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특별 편(VIXX)
첫날은 빠르게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지 전에 서로 번호를 교환했고, 나는 내일부터 공부를 시작할 거니 알고 있으라고 했다. 공부를 안 하겠니 마니라는 소리는 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했다.
"막 나쁜 애 같지는 않아 보였는데..."
집에 도착했을 때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애가 왜 그런 곳에서 일을 하는 건지. 뭘 숨기고 있는 건지. 부모님은 이 사실을 알고 계시는지...
오지랖... 오지랖인 걸 알지만 마음에 걸렸다.
"하... 신경 끄자."
내가 할 일은 그 애를 공부시키는 거뿐이다. 그래, 이것만 하면 되는 거야 나는.
.
.
.
.
"나왔어."
시간이 뭐 이리도 빠른지. 나는 이렇게 또 상혁이의 방 안에 들어와 앉아있다.
"시작부터 빡세진 않으니까 걱정 말고."
"풀면 되는 건가요."
"응, 네 실력 확인이 필요해서."
여주는 상혁이 문제를 다 풀 동안 폰을 만지며 기다렸다. 상혁이 문제를 다 푸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리 적은 문제는 아니었는데... 제대로 풀긴 했을까?
"채점 좀 할게."
하나하나 문제를 채점해 나갔다. 그런데 문제 하나하나 채점할 때마다 여주의 표정은 당황 그 자체였다.
"너..."
"뭐요."
"너 뭐야...?"
틀린 거 하나 없었다. 분명 공부를 해 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문제를 다 맞춰!?
"사람인데요."
"그걸 묻는 게 아니잖아! 기대를 안 하긴 했지만, 그래도 어려운 문제를 중간에 넣어 뒀는데 어떻게 다 맞춰!?"

"대놓고 기대를 안 했다는 얘길 하시네요."
뭐야. 저 웃음. 웃으니까 엄청 귀엽네... 어우 시벌ㄹ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여튼...! 왜 거짓말했어."
"수업 시간에 그저 수업 듣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요."
내가 지금 천재를 가르치겠다고 이러고 있는 거였어...? 기가 찬 여주는 그저 다 맞은 시험지만 쳐다볼 뿐이었다.
"이게 끝이에요?"
"어? 어... 다 맞춰서 가르쳐줄 것도 없네. 다른 걸 준비해 오질 않았거든."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죠."
"그... 래.."
잘하면 한 달 만에 과외를 그만두게 될 거 같기도 하다. 천재를 가르치는 게 무슨 소용이야!? 아오, 기만자.
"...쌤은 어디 대학 다녀요?"
"나 ☆☆대학."
"좋은 대학 다니시네요."
"글쎄?"
상혁은 이것저것 질문했다. 어제와는 사뭇 다른 표정과 말투. 친해질 수는 있을까 싶었는데... 어쩌면 가능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너 상처에 약은 발랐니?"
"아뇨."
아까부터 눈길이 갔다. 약을 바르기는 하는지... 밴드조차 붙여져 있지 않아서 신경이 쓰였다.
"헐, 약을 왜 안 발라!?"
"귀찮으니까요. 어차피 또 생길 상처고."
"....."
여주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자신의 가방에서 파우치를 꺼내들었다. 그리곤 그 파우치에서 꺼내는 약.
"약을 다 들고 다니네요."
"들고 다니면 언젠가 필요해. 지금처럼."
면봉을 꺼내 들어 연고를 묻힌다. 그리곤 상혁에게 가만히 있으며 손을 뻗었고, 상혁은 당황한 표정으로 여주를 쳐다봤다.
"따갑진 않지?"
"...네."
약을 바르는 동안은 조용했다. 여주는 수많은 상처에 집중했고, 상혁은 여주에게 집중했다.
"됐다! 약 꾸준히 발라. 귀찮다고 내비두지 말고."
"귀찮은데요."
"ㅋ... 그럼 매일 내가 발라주지 뭐."
상혁은 또다시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이상한 쌤이네요."
"뭐!?"
"이제 가봐요. 저 좀 있다가 알바 가야 돼요."
"어? 어... 그래. 수고했어."
알바... 매일 그곳에서 일하는 걸까.
.
.
.
.
매일 상혁을 만나고, 빠르게 따라잡는 공부 진도에 오히려 내가 못 따라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할 때쯤. 벌써 2주가 지났다.
상혁과는 그 사이 많이 친해졌고, 가끔 서로에게 장난도 치는 정도가 되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진도를 나갔고, 이젠 웃는 모습이 대부분인 상혁에 신기해하고 있었을까.

