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

새빨간 거짓말과 새하얀 거짓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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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거짓말

가운데 (중)




















불편해서 밥도 거의 먹지 않은채 식당에서 나왔다. 나를 쳐다보는 그 눈빛이 재수 없었다. 지가 뭔데 나를 그렇게 쳐다봐? 여주는 곧장 강의실로 향했다.



" 야, 정여주! " 예은



"...? "



이상하게 강의실이 소란스러웠다. 나를 향한 눈빛들이 평상시이 그 눈빛과는 전혀 달랐다. 왜지? 왜 일까. 왜 전부 저렇게 쳐다 보는 것일까.



" 너 전정국이랑 같은 학교 나왔어...? "



멈칫 -



동공이 흔들렸다. 도대체 어떻게 안 걸까?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전정국이 학교에서 유명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 같은 학교인게 왜? "



" 그런데 왜 아는 척 안 해? "



" 안 친하니까. 같은 학교 나왔다는 이유로 아는 척 하면, 전정국의 기분이 좋을까? "



" 그건 그렇긴 한데... 너네 친구 였다며...? "



아, 씨발 도대체 어떻게 안 건지 모르겠지만 기분 몹시 더러웠다. 아침부터 그 새끼 얼굴 봐서 짜증나 죽겠는데, 강의실에 있던 학생들이 대단한 걸 목격한 듯이 쳐다봤다.



" 누가 그래. 내가 걔랑 친구 였다고 "



여주의 표정이 매우 언짢았다. 그걸 눈치 챈 호석은 곧 교수님이 오신다며 여주와 예은이를 자리로 끌고 갔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학생들에게 소문이 퍼질까. 내 이름이 학생들 입에서 오르락 내리겠지. 정말 싫다. 전정국 이름 조차도 이젠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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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괜찮아...? "



호석은 강의가 끝나고 강의실에서 벗어 나와 여주에게 물었다. 강의 하는 내내 표정이 굳어 있어니, 교수님이 여주 눈치를 봤다. 자신이 뭘 잘못한 줄 알고



" 어떻게 알았어 "



" 어? " 예은



" 내가 걔랑 같은 학교 나온거 어떻게 알았냐고 "



기분이 안 좋다보니 여주의 말투와 목소리엔 가시가 돋아져 있었다. 매무 열이 받았단 소리지



" 나도 뒤늦게 알았어. 너랑 같은 고 나온 애가 다른 애들한테 말하고 다녔나봐... 걔랑 너 원래 친했는데... 싸워서... "



예은이의 말끝이 점점 흐려졌다. 말하기엔 여주의 눈치가 보이겠지. 걔가 나를 버렸을때 학교에는 별 같잖은 소문들이 나돌았고, 몇 개월 동안 나는 흔히들 말하는 은따를 당했다.



난 그 새끼를 원망한다. 아무리 나를 손절 쳤어도 졸업 할때까지 내 학교 생활을 망칠 필요는 없잖아? 도대체 나를 어떻게 생각 했길래 그런걸까 싶다.



" 별 사이 아니야. 그 새끼가 날 버렸다는 거 말고는 "



여주는 머리가 아파 왔는지 머리를 짚었다. 다행히 공강이라 머리를 식힐 수 있었고, 시간표를 잘 짠 내 자신을 칭찬할 뿐이다.



"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오늘부터 다들 바쁘겠네. " 예은



" 왜?? "



" 난 혹시 대학생이 아니니...? "



" ㅋㅋ 신입생도 들어왔게다. 이제 동아리에 홍보 기간 이잖아. 신입생 꼬시려 준비 엄청 하던데? " 호석



" 아, 미친. 나 동아리 방에 가볼게 "



"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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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컥 -



" 이제 왔냐? 너 자꾸 연락 안 볼래?! "



" 죄송합니다~ ㅋㅋ "



" 다른 애들이 홍보하러 갔어. 넌 면접관이니까 신청서 들어오면 신청서 분별 해 "



" 옙... "



표정에서 세상 귀찮다는게 드러났다. 홍보 같은걸 잘 못한다고 했더니, 홍보보다 더 어려운 면접관을 맡길 줄은 몰랐다. 그래도 워낙 인기가 없는 동아리라 신청서가 별로 없을 거라는 걸 알기에 부담이 줄었다.



