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모음집

한 여름 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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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여름 밤의 꿈 






내가 그 애와 처음 만났던 순간을 되돌려보자면..
2월 말 즈음, 고등학교 예비소집 날이 아니었을까










20XX.01.24


띠리리링, 알람 소리가 시끄럽게 귀를 때렸다
눈을 반쯤 감은 채로 시간을 확인해보니 9시였다.
..잠깐만 뭐..9시.??? 


애써 현실을 부정해 보며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시간은 야속하게 9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여느때보다 빠르게 머릴 굴려 대략적 시간을 계산해본 결과는 어처구니 없게도 지금 당장 뛰어가지 않으면 
망한다는 사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허둥지둥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



입에는 머리끈을 물고 시선은 폰에 고정한 체 집 밖을 나섰다. 급하게 머리를 묶으며 시간을 보니 어느덧 9시 12분을 가리키고 있었고, 마음만 더 급해질 뿐이였다.


















무사히 딱 버스가 오는 타이밍에 간신히 도착해
버스 계단을 오르며 카드를 꺼내려는데 엎친데 덮친격.. 
까먹고 카드를 책상에 놔두고 온 것이었다.

짧은 탄식을 내뱉곤 다시 돌아가려던 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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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명이요. “

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더니, 생전 처음 본 
남자애가 내 버스비를 대신 내주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뒷자리로 유유히 사라지는 것이었다.



상황 파악할 시간도 없이 출발해버린 버스 때문에 
휘청휘청 거리며, 우선 자리에 앉았다.




















애써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머릿속은 이미 그 남자애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도 막 혼자말을 중얼거리면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듯 자리를 박차고 나와 당당하게 걸어갔다. 

어디로? 그래..그 남자애 자리로..







냅다 갈겨버렸던 그 결심은 곧 후회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돌아갈 여주도 아니었다. 

애써 웃으며 그 애 앞에서 걸음을 멈춰섰다. 
마음을 가다듬고, 심호흡을 하고..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입을 열었다.










- 안녕…!! 그 어..아까 전화번호…아..아니.사례하고 싶어서 전화번호를.. 








당황했는지 혀가 꼬여버린 탓에 당장 쥐구멍으로라도 숨고 싶었다. 근데 더 무서운 사실은 내 말을 못들었는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다시 말할 용기는 없었기 때문에 포기하고 돌아가려던 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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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애는 이어폰을 빼더니 나와 내 휴대폰을 번갈아 보고는 아무렇지 않게 내 폰을 가져가서 전화번호를 눌렀다.

근데.. 코 앞에서 보니까 좀 잘생긴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번호를 틱틱- 누르더니 야무지게 전정국이라고 이름까지 써서 나에게 건내주곤, 내릴 곳이 여기인지 출입문 쪽으로 향했다.











근데…여긴 화양고 앞 정류장인데..?







20XX년 3월 2일


그 날은 어찌나 정신이 없던지, 내가 무슨 일을 
했는지 조차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 








아, 그리고 오늘은 나의 첫 고등학교 입학식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아침밥도 든든하게 먹었다. 고등학교 첫날인 만큼, 공부도 열심히 하고..그리고 연애도 해보겠다고 생각하며 화장대 앞에 앉았다. 


연한 화장을 하고, 모처럼 첫 날인데 꾸며보자! 하고 먼지 쌓인 고데기도 꺼내들었다.





교복을 입고 옷매무새도 바르게 정리하고, 거울 앞에 섰다.

- ..나 오늘 좀 예쁜가? ㅎㅎ 



평소에는 거지존에 화장은 무슨 로션도 제대로 안바르고 다녔던 모습만 보다가, 이렇게 꾸며놓으니 나도 제법 예쁜 사람이었다. 괜히 거울을 보며 한 번 웃어도 봤다.


새 책가방에 새 교과서들을 챙기고 이번에는 여유롭게 집을 나섰다. 아 참, 교통카드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먼저 와 있는 친구가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흔들어 보였지만, 친구는 의아해 하는 표정으로 얼굴에 물음표를 잔득 띄우고 있었다.






