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고 싶지 않아
이게 내 결말인가 봐_
참 많이도 울었나 보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인 거 보니까. 오빠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나때문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니 말이다.
"얘... 많이 아픈 거래?"
태형의 말에 석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남준은 입원해 있을 동안 필요한 것들을 가지러 집으로 향했다.
"지가 아파봐야 얼마나 아프다고..."
"그만해."
태형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미련하기는..."
드르륵, 탁 -
태형이 나가자 여주는 슬쩍 석진을 올려다봤다. 뭐라고 사과라도 해야 되는데 목이 말을 듣지 않는다.
"말하려고 하지 마. 목이 많이 상해서 관리 잘해야 돼."
여주는 입 모양으로 말했다.
미안해
잘못한 게 없는데, 자신이 큰 죄라도 지었듯이 눈치를 보며 사과를 했다.
"네가 뭘 잘못했는데. 네가 왜 사과를 하는데."
여주는 어쩔 줄 몰라 했다. 화가 나 보이는 석진에 죄책감은 더욱더 커져갔다.
모든 게 다 내 탓이야. 내가 그냥 이대로 죽어버리면 좋겠어. 이게 오빠들한테 제일 도움이 되는 걸 텐데...
나 혼자서 죽지도 못하는 내가 너무 증오스러워. 하루 빨리 내가 사라져야 되는데... 그래야 되는 건데...
"쉬어."
석진 마저 나갔다. 넓은 병실은 따뜻했지만 싸늘했다. 공허한 이 마음을 어떻게 해야 될까. 왜 이렇게 익숙해지지 않는 거야... 아픔도 외로움도...
서러워서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소리 없는 눈물만 한없이 흘리는 내가 처량하기 그지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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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정도 입원을 했을까? 아팠던 몸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져 가는 것 같았다.
그래도 목소리는 어느정도 나왔다. 문제는 나 때문에 안 그래도 바쁠 텐데 신경 쓸 일을 만들 게 해서 오빠들에게 미안했다.
"안 찾아와도 돼..."

"신경 쓰이게를 하지 말던가."
"미안해... 바쁠 텐데 볼일 보러 가..."
"야, 밥이나 똑바로 먹고 그딴 소리 내뱉지? 지금 네 모습, 당장 죽어도 안 이상할 모습이야;;"
"...차라리 죽었으면 편했을 텐데."
"너 지금 뭐라고..."
태형은 당황한 표정으로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 여주를 쳐다봤다.
"내가 없어져야 오빠들이 편할 거 아냐..."
"야, 너 지금 뭔;;"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태형의 복잡한 표정에 여주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이 사라져 주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딴 소리 지껄이지 마. 너만 보고 싶냐?"
태형은 병실을 나갔다.
"....."
솔직히 말하면 차라리 아픈 게 낫다고 생각이 든다. 나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던 오빠들이... 지금은 조금이지만 신경을 쓰고 돌아가며 병실을 지켜줬다.
내가 아프지 않는다면 또다시 나는 구박은 물론, 무관심 속에서 살아가겠지.
"이게 나아... 차라리."
딱 한 가지 소원만 빌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나는 이 소원을 빌 것이다.
단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오빠들이 나를 위해 웃어줬으면 좋겠어요.
오빠들이 나를 보며 웃었던 적이 언젠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마 10년 전쯤이 지 않을까 싶다.
죽어도 좋으니까... 딱 한 번만 오빠들이 나를 위해 웃어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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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낫질 않는 거죠!? 단순 감기 아니었나요!?"
남준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며칠이 지나도 낫기는 커녕 오히려 상태가 악화되고 있었다.
"정밀 검사를 해야 될 거 같습니다. 아무래도 증상을 보니 단순 감기가 아닌 거 같습니다."
남준은 떨리는 동공으로 여주를 쳐다봤다. 죽어가는 것만 같은 여주의 모습에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만 같다.
여주는 정밀 검사를 받기 시작했고, 남준은 석진에게 연락을 넣어 뒀다. 그리고 느꼈다. 뭐가 단단히 잘못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이런 걸 바란 적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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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 검사는 3일을 거쳐 끝마쳤다. 그 사이에도 여주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검사 결과가 뭡니까? 심각한 건가요?"
석진의 물음에 의사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폐암 4기 입니다..."
" 네...? "
석진은 동공이 흔들 리는 동시 손이 떨려 왔다. 자신이 들은 게 사실이 아니길 바라며 다시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똑같았다.

"씨발..."
뼈저리게 느꼈다.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몸 상태도 모르고 이지경까지 와서야 알게 되었다는 거에 화가 났다.
아, 애초에 난 화를 낼 자격도 없었다. 우리 모두 죄 없는 여주를 탓하며 괴롭혀왔다. 짓궂게 말이다.
"수술... 수술을 하면..."
" 학생이기도 하고 워낙 상태가 좋지 않아서... "
"살려요. 살려 주세요, 제발..."
석진의 목소리는 떨리기 시작했다.
"살 확률은 5%... 입니다. 최선을 다해 수술에 임하겠지만, 현실적인 제 대답은... 마음은 준비를 하셔야 될 거 같습니다."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동생이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무관심 속에 던져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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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
석진은 여주의 병실로 향했다. 어째서인지 병실 분위기는 어둡고 우울했다.
"너 지금 뭐라고..."
태형의 말에 여주가 대답했다. 생기 하나 없는 얼굴에 삶의 의욕이 없는 채로 말이다.
"수술 안 할 거라고..."
어떻게 들었는지 여주의 몸상태를 알고 있는 듯 했다.
"수술을 안 한다는 게 무슨 소리야." 석진
"굳이 큰돈 들여가며 수술을 해야 되겠어...?"
"돈 문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내가 살아야 하는 이유가 있어? 난 끝내고 싶어, 이제."
"뭐...?"
석진과 태형은 여주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그래도 저런 말을 내뱉을 줄 몰랐던 거다. 여주는 고작 18살 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내가 죽어주면 오빠들은 좋아할 거 아냐?"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여주는 얼마나 더 많은 상처를 가지고 있을까. 지금 우리는 너무 많은 게 틀어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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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어. 늦었다고 이 바보 오빠들아.........
손팅 부탁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