무슨 동아리냐고 묻겠다면 대답해 주겠다. 난 실용무용 동아리 부원이다. 왜 이 동아리를 신청 했냐고? 원하는 동아리는 면접에서 떨어졌고, 다른건 하고싶지 않았다. 그래서 춤을 좋아하는 나는 이 동아리에 신청을 했고, 면접도 없이 바로 통과했다.



며칠이 지났는데 들어온 신청서가 10장도 되지 않았다. 이러다 동아리가 없어 지는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신청서 제출 마지막 날. 상상도 못한 인물이 동아리실을 찾아왔다.



똑똑똑 -



" 아, 들어오세요. "



덜컥 -



" 신청서면 저한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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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발 진짜;;



여주의 표정은 급속도로 굳어져 갔다. 반면에 전정국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여주에게 다가가 신청서를 건냈다. 여주는 얼척이 없다는 표정으로 신청서를 받았고, 신청서를 대충 훑어 보다가 입을 열었다.



" 좀 생각 이라는게 있다면 다른 동아리로 가지 않나? 존나 불편할텐데. 너랑 나 "



" 공과 사는 구분 해야지. 불편한건 너고, 난 별 생각 없는데 "



" 재수없는 새끼 "



정국은 여주를 지그시 쳐다 보다가 동아리 방에서 나갔다. 여주는 자신의 인생에서 전정국이라는 사람이 제발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전정국이 나가고 10분이 지났을까, 수십명의 학생들이 신청서를 내려 급하게 들어왔다. 와, 이거 지금 그 새끼 버프냐? 상당히 좆같았다.



전정국 덕분에 할 일이 한순간에 확 늘었다. 어느 세월에 신청서를 분리해 내고, 면접을 본단 말인가. 갈수록 전정국에 대한 욕만 수없이 늘어났다.



" 선배, 제가 알아서 걸러 내면 되죠? "



전정국을 불통과 시킬려고 했다.



" 어, 그런데 전정국은 꼭 넣어라. 걔 덕분에 동아리 부원이 늘게 생겼으니 "



아무래도 정말 신은 내 편이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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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신청서를 걸러낸 후, 통관된 사람들의 면접이 시작됐다. 전정국의 순서가 안 오길 바라며 차례대로 면접을 봤다. 그리고 전정국의 차례가 되었다.



" 질문 할게요. 질문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 겠다면 기다려 드리니 얘기해 주세요. "



" 네 "



" 지원 동기를 읽어보니 춤에 관심이 있고, 배워보고 싶다고 적으셨는데 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이죠?"



" 관심을 가진지는 좀 오래 됐습니다. 솔직하게 얘기 하자면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춤을 추는 모습을 볼때마다 그 무대 위에서 같이 서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부터 춤을 배우기 시작 했죠. "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당황했다. 전정국이 누군가를 좋아한 걸 본 적이 없는 나에게는 정말 생소한 얘기였다. 하지만 나는 전정국을 떨어트리고 싶었기에 꼬투리를 잡았다.



" 이 동아리는 중, 고딩때의 댄스 동아리 같은게 아닙니다. 이쪽 관련 꿈을 가진 친구들이 대부분 지원을 하는데, 그런 이유로는 다른 지원자들을 이길 수 없을것 같은데요. "



전정국의 미간이 좁혀졌다. 마음에 안 들어 보였다. 내가 한 말이. 내가 대놓고 티를 내는데 기분이 좋을 순 없겠지



" 공과 사를 구분해, 정여주. 예전의 일 때문에 자꾸 그딴식으로 나올거야;;? "



" 어, 난 네가 너무 꼴보기 싫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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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무슨 표정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냥, 지금 이 상황이 어서 빨리 종료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 뿐이다.



" 질문은 여기까지 할게요. 내일 공지가 뜰겁니다. 이제 가보세요. 전정국씨 "



세상 딱딱한 말투였다. 하지만 이게 우리에게 맞는 거다. 이렇게 된 건 내 탓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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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야, 너 표정이 왜 그래? " 호석



" 면접과 함께 절대 부숴질 수 없는 벽을 더욱 더 단단하게 만들어 놓고 왔거든. "



" ...술 마시러 갈래? " 예은



" 넌 술이 지겹지도 않냐...? "



" 술이 왜 지겨워?! 어때 여주야. 술 꼬? "



" 콜 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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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내가 못 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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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술집 말고 포장마차로 향했다. 포장마차의 안주가 더 맛있다랄까?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누며 쉬지 않고 술을 마셨다.