“  야, 민윤지. 넌 어떻게 친구도 못 알아보냐~? “
- 뭐야 전여주, 너였어? 
“  왜…나 화장 이상해..? “
- 아니 개예뻐서.. 평소에도 좀 그러고 다녀라..;;
“ 이 언니도 꾸미면 이쁘다구~ “
- 언니 이런다. 어 야. 버스 왔다.




이번에는 교통카트도 잘 챙겼고, 아침부터 친구한테 예쁘다는 말도 들어보고.. 아직까지는 완벽한 하루였다.
기대를 잔뜩 품고 설레는 마음으로 학교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린 후, 정문 앞에 걸려있는 플랜카드를 보자
슬슬 내가 고등학생인게 실감이 났다. 한편으로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도 한가득이였다.




- 야.. 쟤 좀 봐.. 입학날 부터 고백 받는거임..? 

하는 친구의 말에 친구의 손이 가르키고 있는 쪽을 바라봤더니, 어떤 남자애가 어떤 여자애에게 고백을 받고 있는 상황 같았다.


“ 쟤도 대단하다..첫 날 부터 고백할 생각을.. “
- 야 근데 남자 개존잘이다. 나도 고백해볼까?
“ 저게 뭐가 잘생겼, “


개존잘이라는 친구의 말에 그 남자애의 얼굴을 자세히
봤는데, 어딘가 낯이 익은 얼굴인데.


“ 나 쟤..어디서 봤는데… “
- 니가? 저 존잘을? 
“ 아니 들어바…우리 예비소집 날… “
- 예비소집 날..? 
“ … 버스..? 어.? 그때 그 버스..! “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낯익은 얼굴은 버스에서 봤던 그 남자애였다. 어쩐지 보는데 소름이 돋더라니..


“ 전정국이네..그 때 그 버스.. “
- 헐 미친 이름도 잘생겼어. 전정국이래!!!!!!
“ ㅇ.야.야 조용히 말해. 듣겠다 “



역시 내 나쁜 예감은 항상 틀리지 않는다. 그 남자애..
그래 전정국은 친구 목소리를 들었는지 우리 쪽을 쳐다봤고, 눈을 안마주치기 위해 눈을 요리저리 피했다.



“ ㅇ.야 우리 빨리 가자. 늦겠다. “
- 아 왜, 차이는지 받아주는지는 보고 가야지.



그래.. 민윤지를 누가 이기겠는가..반포기 상태로 더 가까이서 보겠다는 윤지한테 끌려 갔다.


사실 나도 궁금했다. 받아줄지..차일지.
얼굴은 세상 짜증 가득하면서도 귀는 쫑긋 세우고 있었다.





- 정국아..지금 당장 대답 안해도 되니까…



전정국은 살짝 고민하는 거 같더니, 갑자기 나를 쳐다보더니 무슨 막장드라마 대사 같은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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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여자친구 있어. “







아니 여자친구가 있다는 것도 충격적이었지만, 전정국은 왜 나를 쳐다봤으며.. 그리고 왜 나를 보고 그런 말을 했으며…


이때부터였나…완벽하고 순탄한 하루? 그건 개나 줘버렸다.












정신이 반쯤 나간 체로 배정 받은 반으로 들어갔다.
윤지랑은 반이 떨어졌기 때문에 사실상 반에는 친구가 없다고 보면 된다. 또 친구는 어떻게 사귀어야 하나..이미 다 무리 지어 다니나..? 하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앞문에서 또 익숙하고 낯 익은 얼굴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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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제 하다하다 환각까지 보이는구나… “
- 유감이지만 환각이 아닐텐데.



제발 꿈이길 바랬다. 난 이런 종류의 악몽을 싫어하는데..근데 꿈도 환각도 아니면 여기가 지옥이지..뭐겠어..

그때부터였다. 학교 생활이 꼬이기 시작한 건.






