그 사람한테 입금 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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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입금 하면 안돼. 그럼 우리 망해.

머릿속으로는 문장이 착착 정리되었는데, 막상 말로는 이정도 수준의 어휘 밖에 뱉어지지 않았다.

아빠는 호탕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

우리 정국이 드라마 봤구나~

아빠

아빠한테 망함이란 없어~ 걱정마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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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드라마 본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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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입금 하면 안돼. 그러면 아빠도 죽고 엄마도 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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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그리고 나도 죽어.

아빠

......

아빠의 표정에는 웃음기가 싹 가시고 진지함만 남았다. 그래, 드디어 내 말을 들어주는구나.

아빠

전정국. 아빠한테 그런 말 하면 안돼.

아빠

아무리 어려도 안돼는 건 안돼는거야.

아빠

죽는 다는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니야, 알겠어?

믿지 않는다. 내 말을 들어줄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엄마도 나를 달래며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니라고 가르친다.

나는 아홉살이다. 10년도 채 살지 않은 작은 꼬맹이가 뭐라 말해봤자인게 현실이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가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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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나 2020년에 죽어, 너무 무리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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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정국

과로사, 그게 내 사인이야.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게 사후 세계인지 뭔지 내 알 바가 아니다.

적어도 이 세계에서만큼은,

우리 가족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