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존나 어이없지 않냐?"
"....."
나를 향한 따가운 시선을 애써 무시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하지 않아도 날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정도는 알고 있었다.
나한테 관심도 없는 것들이 어느 순간부터 나를 향해 욕을 하곤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한상혁 때문이다. 걔가 나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나서부터 이런 일이 생겼더라고.
"저 미친 년들이 뭐라는 거냐?"
"냅둬~"
늘 걔네들을 향해 화를 내주는 건 내 친구들이었다. 난 굳이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았기에 철저히 무시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런 일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것.
무슨 짓을 한 건지 반 분위기는 변해갔다. 다들 나를 피하는 분위기였지.
"수준 진짜;;"
"하하..."
당장이라도 주요 인물들을 조지러 가겠다는 친구들을 말렸다.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꼴통이라 쉬쉬하고 있는 애들이다.
"친한 선배 좀 있다고 저러는 거 존나 꼴불견임;;"
"그러게."
상혁이랑은 정말 친한 친구다. 소문을 알고 있는 상혁도 가만히 있지 않으려고 했으니 상혁이 또한 내가 말렸다.
상혁이가 나선다는 건 안 좋은 소문이 더 악화된다는 것뿐이니까.

"너 정말 괜찮아?"
상혁은 여주를 붙잡고 물었다. 여주에게 너무 미안했고, 이런 상황이 생긴다는 거에 대해 화가 났다.
"뭘 그렇게 눈치를 봐. 그냥 내가 너무 잘난 친구를 뒀구나~ 싶으니까 걱정하지 마."
"쟤네는 정도를 넘어섰어. 어떻게 이대로 내버려 둬..."
"괜찮아. 더 심해지면... 그때 내가 알아서 할게."
"나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생각은 없으니까."
.
.
.
.
결국 소문이 오빠 귀에도 들어갔나 보다. 점심시간에 날 따로 부른 오빠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왜 얘기 안 했어."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다. 이렇게까지 살벌한 표정을 본 적이 있었던가...
"화내지 마...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이지경까지 왔는데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오빠 내 성격 몰라?"
"알아. 아는데..."
정국은 아랫입술을 깨문 채 여주를 내려다봤다.
"진짜 걱정하지 마. 나 이런 걸로 상처받고 그러는 사람 아니다?"
"나는..."
"응?"
"난 상처 받아. 아무 잘못 없는 네가 그렇게 당하고 있는 거 보고 있으면 너무 속상해."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난 오빠를 꽉 끌어안아줬다. 난 정말 괜찮다고.
.
.
.
.
며칠이 지났을까. 좀 조용하다 싶었을 때쯤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한상혁이랑 김태현이랑 싸운대!!"
"...!!"
너무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어디서 싸우고 있냐고 물으니까 옥상이란다.
위험하게 진짜!!
빠르게 옥상으로 향했다. 입구 쪽에는 학생들이 모여서는 싸우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시발, 맞는 말을 했는데 왜 지랄이야!!"
"죽고 싶으면 계속 지껄이던가."
이러다 진짜 누구 하나 죽을 거 같은 소리가 들려오는데, 아무도 말리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다는 사실이 역겨웠다.
"비켜."
"아, 뭐야;;"
"비키라고."
"쟤가 걔잖아. 이 싸움 원인..."
"비키던가. 처맞던가."
표정을 굳힌 채로 쳐다보니 모두 길을 터줬다. 내가 어떻게 나올 건지 궁금해서 비켜준 것 같지만.

