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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허구입니다. 현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나는 정국을 보며 싱긋 웃었다.
“내가 떡하니 살아있는데, 어떻게 죽어.”
“그것도 맞는 말이야.”
정국은 재밌다는 듯이 웃어보였고 나 또한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기 싸움이 계속될 듯 해 보였고 선택창이 떴다.
1. 그런데, 죽으려 했던 건 맞지.
2. 적당히 할까? 기 싸움도 지겨운데.
3. (교과서를 핀다.)
‘3번은 무조건 패스. 뭔 공부 나부랭이를 여기까지 와서 해.’
‘조금 스릴도 추구하면 재밌으니까.’
나는 전과 같은 미소를 지으며 1번을 선택했고
자연스럽게 나의 손은 셔츠 깃을 만진다.
“그런데, 죽으려 했던 건 맞지.”
나는 셔츠 단추를 풀러 정국에게 쇄골에 있는 밧줄 자국을 보여주었다.
“짜잔 - .”
정국은 나의 행동에 몹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고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의 표정은 못 볼 거라도 본 느낌,
껄끄러움을 넘어서 증오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의 입술이 열리고 단호한 그 말.
“치워.”
그는 인상을 쓰더니 자신의 손목에 채워진 시계로 시간을 살폈다.
“아, 그래.”
그의 과도한 반응에 나는 조금 당황했고
‘이걸 바란 게 아니었나?’ 하고 생각해봐도
이게 가장 확실한 선택지였던 것 같다.
그렇게 조금은 무겁고 답답하게 1교시를 보낸 것 같다.
-
1교시가 끝나고 엎드려 자고 있던 나를 깨운 건 다름아닌 김태형이었다.
“야, 김예나. 그거 진짜냐?”
“X발, 뭐가.”
나의 단잠을 깨운 김태형이 짜증났지만 대답할 건 대답해야지.
“흔적.”
“뭔 흔적.”
“가족이니까 좀 본다.”
김태형은 빠르게 내 셔츠를 풀어 쇄골을 훑어 보았고
나는 그를 강하게 밀쳐내며 말했다.
“X친 놈.”
“하, 진짜네?”
김태형은 내가 우습다는 듯이 굴었다.
“네 눈앞에 가져다 대야 보이는 거야? 적당히 해야지.”
“아니, 그런 소문이 돌길래.”
“뭔 소문.”
“'김예나가 자살시도를 한 흔적을 보았다.'라고.
그렇고 그런 소문이지. 그런데 팩트 체크는 해야 재밌는 거잖아?”
화가 나 도무지 참을 수가 없었다.
당장이고 소리치고 저 얄미운 놈을 없애버리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김예나의 평판에도 금이 갈 것이다.
가뜩이나 내가 함부로 행동한 것 때문에 소문까지 난 마당에
과민반응을 하면 그것에 말리는 것이었다.
대책을 강구해야 됐다. 어떻게든...
내가 생각을 하던 도중 내 눈 앞에 선택창이 떴다.
1. 그래, 팩트체크를 해야 재밌지.
2. 그럼 차라리 사진이라도 찍어가지 그래?
3. 하나도 재미 없어.
‘모든 선택지가 하나 같이 X같네.’
‘그래도, 그나마 발버둥이라도 쳐야지 않겠어?’
나는 3번을 선택했고 김태형의 멱살을 잡았다.
“하나도 재미 없어.”
그리고 그의 멱살을 잡았던 손을 가볍게 풀어냈다.
그의 표정은 예술이었다.
‘감히 김예나가 내 멱살을 잡아?’ 라는 듯한 표정이 우스웠다.
“태형아, 겁나니? 겁내지 마, 키 더 안 큰다.”
나는 그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쓰다듬고 나갔고
김태형은 열이 단단히 뻗친 듯 했다.
-
나는 가슴이 답답하여 옥상으로 올라갔다.
‘무슨 단속이 이래.’
옥상 문을 열자 손쉽게 열리는 문에 웃으며 들어간다.
옥상에는 거의 다 해진 매트를 깔아두었고
옆에는 쓰지 않는 책상 몇 개를 쌓아두었다.
흔한 옥상처럼 보였고 거의 다 해진 매트 위로 눕는다.
“학교 째는 게 이렇게 좋은 거였나?”
나는 따스한 햇살을 옥상에서 한껏 즐겼고
스마트폰을 꺼내 기분 좋은 노래를 듣는다.
그렇게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발걸음 소리가 들렸고
황급히 노래를 끄고 책상 뒤로 몸을 숨긴다.
“아무도 없네.”
남자 목소리가 들렸고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에 잠자코 있었다.
그러자 불을 붙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이여 매캐한 연기가 내 코끝을 괴롭혔다.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매캐한 연기를 막으려고 했지만
자꾸만 기침이 나올 것 같았다.
결국...
“콜록!”
크게 기침을 하고 말았다.
“?”
내 쪽을 쳐다보는 듯한 남자에 바짝 긴장하며 눈을 감았다.
몸은 최대한 쪼그려 앉았고 내가 이 곳에서 사라지길 바랬다.
“뭐야, 애잖아. 2학년?”
은근 사투리가 섞인 억양에 놀라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ㄴ...네?”
그는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고
명찰에는 그의 이름 석자, ‘민윤기’가 적혀 있었다.
“2학년 맞나?”
“맞는데...”
“아, 너도 수업 쨌나?”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민윤기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나도 쨌제. 몇 반?”
“3반...인데.”
내가 은근슬쩍 말을 짧게 하자 민윤기는 인상을 썼고
괜히 심기를 건드렸나 하고 생각하던 찰나
민윤기는 뭔가 떠올랐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아, 혹시 말 놓는 거 불편했나? 너도 놔라. 어차피 동지인데.”
“그럼 윤기 선배?”
“뭐 호칭은 마음대로 해라.”
민윤기는 담뱃재를 손으로 탁탁 털어냈고 다시 담배를 입에 가져다 대려 했다.
“그럼, 담배 좀 꺼줄래?”
민윤기는 나의 말에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었다.
“와, 니가 처음이다.”
“응?”
“내한테 담배 끄라 한 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