어리버리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오늘도 순탄하지는 않았던 나에게 주는 고생의 대가로 배달음식을 시키고, 올 때 까지 넷X릭스에서 뭘 볼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바로 그 때, 띠링- 하고 알림이 울렸다. 그리고 불길한 마음에 이름을 확인해보니…전….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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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개같은 상황인가. 사례로 여자친구를 하라니…그것도 비지니스라니..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배달음식이 왔고.. 음식이 코에 들어가는지 입에 들어가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20XX.03.03

절대 오지 않길 바랬던 다음 날 아침이 되었다.
교문을 지나는데도…조퇴할까..자퇴할까..전학갈까..
이런 생각 뿐이었다.








- 야. 전여주. 어디 아파?
“….. “
- 야..? 야 전여주
“ ..어? 아니 아니 딴 생각 좀 하느라.. “

정신은 집 나간지 오래 됐고.. 또 반에 들어가면 전정국을 봐야한다는 사실에 정말 울고 싶었다.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그런데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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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야! 우리 교실 같이 올라가자. “

- …어? 그래…! 






친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날 쳐다..아니 째려봤다.
나도.. 이 상황이..어이가 없단다..



- 뭐야 전여주..너 저 존잘이랑 사귀는거임..? 
“ 어..? 어…어쩌다보니.. “
- 뭐야..전여주…나 버리고..이쁜 사랑해라..ㅠ 
“ ㅇ..어 웅..나 먼저 갈게 “








처음에는 질색팔색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주위 사람들의 관심도 딱히 나쁘진 않았다.
 내가 이런 잘생긴 애랑 가짜지만 사귈 수 있다는 거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20XX.07.03





라고 다짐한지도 벌써 4개월이 넘어간다.
난 그때 전정국의 고백 아닌 고백을 받아줬으면 안됐다.



그 잘난 외모에 공부, 운동, 노래까지 놓치는 게 없던 다 가진 남자가 학교에서 인기가 없을리가 없었다.


쉬는 시간에 전정국 실물을 보겠다고 반 앞에 모여있는 건 기본이었고, 여자친구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고백하는 애들도 많았다.







그에 비해 나는, 그저 그냥 평범한 고1이 였던 나는
이제는 평범한 사람 취급 조차 해주지 않았다.

그 얼굴로 전정국 어떻게 꼬신거냐. 부터 시작해서
돈 주고 샀냐, 같이 잤냐 등 등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험한 말들을 들어왔다.




이 쯤 되면 왜 아직까지 여자친구를 해주고 있는지 이해가 안될 거다. 나도 그랬으니까. 

근데 내가 어쩌면 전정국을 좋아하고 있는 거 같다.. 많이..










20XX.07.10


결국 모든 사실을 정국이에게 털어놓고, 나는 원래의 삶을 되찾기 위해 전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대로 살다가는 정말 위험해질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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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주야! “


아무것도 모르고 반갑게 손 흔드는 정국이를 보고, 절대로 안 울어야겠다는 다짐은 지키지 못하고 말았다.





“ 전정국…너는…모르지..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고…힘든지… “

- 여주야…울어?
- 왜 울어 울지마..어? 아이스크림 사올까..? 응..?


이미 눈물샘은 터져버렸고, 그냥 시간 끌지 말고 말하기로 했다.




“ 나 너 좋아해..이건 진심이야.. “
- …뭐라고?
“ 대답은 하지마… “
- 여주야..나도 너..
“ … 나 전학 가. “

- 진심이야?
“ ..응..그니까 나 이제 더이상 찾지마 “








달래주던 정국이의 손을 뿌리치고 집으로 뛰쳐가는데,
뒤에서 울음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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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말 진심이야..? “




평생 안울어 본 거 같이 생긴 애가 울고 있으니까 당황스러웠는데, 걔가 나 때문에 울고 있으니까 마음이 착잡해졌다.





“ 넌 왜 울어… “
- 진심이냐고…
- 나도 너 좋아한다고..근데 이렇게 가버리면… 
“ …뭐? “




그 뒤로 몇 십분을 껴안고 울었다.
아마 그 날이 내 인생에서 제일 많이 울었던 날이 아닐까..? ㅎㅎ











그래서 6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나면…전정국 걔..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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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서 자고 있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