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SVT_호시)
내 남친은 질투라곤 전혀 없다.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나타나도 단속 한번 한 적이 없다. 입고 싶어서 입겠다는데 자신이 굳이 단속까지 할 필요가 있겠냐고 하지 뭐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조금 속상하다. 나를 별로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기에.
...됐다. 뭘 바라냐.
"오늘 뭐해?"
데이트라도 할까 싶어서 연락을 넣었다. 하지만 오늘 바쁘다는 얘길 듣고는 빠르게 포기했다.
바쁜 사람이라는 걸 알고는 있지만, 속상한 건 어쩔 수가 없다. 나 혼자 연애를 하는 기분이 든달까. 연애를 하고 있는 중임에도 불구하고 외로움을 느껴야 하는 내가 싫어진다.
"이여주!"
"진아야!!"
오빠도 못 만나겠거니 친구와 오랜만에 놀기로 했다. 작정을 하고 술을 마실 예정! 오늘 오빠는 집에 들어오지 않을 거 같다고 했으니 진창 마셔둘 예정이다.
"내빼기 없기다?"
"술찌 주제 으딜~"
즐거웠다. 이 순간 동안 외로움만큼은 잊을 수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취할 대로 취해버린 여주는 친구네 집으로 향했다.
오빠한테 연락...
안 해도 되겠지 뭐.
어차피 오늘 집에 들어오지 않을 사람이다. 한 번도 외박을 해 본 적이 없긴 하지만 딱히 신경 쓸 거 같지도 않았다. 늘 그랬듯이.
.
.
.
.
"으으..."
언제 날이 밝았는지, 커튼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에 미간을 좁힌 채 일어났다. 속은 더럽게 쓰렸고, 친구는 아직도 기절을 한 것 같다.
"아오... 왜 이렇게 춥나 했더니 바닥에서 잤네..."
훌쩍이는 코를 뒤로하고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평소에 자기 전에는 꼭 연락을 했는데, 어제는 하지 않았기에 100% 연락이 와 있을 것이다.
[🐯❤]
🐯❤
뭐해
🐯❤
자?
🐯❤
뭐야, 너 어디야.
왜 연락이 안 돼.
집엔 왜 없어.
🐯❤
전화 받아
받으라고
불안하게 왜 그래...
🐯❤
제발
🐯❤
폰 보자마자 연락해.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
"미친"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집에 안 들어오는 거 아니었어...?
사고를 제대로 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고 뛰쳐나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도어락 비번을 치고 있었을까. 비빈을 다 치기도 전에 문이 덜컥 열렸다.
"깜짝아...!!"

"들어와."
잠깐이지만 보였던 다급한 표정을 지우고선 날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오빠 그게..."
"제정신이야?"
"....."
"난 네 남편도 아니야? 말도 없이 외박을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이렇게까지 나한테 화를 낸 적이 있었던가. 차게 식은 표정은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만 같았다.
"내가 너 때문에 한숨도 못 잤어. 연락조차 안 되는 너 때문에."
"오빠."
"핑계 댈 생각하지 마."
"나 지쳐."
"뭐?"
지쳤다. 오빠가 싫은 건 아니었다. 같이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주 보지도 못하는 건 물론,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남편이라는 사람은 집에 거의 없어. 나한텐 관심도 없는지 신경을 쓰지 않아. 이런데 내가 어떻게 안 지쳐."
"그래, 나 외로워서 친구랑 술 마셨어. 취해서 친구 집에서 잠들었고, 어차피 또 집에 안 들어 올 거 알아서 연락 안 했어."
"너···."
"...나 갈래. 오빠 별로 안 보고 싶다."
지끈거려오는 이마를 짚고는 뒤를 돌아 현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내 발걸음은 금방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거 놔."
"가지 마..."
떨려오는 목소리. 오빠한테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목소리였다. 뒤에서 날 와락 안 고서는 놓아주지 않았다.
"무슨..."
"내가 미안해."
"내가 미안해 여주야. 나 너 없으면 안돼..."
오빠가... 울고 있어...? 당황스러웠다. 눈물이 정말 없는 사람이었기에 지금 이 상황은 당황 그 자체일 수밖에 없었다.
"무서웠어. 연락이 안 되는 네가 혹시나 잘못됐을까 봐. 혹시나 네가 집에 들어올까 봐 잠을 잘 수가 없었어..."
"네가 없는 내 시간은 멈춘 것만 같았어. 진짜 불안해서 미칠 거 같더라. 이렇게 무사히 돌아온 너 보니까 안심은 되는데 괜히 화를 내고 말았어. 내 전부는 너라서... 혹시나 내 전부를 잃는 게 아닐까 두려워서..."
"난 오빠가 날 안 좋아하는 줄 알았어. 결혼을 했지만 난 너무 외로웠거든..."

"누구보다 널 좋아하는 내가 널 어떻게 싫어해..."
처음이었다. 모든 게 무너진 것 마냥 눈물을 토해내는 모습을 본 게. 우리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울지 마. 마음 아프게..."
"가지 마. 응? 나 버리고 가지 마..."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꽉 잡는다. 늘 어른 같았던 오빠는 영락없는 어린아이 같았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그 모습이.
"내가 오빠를 왜 버려.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데..."
오빠를 끌어안았다. 우리는 오늘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표현하지 않았던 감정을 표현하고 서로를 더 사랑하게 되면서 우리는 행복한 날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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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해 주신 호시님...!
늘 글 쓰는 건 어렵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