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 ti otra vez,
Cinco. El camino para convertirse en una molestia.


여주의 이야기를 들은 거실에는 한동안 침묵이 깔렸다.

남준은 이마를 긁적이며 이 말을 믿어야할지 말지 고민하는 것 같았고.

호석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지갑에서 명함하나를 꺼내 여주의 앞에 내밀었다.


신여주
........

명함을 들어 바라보는 여주에게 호석이 털썩 소파에 기대 앉으며 말했다.


제이홉
거기 내가 다니는 정신병원인데, 상담 잘해주거든요.


신여주
.......


제이홉
내일 예약해줄테니까 한 번 가봐요.



김남준
.....야, 홉아.

남준이 당황하며 여주와 호석을 번갈아 살폈다.

잠시 여주를 바라보던 호석이 '피식-' 웃으며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제이홉
난 진짜 무슨 엄청 대단한 사연이 있는줄 알았네. 아 대단하긴 하지. 다른세상? 다른 공간에 나라는 사람이 또 있는데 죽었어. 그래서 날 찾으러 왔다. 그거 어떻게 믿어요?


신여주
.........


제이홉
그리고, 그 세상에서 나랑 똑같은 얼굴이랑 서로 좋아했다고 쳐요ㅡ 근데 그게 나는 아니잖아요.

여주가 시선을 들어 호석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차가운 그의 시선과 마주하자 여주는 더 견디지 못하고 애꿎은 명함만 만지작거리며 다시 고개를 숙여버렸다.

호석은 그런 여주를 빤히 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이홉
뭐 사정은 알았으니까 이제 그만 다들 돌아가지? 오늘 너무 피곤한데.


신여주
......


제이홉
아, 그....여주씨?

호석이 여주를 부르자 그녀가 놀라며 호석을 올려다보았다.


제이홉
좋게 생각해요. 죽은 사람 잊고 여기서 새롭게 새 삶 시작하면 되지 않겠어요?


신여주
....네....?

멍하게 되묻는 여주의 어깨를 그가 위로하듯 묵직하게 누르며 여주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며 말한다.



제이홉
더 좋은 사람 만나라구요. 여기, 다른 세상에서.

그 말에 정신이 번쩍드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을 만나라고.

여기 혼자 떨어져서 한다는게 고작.

위로랍시고 어깨를 툭툭 쳐주며 돌아서려는 호석의 손목을 여주가 두 손으로 붙잡아 세웠다.


제이홉
......?

돌아보는 호석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여주가 결연하게 말했다.


신여주
저는, 그쪽 만나러 온거예요.



제이홉
.......


신여주
당신. 찾아온거라구요.


서로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제이홉
.....하,

잠시 그렇게 마주쳤던 시선을 피하며 호석이 여주에게 잡힌 손을 빼냈다.


제이홉
신여주씨.


신여주
.......


제이홉
내가 누군지 알아요?


신여주
.......

호석은 말대신 갑자기 리모콘을 들어 TV를 켰다.

마침 나오는 뉴스에서는 타이밍 좋게도 "제이홉" 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가수 제이홉이 또 한번, 역사를 썼습니다. 얼마전 발매한 싱글앨범이 빌보드 핫 100 1위를 하면서....."

다른 버튼을 누르자 그와 관련한 방송 항목들이 쭉 나열되고. 그 중에 아무거나 누른 그가 리모콘을 던져버렸다.

넓은 무대위, 뜨거운 조명을 받으며 콘서트를 하는 그의 모습이 커다란 TV화면에 비춰졌다.


제이홉
난 정호석이 아니라 제이홉이고.


신여주
......


제이홉
당신이 머물고 싶다고 쉽게 내 옆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신여주
........


제이홉
내 일거수 일투족 기사가 되고. 전세계 팬들한테 알려져요. 사랑.....?


제이홉
그런거 하기에 난 지금 너무 바쁜 몸이라.

돌아서는 호석의 뒷모습에 여주는 초조하게 말아쥐고 있던 주먹에 힘을 꼭 쥐어보았다.

여기서. 멈추면 안돼.


신여주
갈 곳이 없어요.


제이홉
.......


신여주
여기서 나란 사람이 존재했는지 모르겠고ㅡ 근데 일단 지금 가진게 아무것도 없어요. 아는거라곤, 당신이랑 이 집 비밀번호가 전부예요

아....비밀번호....

그제야 당연스럽게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던 여주가 떠올라 호석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그녀를 돌아보았다.


신여주
도와주세요.


제이홉
뭐. 뭘 어떻게 도와줄까요?돈이라도 빌려줘요?

짜증스럽게 묻는 호석에게 여주는 굴하지 않고 대답했다.


신여주
독립할수있는 돈만 모이면, 나갈께요. 그때까지 저, 가정부로 써주세요.