"왜 그렇게 빤히 쳐다봐요?"
"상처가 거의 다 나았네."
"그렇죠. 쌤이 매일 약을 발라 주시니까."
"이런 쌤 어디 없다~?"
"네~네~"
갑자기 울리는 벨 소리. 나는 상혁이에게 잠시 기다려 달라고 얘기한 후 전화를 받았다.
"오늘...? 아니 뭐 약속이 있는 건 아닌데... 그래, 알겠어. 나중에 봐."
"표정이 왜 그래요?"
"아, 오늘 친구가 놀자고 해서. 귀찮기 하지만... 오랜만에 노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기도 하고."
"아··· 재밌게 노세요."
"아, 너 이거 숙제니까 해라."
"개너무하네요."
"^^"
여주는 상혁에게 숙제를 주고는 집으로 향했다. 옷도 갈아입고 화장도 고칠 겸 말이다. 굳이 이렇게 하는 이유가 뭐냐고? 그건...
클럽에 가거든.
.
.
.
.
오랜만에 오는 클럽. 금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붐볐고, 여러 냄새가 섞여서 딱히 맡고 싶지 않은 냄새가 나는 클럽에 썩 신나진 않았다.
"여주 뭐야~ 왜케 이뻐."
오랜만에 오는 클럽이라고 좀 빡세게 꾸며 봤다. 옷도 평상시엔 절대 입을 리가 없는 노출이 많은 옷이었지. 이때 아니면 언제 입겠니ㅋㅋ
"오늘 물 좋다더라. 한 잔부터 할래?"
가볍게 술을 마셨다. 분위기에 좀 익숙해지기 위함이기도 하다. 어디 잘생긴 사람 하나 없나~ 하며 둘러보기도 해아 되고.

"물이 좋아서 그런가 눈이 호강하네."
"그치ㅋㅋㅋ?"
여주와 친구들은 스테이지로 향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뿐이지만 대화를 나누며, 나오는 노래에 흥을 감출 수 없었다. 역시 가끔은 일탈이 필요해.
잘 놀다가 좀 쉬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빠져나가던 도중, 누군가 뒤에서 밀쳐 앞으로 몸이 기울었다. 덕분에 앞에 있던 사람에게 박치기를...
"엌...! 죄송해요...!!"

"괜찮아요. 그쪽은 안 다치셨어요?"
"네네...!"
와... 잘생겼다... 키도 큰데 얼굴은 엄청 작네. 오늘 클럽 오기 잘한 거 같애...
"혼자 왔어요?"
"아뇨, 친구들은 저기서 놀고 있어요. 전 좀 쉬려고..."
"같이 술 마실래요? 저도 쉬려고 빠져 나가는 참이라."
무조건 나이스지. 이걸 거절하는 바보가 어딨ㅠ
나는 내 이상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남자와 '바'로 가서 칵테일을 마셨다.
"몇 살이세요?"
"24살이요. 그쪽은요?"
"엇... 전 21살이요ㅎㅎ 말 놓으셔도 되는데."
"아 그래?"
"넵!"
"ㅋㅋ, 귀엽네."
저기요. 그렇게 이쁘게 웃으면서 그런 말을 하시면 냅다 한강에 몸을 던질 거 같은데요.

