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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만남

“배주현, 내기 어떠냐?”


향수냄새와 술냄새가 섞여 오묘한 향기가 가득 나는 바에서 주현의 친구가 풀린 눈으로 칵테일 잔을 흔들며 주현에게 물었다. 


“뭔 내기.”
“너 연애 안한지 오래됬잖아.”
“근데, 뭐.”
“여자 한 명 꼬셔봐, 네 얼굴이면 다 넘어갈 것 같은데?”
“뭔소리야, 취했냐?”


주현은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친구의 손에 있는 칵테일 잔을 뺏어서는 원샷을 해버렸다. 


“야이.. 여자 한 명 꼬셔서 오면 내가 차 한대 뽑아줄게. 뭐, 벤틀리? 벤츠? 다 뽑아줄게.”


주현은 차를 뽑아준다는 말에 내심 승낙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야.. 너 많이 취한거 같은데, 기사 불러?”
“이 언니가 뽑아준다고, 싫어?”
“...싫은 건 아니지..”


술에 취해서인지 그냥 차를 갖고 싶었던건지 주현은 친구의 내기에 승낙했고 대신 조건이 붙었다. 주현이 10일 안에 여자를 꼬셔서 10일 사귀고 차면 친구가 차 한대를 주현에게 사주기. 대신 못꼬시거나 10일 넘게 사귈시 주현이 친구에게 차 한대 사주기. 

주현은 설마 자기 얼굴이 여자 한 명을 못꼬실까, 설마 10일 넘게 사귈까 싶어 괜찮은 조건이다하고 지장, 싸인까지 마무리했다. 


“내일 10시까지 OO 캠퍼스 앞으로 쫙 빼입고 나와라.”
“내가 언젠 안 빼입은 적 있었니?”


그렇게 술김에 계약서까지 쓰고 내일 약속까지 잡아버린 집에 들어온 주현은 다 씻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아, 역시.. 침대가 최고지..”


잠시 침대에 누워있던 주현은 금세 잠에 들었고 아침에 겨우겨우 일어났다. 깨어나보니 8시가 약간 지난 시각이였고 주현은 정신이 반쯤 깨어있는 상태로 욕실로 향해서 거의 잠결로 씻고 나왔다. 

“오랜만에 연애 할 생각하니까 설레긴하네.”

주현은 머리를 묶고 옷도 최근에 산 옷으로 맞추어 입었다. 솔직히 주현도 매번 거울을 볼때마다 자신의 얼굴을 보고 감탄한다. 사람이 이렇게 예쁠 수 있나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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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은 누가봐도 재벌 딸이라는걸 알만큼 차려입은채로 자신의 방에서 나와 로비 쪽으로 향했다. 


“어디 데이트 가시나봐요?”


로비에 있는 꽃을 다듬던 이모님이 주현에게 미소 지으며 말을 걸었다. 그러자 주현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데이트 아니예요. ㅎㅎ”
“오늘 주현씨 아버님께서 저녁 8시 쯤에 가족 모임이 있으시다고 전해달라하셨어요. 늦지말고 오시래요.”


주현은 그 말을 듣곤 급 다운되었다. 가족모임이라고 불려내 주현보도 경쟁 그룹에서 합의하고 와라 이런걸 시킬 것이 뻔했으니까, 주현의 아버님은 항상 주현을 앞에 내놓고는 말을 전달시켰다.


“하, 또 그 개수작들 다 들어줘야되는건가. 아무튼 알겠어요. 고마워요.”


주현은 식탁에 올려진 과일 접시에 올려진 망고 한 조각을 집어서는 입에 넣고 집 밖으로 나갔다. 집 대문을 열고 나가자 친구가 차를 타고 기다리고 있었고 주현은 흘낏 보더니 그 차 조수석에 탔다. 


“뭐야, 데리러 오기까지 한다고?”
“친구가 오랜만에 연애한다는데.. 도와줘야지.”
“연애는 무슨, 10일 사귀고 헤어지는게 조건인데.”
“차 사주고 계속 연애하던가.”
“꼬시고 10일 지나면 바로 헤어질거거든.”
“치, 두고봐라.”


친구는 캠퍼스 앞에 차를 세워주었다. 


“뭐.. 여기서 어쩌라고?”
“내가 한명 집어줄게.. 음..”


친구는 안전벨트를 풀고는 창문을 이리저리 쳐다보더니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한 명을 집었다. 


“쟤, 가죽 자켓 입은애.”
“쟤?”
“어, 쟤 비율 죽이는데? 얼굴도 예쁠 것 같아.”
“이 언니가 하루 만에 꼬셔서 올게.”


주현은 자신만만하게 차에서 내려 또각또각 걸어갔다. 친구가 집어준 여자는 캠퍼스 공원 앞에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주현은 마침내 그 여자 등 뒤까지 와있었다. 주현은 심호흡을 한 번 크게하고는 그 여자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네..?”


그 여자는 주현을 향해 몸을 돌렸고  은은한 향수 냄새가 풍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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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현은 그 여자의 얼굴을 보고 놀랬다. 얼굴이 완전 자기 스타일이였기 때문. 


“저..기.”


천하의 배주현이 첫눈에 반하는 날이 오다니, 아까 자신만만하게 걸어오던 태도는 어디갔는지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왜 그러세요?”


주현은 마음을 가다듬고는 작전에 들어갔다. 주현에게 작전이 2개가 있었는데 하나는 길을 물어보며 접근해서 계속 우연히 만나는 척 연기하기, 또 다른 하나는 그냥 당당하게 번호달라고하고 쫓아다니기. 일단 두 작전 다 시작은 이 질문부터다. “저기 이 대학교 다니세요?”


“저기 이 대학교 다니세요?”
“아.. 네. 왜그러세요? 길 잃어버리셨어요?”
“전화번호 주세요..!”


생각도 안하고 주현은 그냥 머릿속에 있는 말을 뱉어버렸다. 말을 뱉고 주현은 당황해서 얼굴이 빨게졌다. 


“네..?”
“아니.. 그게.”
“오앟ㅎㅎ 저 전번 따인거 처음이예요.”


당연히 거절 당할 거라 생각한 주현은 신기하다는 듯 배시시 웃는 여자를 보곤 더 당황했다. 


“근데 제 전번은 못드려요. 낯선 사람한테는 번호 안줘요.”


거의 다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쉽지 않았다. 


“그럼.. 이름이라도.”
“슬기요! 강슬기.”
“아.. 감사해요.. 혹시 몇살이세요?”
“2학년이예요, 21살. 저 이만 수업이 있어서 가봐도 될까요?”
“네?..네..”

슬기라는 여학생은 주현을 보고 씨익 웃더니 전력질주를 하며 대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배주현, 너 당황한거야?’


항상 포커페이스, 신비주의 컨셉을 가지고있던 내가 당황하다니.. 슬기라고 했나.. 저 여자 도대체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