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찾는 벌과 나비: 탐화봉접

初段 : 첫번째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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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段 : 첫번째 계단]










"나가."

"폐하, 부디 옥체를 생각하시어 ⵈ"


정국이 눈가를 팍 구기고 제 앞에 놓인 약제통을 집어 들었다. 바닥에 납작 엎드려 자신을 어르고 달래는 의원을 향해 통을 던진 정국이 악을 썼다. 이딴 게 도움이 될 듯싶어? 요란하게 벽에 부딪힌 통에서 쏟아진 약제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필요 없다고 했다."

"하오나 폐하 ⵈ"



궁녀들 사이에서 불미스러운 소문이 나돌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병을 ⵈ. 왜, 네 눈에도 내가 미친 듯 보여? 의원의 말을 툭 잘라먹은 정국이 의원에게 물었다. 원이가 보인다는 내가 미친 듯싶은 거지? ⵈ 송구스럽습니다. 정국이 고개를 푹 숙였다. 하, 하하, 하하! 한숨처럼 시작된 웃음이 소리를 더해갔다.


"아아 ⵈ 원아 이제 난 어쩌면 좋지 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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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군 고개 아래로 정국이 울먹였다.



***



"폐하께서 약제에 손도 대지 않았답니다."

"상궁에게 들었네."

"대감, 무슨 수를 써야 합니다. 벌써 항간에 소문이 파다해요."

"그것도, 들어 알고있어."


영의정이 난감한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다. 이미 파다한 소문의 반이 사실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2년 전, 끔찍이 사랑한 세자빈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왕이 그만 미쳐버리고 말았다던가. 죽은 세자빈의 원혼이 외로워 왕의 침소로 들어가는 걸 어느 의녀가 보았다던가 하는, 정국에 대한 소문.


황제 즉위식이 얼마 남지 않았던 2년 전, 평소 몸이 약했던 세자빈 원은 정국과 석반을 먹은 뒤 별궁에서 병으로 병사했다. 그 충격으로 정국은 매일같이 환청과 환각에 시달리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고, 정국을 살리기 위해 영의정이 입막음을 한 것이다.


"대감, 지금도 얼마나 버티실 수 있을 지 모르는데 이대로 손 놓고 있단,"

"영의정, 오랜만입니다."

"... 좌찬성, 기별도 없이"

"의원에게 볼 일이 있어 약방에 갔다 여기 있단 말을 듣고 왔지요." "여의정은 어인 일입니까?"

"가는 길이었네."



영의정이 시선을 거두고 걸음을 옮겼다. 좌찬성, 정국의 즉위를 달갑게 보지 못해 영의정과 대립이 잦은 인물이자 영의정이 ㅈㅇ국의 상태를 가장 숨기고 싶어 하는 인물. 겉은 웃어도 속은 모른다고, 좌찬성을 반갑게 여기는 이들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반갑게 여기는 이들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의원, 강녕전에서 오는 길이오?"

"예, 대감. 폐하의 안위를 살피고 오는 길입니다."

"강녕전에 드는 일이 부쩍 늘었다고 들었소."

"대감."

"혹 폐하께서 아프기라도 하신 겐가?"

"폐하의 옥체에 관한 말은 함부로 떠들어선 안 됩니다." 
"폐하께선 건강하시니 걱정 마십시오."


약한 왕은 흔들리기 쉬운 법이렸다. 감정에 휘둘리는 왕은 더욱이 흔들기 쉬울 것이었다. 죽은 세자빈에 묶여 강녕전 밖으로 한 발자국도 때지 않는 미친 왕. 좌찬성에 의해 정국은 그렇게 한 번 더 무너졌다.



***



"강녕전 앞으로 꽃구경을 가시는 게 어떠세요?"


꽃이 환하게 피었으니 폐하도 틀림없이 마음에 들어 하실 겁니다. 강녕전 안에만 계시면 답답하잖아요. 꽃구경이라는 말에 뚱하던 정국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참 오랜만의 외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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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ⵈ 허내관, 저기 저 아이,"


세자빈 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