"솔직히 너 내 취향이야."
"네...?"
"초반부터 대뜸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 진짜 내 이상형이라서."
여주는 순간 얼굴을 붉혔고, 남자는 그런 여주를 귀엽다는 듯이 쳐다봤다.
엄마, 딸내미 솔탈할 거 같아ㅠㅠ
여주는 벌써 혼자서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 카더라...
여주가 그 남자와 계속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을까.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논다는 게 클럽에서 논다는 거였어요?"
"하... 한상혁...!?'
잔뜩 찌푸려진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 한상혁. 알바를 하는 클럽이 이곳이었어...? 왜 하필... 왜ㅠㅠ
"아는 사람이야?"
"아는... 동생이에요."
"아~ 괜히 긴장했네."
"허."
상혁은 남자를 기가 찬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내일 봐요."
상혁은 일을 해야 했기에 가버렸다. 당황한 여주는 멍 때리며 상혁의 뒷모습을 쳐다볼 뿐이다.
"왜 그래?"
"아니에요! 그나저나 술 잘 드시나 봐요. 센 술 마시는데도 멀쩡해 보이네요?"
"잘 마시는 건 아닌데, 못 마시진 않아."
"오..."
"아, 맞다. 혹시 전번 줄 수 있을까? 연락하고 싶어서."
나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전번을 교환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집 가서 연락할게. 난 슬슬 친구들한테 가봐야 돼서."
"잠깐이지만 좋았어요."
"내가 더."
예쁘게 웃어주곤 가는 그. 여주는 한참을 그의 뒷모습을 쳐다봤다. 생각보다 그의 여운이 너무 크게 남아있다.
"나 언제부터 연상 좋아했냐...^^"
동갑을 좋아했던 여주. 오늘부로 생각이 바뀔 거 같다는 느낌이 든다. 잘생기고 이쁜 게 최고긴 해...
여주는 보이지 않는 친구들을 찾고 있었을까. 아무리 찾아도 스테이지엔 없는 것 같아 혹시 룸에 있나 싶어서 룸으로 향했다.
룸은 2층. 수많은 방 중에서 어떻게 친구들을 찾나... 한숨을 쉬던 도중.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 새끼가 미쳤나. 눈 안 깔아!?!"
룸 안에서 나는 소리였다. 곱게 술 퍼마시지 왜 지랄인가 싶은 여주는 그 방을 지나치려는 찰나.
"미자 딱지를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하게 해줬으면 알아서 기어야지!!!"
미자라는 단어 하나에 발걸음이 멈춰 섰다.
설마...
불안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휩싸였다. 만약 저기 안에 있는 사람이 내가 아는 한상혁이라면...?
여주는 상혁이의 얼굴에 난 상처를 떠올리며 곧바로 룸 문을 거세게 열어젖혔다.
"뭐야!?"

"쌤...?"
"한상혁 너..."
엉망진창인 한상혁의 모습을 보고 열이 받은 여주. 미자인 걸 알면서 애를 지금 이 꼬락서니로 만들어 놔?
"뭐야!? 누구 멋대로!!"
"시발, 아가리 안 닫아?"
"뭐!!!?"
"상혁이는 내가 데려갑니다. 이딴 곳에서 얘 일 못 시켜."
"너 뭐야? 네까짓 게 그래봐야 이 새끼는 여기서 못 벗어나ㅋ"

"그 더러운 면상 치워. 저 얼음 양동이에 대가리 박히기 싫으면."
"이 년이!!"
남자가 여주에게 손찌검을 하려는 순간, 여주는 들고 있던 폰을 그대로 남자의 옆 목을 세게 때렸다. 남자는 짧은 비명과 함께 주저앉았고, 여주는 상혁을 끌고 나왔다.
"너 괜찮아!? 왜 맞고만 있어! 저 밥버러지 같은 거한텐 비위 맞추지 말고 그냥 한대 팼어야지! 이 잘난 얼굴에 상처가 또 생겼잖아. 아오, 그 시발 새끼를 죽였어야···."
"진정해요. 숨은 쉬고 말해."
"...괜찮아?"
"네.'
"...따라와."
여주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는 상혁을 데리고 클럽을 벗어났다. 그리고 상혁은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저 화난 토끼 마냥 씩씩 거리는 여주를 쳐다볼 뿐이었다.
___
젠장. 분량 조절 실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