" 야이씌... 술 더 가꼬와! "



" 머래... 야 우리 이제 집 가야해에 " 호석



" 이모오!! 여기 쑬 한병 더억~! " 예은



" 야... 우리 6병 머거써... "



" 킄ㅋ, 호서기 눈 다 풀렸어억ㅋㅋ 취해써? "



" 아니거든... 아니라고오... "



셋 다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니였다.



" 이 언냐가 2차 쏜다니까~?! 가즈아!! " 예은



" 잠 와... " 호석



" 움... 보자... 누구한테 저나를 해보까~ "



각자 다른 말을 하며 헤롱 거렸다.



" 예으낭, 왜 내 전화번호에 이 녀석이 있는 고야?! "



" 전정구욱~?! 너 걔 실타며어!! 근데 왜 저나번호가 있는 건데에? "



" 그니까아! 딴 사람 아냐아?! "



여주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1번 밖에 가지 않았는데 신호음이 끊기고 목소리가 들려왔다.



" 여보세요. "



" 헙... 저 여보 아닌데여... "



" ...정여주? 너 술 마셨냐? "



" 네! 그런데 당신은 누구시죠오? "



" ... 너가 싫어하는 사람 "



" 에? 저 시러하는 사람 마능데여 "



" ...어디야? 누구랑 술 마셨는데 "



" 예으니랑 호서기요오~ "



" ...남자도 있냐 "



전정국의 목소리에 상당히 짜증이 난다는게 느껴졌다.



" 제가... 정말 조아하는 친구드리죠오~! 그리구 여기 ☆☆ 포장마차인데ㅇ ㅕ "



" 어디 가지 말고, 가만히 있어 "



전화가 끊기고 5분이 지났을까, 누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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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여주 "



" ...모야.. 그쪽이 왜 여기에 있는데여 "



" 데려다 줄게. 가자 "



" 허업... 전정국이다...미치인... " 예은



" 호서가아~ 정신 차려바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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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정국...? 쟤가 왜...;; "



여주가 싫어 하는 사람이니, 호석은 술에 취함에도 불구하고 경계를 했다.



" 호서기 화나써? "



" ...아냐.. "



호석은 술로 인해 지끈 거리는 머리를 짚었다.



" 집 가자. 늦었어. "



정국은 여주의 겉옷과 가방을 챙겼다.



" 그쪽이 뭔데 여주를 데려다 줘요. " 호석



" 얘 제 옆집에 살아요. " 정국



" 그래서요? 내가  그쪽을 어떻게 믿고 여주를 보내. "



호석은 신경을 곤두 세웠다.



" ..... "



정국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 호서가! 나 얘랑 갈게에. 오느른 전부 취했으니까 예으니 좀 데려다 줘어 "



" ...집 가면 연락해. 알겠지? "



" 웅! "



호석은 계속 표정을 굳힌 채 쳐다봤다. 여주와 정국이 안 보일때까지. 괜히 불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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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 여주가 계속 제 몸을 가누지 못하자 정국은 무릎을 굽혔다. 그리곤 여주를 업었다.



" 하씌... 나 무거운데... "



" 알면 가만히 있던가 "



" 이씨!! "



여주는 정국의 어깨를 깨물었다.



" 아, 가만히 안 있으면 버리고 갈거야. "



" 죄송함다... "



정국은 살풋이 웃었다. 자신의 뒤에 업혀 웅얼 거리고, 꼼지락 거리는게 느껴졌다. 정국은 절대 여주를 버리고 갈 생각이 없다.



" 야... 근데...너 몬데 나를 데리러 와? 넌 아무거또 아니자나. "



정국은 제자리에서 멈췄다.



" 싫어서 "



" 뭐어? "



" 네가 남자랑 술 마시는게 싫어서 데리러 왔다고 내가. "



" 왜... 왜 시른데? 네가 왜? "



" ...잠이나 자라 "



여주는 미간을 좁히다 자꾸만 밀려오는 졸음에 눈을 감았다. 다음날 눈을 뜨면 자신이 어디에서 눈을 뜰지도 모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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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갈 길이 멀었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