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어 죽을 로맨스
도대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간 건지 모르겠다. 쉬는 시간마다 학생들이SNS안 하냐, 전화번호 줄 수 있냐 등의 질문에 일일이 다 대답을 해주다 보니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다. 음식을 받은 식판을 가지고 최대한 조용한 구석으로 가서 앉았다.
그렇게 김슬아와 같이 점심을 먹고 있는데, 저 멀리서 급식실을 들어와서 급식을 받고는 우리 쪽으로 오는 박지민이 보였다. 나는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며 마저 숟가락에 밥을 올려 입속에 넣으려는 순간, 탁-.소리와 함께 식판 하나가 내 앞으로 떨어졌다.
“뭐야…”
“여주야, 맛있어? 아 친구도 있었네?”
“네가 박지민구나!”
“반가워, 난 여주 친구, 김슬아야"
“그럼 전화번호 교환할래?”
“내가 여주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아서 말이야"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도대체 박지민은 날 왜 못 괴롭혀서 안 달인 건지... 밥 먹는 곳까지 찾아와서는 김슬아랑 인사를 하고 번호까지 교환하고 있는 ‘미친 친화력’들. 하지만 미친 친화력은 저 둘뿐만이 아닌 것 같다.
“박지민 미X년아, 먼저 가냐?”
“오 네가 걔냐? 시X 실물이 더 존X 예쁘네.”
“시X 김태형, 욕 좀 작작해라. ㅋㅋㅋ”
먼저 우리랑 동갑으로 보이는 파랑 머리가 왔다. 오자마자 하는 말은 욕. 처음 보는 사람의 면전에다가 그냥 아무렇지 않게 욕을 하는 저 파랑 머리는 박지민보다 더한 또라이였다. 아, 그리고 파랑 머리의 이름은 김태형.
“나만 빼고 뭘 그렇게 실실 쪼개면서 재밌는 얘기를 해요?”
“오 인별 존예 누나다, 맞죠! 옆에 누나가 사진 올린 사람이죠?”
“응, 내가 사진 올린 사람이야. 이름은 김슬아.”
“누나라고 하는 거 보면 1학년? 이름이 뭐야?”
“전정국이여. 누나라고 불러도 되죠?”
그리고 나중에 온 저 검은 머리는 전정국. 이미 누나라고 부르고 있으면서 누나라고 불러도 되냐고 묻는 그는 도대체… 하지만 저 세 명 중에서는 제일 정상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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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네 진짜 뭐지?’
그리고 나는 도저히 그 자리에 있을 수가 없어서 조용히 급식실을 빠져나와 교실로 발걸음 옮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