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 amo tristemente.

4, pasado

얼만큼 시간이 지났을까, 이틀즈음 되었나. 두 밤을 지나왔지만서도 갑작스레 바뀌어버린 환경은 좀처럼 적응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넓디 넓은 궁 안에 갇혀있노라니 차라리 근처를 산책하는 편이 우울감을 덜어줄 것 같아 여주는 밖으로 나왔다.

비록 궁 안의 정원이지만 말이다. 아름다웠다. 색색깔로 수를 놓는 꽃잎들이, 선선한 봄바람에 장단맞춰 날아드는 벚나무의 여린 꽃잎이.

잔잔하게 흐르는 작은 호수 위로 꽃잎이 내려 앉을때면, 여주는 꼭 기억이 겹쳐 머리가 지끈거린다.

여주의 신경이 이리저리 뒤엉켜 실재하지 않는 것이 제 시야에 아른거리기도 했다. 이를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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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여주야, 너무 아름다운 날이야.

선왕이자, 자신의 전 애인이었던 정한이라 할 수 있겠다.

- 10년 전 -

푸르고 아려오는 아지랑이가 항해하는 여름이었다.

그 날, 정한과 여주는 처음 만나게 되었다.

어린 정한

어, 너 왜 혼자있어?

어린 여주

.. 그냥, 친구들이 안 놀아줘서..

어린 정한

나랑 같이 놀자!

어린 여주

아냐.. 그럼, 너도 괴롭힘 당할거야..

어린 정한

그런 게 어디있어, 정말 그런 놈들이 있다면 내가 싹다 물리쳐줄거야!

어린 여주

으응... 정말..?

어린 정한

물론이지! 엇, 아.. 잠깐만.. 으으, 우리 빨리 숨자!

어린 여주

응..?

정한의 말에 무작정 둘은 풀숲 사이로 숨었다.

어린 정한

다 사정이 있어서 그래애애- 어아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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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우

정한 왕자님, 뭐하시는 겁니까?

어린 정한

아, 아, 아니, 은우장군! 그게 아니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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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우

아무리 회담 중이라 해도요, 이렇게 도망나오시면 안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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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우

왕자님 아버님이 찾고 계십니다, 얼른 가시죠.

어린 정한

아, 은우장군! 금방 따라갈테니까요, 그냥.. 조,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정한은 옆의 사내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말했다.

어린 정한

너 이름이 뭐야?

어린 여주

..여주, 서여주.. 근데 넌 어디 왕자님이나 되ㄴ-

어린 정한

난 정한이야! 윤정한! 다음에 또보자, 여주야아~

정한은 그렇게 사내의 손에 이끌려 어딘가로 사라졌다. 여주에게 있어 정한의 첫인상은 그랬다. 밝고, 명량하고, 찬란하게 빛나던 아이.

그 첫 만남 이후 재회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틀만에 만난 둘은 정한이 왕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왕가에서 사라진 정한을 찾느라 풀어둔 병사들을 피해 다니는 것이 일상이었다.

둘은 그저 해맑게 웃으며 매일을 보냈다. 어두웠던 여주가 밝아지고, 찬란한 정한이 그녀를 비추었다.

어느 날 부터 정한이 모습을 보이지 않더니, 다시 만난 건 대략 9년 후였다.

여주 image

여주

윤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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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여주야, 나 안 잊었구나. 오랜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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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아, 진짜- 왜 이렇게 늦게 찾아오냐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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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미안, 여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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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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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나, 왕이 될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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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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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응, 그렇대. 왕이 되어서, 이 멋진 나라를 빛낼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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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너, 진짜 멋지다-.. 완전, 엄청, 진짜 멋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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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고마워, 여주야. 그리고, 부탁이 하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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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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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

나의 여인이 되어주세요, 서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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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

...아, 윤정한..! 진짜아...

정한 image

정한

아하하,

둘은 매일같이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처음 만났을때와 같이, 매일이 찬란했고 또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행복은 얼마 가지 못해 명을 다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