호석이 고개를 위로 젖혀 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고 남준을 돌아보았다.

이 여자 어떻게 하냐는 눈빛에 결국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남준도 나섰다.


김남준
저희집에서 일하세요 그럼.


신여주
아뇨. 여기여야 겠어요. 말했잖아요, 저는 호석이....아니.... 제이홉씨 만나러 온거라고. 여기서 답을 찾아야 겠어요.


신여주
당신이 내가 알던 정호석과 다르다는걸 인정할 시간. 내가 혼자서 이 세상에서 살아갈수 있는 준비를 할 시간. 전 여기서 해야겠어요.


제이홉
....이봐요. 내 말 못알아들었어요??? 여기서 한집에 살다가 스캔들이라도 나면? 내 인생 당신때문에 한순간에 다 무너져버리면 당신이 책임질거야?


신여주
집에서 한발자국도 안나갈께요. 거슬리게도 안할께요. 옆에만 있게 해주세요.


제이홉
아 진짜.....돌겠네.

호석이 끓어오르는 짜증을 참아보려고 마른세수를 하며 돌아선 순간. 여주는 빈방으로 보이는 곳으로 뛰어들어갔다.


제이홉
이봐요!!!

쾅!!

문이 닫히고 안에서 잠궈버린 여주에 호석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허리에 두 손을 올렸다.

방 안에서 여주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여주
저도요! 저도 진짜 지금 제가 염치없고 민폐인거 아는데요....!



제이홉
알면 당장 나오라고!


신여주
제발......도와주세요..... 저 진짜....너무 무서워요.... 당신은 저를 모르지만.... 제가 의지할 사람은 당신뿐인데.....


제이홉
.........


신여주
정말 딱 한달만.... 안될까요......?

남준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호석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김남준
홉아. 오늘은 일단 너무 늦었다.


제이홉
.....아. 짜증나.


김남준
나도 오늘은 여기서 잘께. 일단 내일 스케줄 있으니까, 천천히 좀 생각해보자.

다독이며 진정시키는 남준의 손길에 호석은 결국 여주가 들어가버린 문에서 몸을 돌렸다.


김남준
......내가 미안하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데려온건데.


제이홉
........ 여기 들어오는거, 따라붙은 기자나 본 사람 없었어?


김남준
...아, 응. 없었어. 다행히.


제이홉
잘 살펴. 괜한 스캔들 안나게.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고 들어가버린 제이홉에 혼자 덩그러니 거실에 남겨진 남준은 그제야 무겁게 숨을 내쉬며 여주의 방을 돌아보았다.

앞으로.... 좀 힘들것 같다는 예감이. 훅 왔다.



창문도 없는 방구석에 앉아 한참을 그냥 멍하게 있던 여주다. 시계도 없어 몇시인지도 모르는데, 많은 생각들로 잠도 오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벌컥, 누군가의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저벅저벅 걸어오는 소리. 그리고-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여주가 천천히 일어나 손잡이를 잡았다.


스르르.....



제이홉
아, 깜. 짝이야.....!

어두운 방에서 검은 상복을 입고 나온 여주의 모습에 문 앞에 서 있던 호석이 흠칫 놀랐다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여주에게 옷을 내밀었다.


신여주
.....이게....뭐예요?


제이홉
옷.


신여주
......


제이홉
무서우니까 그 상복 좀 벗고.


신여주
........


제이홉
그.....여자옷은 없어서 사이즈 좀 작은걸로 고르긴 했는데. 대충 입어요.

내밀어진 옷을 여주가 말없이 받았다.


제이홉
나 내일 하루종일 스케줄 있어서 집에 없으니까 일단 어디 나가지 말고 여기 있어요. 얘기는,


신여주
......

눈이 마주치자 호석은 시선을 돌려버렸다.


제이홉
정신 좀 챙긴 다음에 합시다, 우리.

여주는 말없이 그가 가져다준 옷을 만지작거렸다.

차갑기만 하던 그에게서 처음으로 받은 호의는, 생각보다 더. 감동스러웠다.


신여주
.....고마워요.

작은 중얼거림에 호석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신여주
진짜....!

돌아선 그의 뒤로 들린 여주의 작은 외침에 호석이 슬쩍 돌아본다.


신여주
...미안해요. 그리고....진짜 감사합니다.

그녀의 인사를 뒤로하고 호석은 찝찝한 기분으로 돌아섰다.

하여간. 짜증나는 여자다.



[작가의 말] 저는 연휴때 늘 심심했던 기억이 있어서...혹시나 저처럼 심심한 분들 읽으시라고 부지런히 쓰는 중인데요 ㅎ 너무 자주 올라가서 힘드시면 댓글 안다셔도 되요^^ㅎ 그냥 소소한 시간 때우기가 되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이번화 무려 3700자....! 엄청 길었네요;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