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 했다고 벌써 해가 지고 있을까. 이 해가 지면 난 이 꿈에서 깰까?절대 깨고 싶지 않아. 큰 맘 먹고 차도로 뛰어 들어간것이란 말이야. 피 투성이 인 채로 깨고 싶지 않아. 절대로.

“저기, 어디가?”
악마다. 착한 얼굴의 악마. 그렇다고 진짜 착하진 않을 것 일테지만, 가면을 쓰고 있을 테지만, 그냥 내게 따듯한 미소를짓고 있다. 가식은 느껴지진 않고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만 느껴진다. 어쩌면 기대도 될지 모른다.
“악마야, 나 길 잃었어"
“어디 갈건데?”
“그러게. 나 그건 생각 못 했어"
“현실로 데려다 줘?”
“… 절대 안돼. 무슨 수를 써서도 절대. 그냥 여기 있게 해줘. 편안하게…”
“… 프흣, 아 웃어서 미안한데 원해도 너 여기 못 나가. 넌 이미 죽었고 전에 우리한테….아 아니다. 암튼 너 죽어서 여기에서 지내라고. 나랑 천사가 만들어준거야. 너를 위해"
“나를 위해서라… 그거 참 고맙네"
“아무튼 길을 잘 찾아보라고. 난 간다"
아 다행이다. 여기에서만 지내야 한다는게 왜 좋을까?억압하는 것 같아도 이 넓은 낙원이라 불리는 곳에 편히 있을 수 있다는 것이여서?아니면 그냥 지옥보다 더 한 이승에서 벗어나서?흠… 둘 다 맞는 것 같네.
깊은 생각을 하면서 걷다보니 해는 다 졌고 어둠만이 남았다. 여기 처음 왔을 때 보다 바람을 좀 더 차가워졌고 빛도 거의없어졌다. 계속 걸으니 다리도 아파왔고 내 주제에 편한 곳에서 쉬고 싶었다. 이젠 아무 소리도 없고 빛도 없어졌다. 이 곳은 마치 무(없음)의 공간이 되었다. 진짜 아무 것도 없고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 앉게 되면 정신을 잃고 일어날 수 없을지 고민이 되었다. 내가 낮에 봤던 그 곳은 어디 있을까. 고향 생각나듯 낙원이 그리워졌다. 현재, 방향 감각도 잃어버렸지만 나는 무작정 달렸다. 어느 방향인지도 생각하지 않은 채.

그렇게 몇 시간을 달렸을까, 시간 감각도 잊은 채로 미친 듯이 달리고 나니 빛이 보였다. 빛을 봐버린 나는 더 힘차게, 발에 불이 나도록 뛰어갔다.
그 곳은 작은 오두막이 있었다. 문을 잠시 쳐다보고는…
“이 거지년은 또 뭐야?우리 집에선 꼴 사나운 사람 안 받아!”
“정말 이런 사람이 세상에 있었던거야?미친… 더러워!”
이전 겪었던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 팍 하고 떠올랐다.
하…하… 미칠 것 같아. 내가 뭐 그리 더럽다고 날 손가락질 하고 차갑게 대한거야?…
한동안 문 앞에서 머리를 붙잡고 있었을 때, 문 앞에 있던 계단에서 털석 앉아버렸다. 그 소리가 꽤 컸는지 앉은지 얼마 되지 않아 문이 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