"넌 내 말이 장난 같지."
김태현의 멱살을 잡고선 당장이라도 난간 너머로 밀쳐버릴 것 같은 한상혁의 모습에 급하게 달려갔다.
"한상혁!!"
"...네가 왜."
여주를 발견한 상혁의 손의 힘이 좀 풀어졌을까. 이때다 싶은 김태현은 상혁을 밀치고선 빠져나왔다.
"니 여친 왔네."
김태현은 날 보며 비웃었다. 얼굴은 상처 투성이었고 나를 향해 침을 뱉는 김태현에 난 김태현을 노려봤다.
"니 남친 다친 거 보니까 화가 많이 났나 봐? 진짜 지랄이네ㅋㅋㅋㅋ"
"지들 꼬대로 퍼트려 놓은 소문 가지고 뭐라는 거야."
"여주야, 넌 내려가 있어. 내가···."
여주는 상혁을 뒤로하고 김태현 앞에 섰다.
"야, 재밌어?"
"글쎄. 그냥 궁금하달까? 쟤가 왜 너한테 앵기는지. 아, 몸 때문인가?"
"뭐?"
"몸매 하나는 죽여주긴 하지. 우리 학교 남재 애들만 해도 널 따먹고 싶어 하는 애들은 많으니까ㅋㅋ."
"너 씨발···."
또다시 김태현을 죽도록 팰 거 같은 한상혁을 붙잡았다.
"성희롱을 밥 먹듯이 하네. 여전히."
"칭찬 가지고 성희롱 이지랄ㅋㅋㅋ"
"조루 새끼가 뭐라는 거야."
"너 뭐라고 했냐?"
여주는 비웃으며 말했다. 볼 거 하나도 없는 네가 한상혁보다 잘난 게 뭐가 있다고 설치냐고.
"너도 맞고 싶지?"
"뒤지기 싫으면 그냥 사과하고 꺼지지?"
"미친년이 개 처맞을라고!!!"
여주는 달려드는 김태현의 발을 걸어 넘어뜨린 뒤 그 위에 올라타 주먹을 내리꽂으려고 했다. 하지만 두 눈 질끈 감는 김태현에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며 쳐다보니 분한 김태현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거렸다.
"왜? 쪽팔려?"
"걸레 같은 년이 발을 걸고 지ㄹ··· 아악!!!!"
여주는 그대로 일어나 발로 김태현의 어깨를 세게 짓눌렀다. 김태현의 눈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그러게 적당히 했어야지. 개새끼가 어딜 버릇없이 막 짖어."
"으윽... ㄱ, 그만..."
"한 번만 더 설쳐 봐. 그 알량한 주둥아리 찢어버릴 거니까;;"
"이리 와."
그러다 갑자기 몸이 붕 떴다. 당황한 내가 고갤 돌리니 상혁이 날 들어 올린 거였고, 자신 앞에 세워줬다.
"놀래라..."
"넌 진짜...!"
"왜."
"치마를 입은 채로 그러면 어떡해!?"
"얼굴 다 터진 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미안해. 나 때문에 듣지 않아도 되는 소리까지 듣게 만들어서."
"넌 잘못한 거 없어."
잔뜩 시무룩해진 상혁. 여주는 끙끙 거리는 태현을 노려보다 다친 상혁을 끌고 보건실로 향했다.
"뭘 봐."
"ㅇ, 아냐..."
몰려 있던 학생들은 우리가 지나가게 비켜줬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김태현 보다 방관을 하고 있는 쟤네들에게 더 화가 났다.
.
.
.
.
"보건 쌤은 찾으면 꼭 없더라."
쌤이 계시지 않자 여주는 상혁을 자리에 앉히고 약과 밴드 등을 꺼내와 치료해 줬다.
"미안해..."
"사과하지 마. 네 잘못 아니라고 했어."
날 욕하는 김태현과 싸워준 상혁에 미안한 건 오히려 나였다. 좀만 더 빨리 처리해 놓을걸...
"근데 너 한 번 싸워 본 솜씨가 아니더라."
"아... 내가 운동을 좀 했었거든."
"오... 멋지다."
"운동은 너도 잘하면서 왜 얼굴이 이꼬라지야?"
"...나도 크게 일 벌이고 싶지 않았어. 네가 그런 거 싫어하니까."
"....."
"그래서 그냥 몇 마디만 했더니 걔가 때리더라고. 처음에는 맞아 주다가 너에 대해 자꾸 뭣 같이 말하니까 나도 화나서 그만..."
내심 고마웠다. 날 생각해서 참아줬다는 게. 물론 결국엔 싸움이 크게 나버렸지만.
"고마워. 역시 내 친구가 짱이네!"
"뭐래ㅋㅋ"
"약 바를 거니까 가만히나 있어."
약을 면봉에 묻혀 살살 상처에 발라줬다. 덕분에 가까워진 거리. 눈을 이리저리 굴리면서 숨을 참고 있는 것 같은 상혁에 나는 빠르게 약을 발라주고 밴드를 붙이려고 했을까. 갑자기 보건실 문이 거세게 열렸다.
"임여주!!!"
"오ㅃ... 아니 선생님...?"

".....너.."
누가 봐도 오해를 하고 있는 표정. 아무래도 문제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정국 쌤...?"
"그 상혁이가 다쳐서요...! 근데 보건 쌤이 안 계셔가지고···."
쾅 - !!
문을 부술 작정인지 거세게 문을 닫아버리며 나가는 정국. 여주는 한숨을 쉬며 마저 밴드를 붙였다.
"쌤... 왜 화가 나신 것 같지...?"
"하하... 글쎄."
머리가 지끈 거려오듯 아파왔다. 자꾸만 꼬여져만 가는 상황에 여주도 슬슬 짜증이 났다.
오빠 입장도 알겠는데,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속상한 여주는 정국을 따라 나가지 않았다.
____
손팅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