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내 망상으로 이루어진 단편 소설

비 오는 날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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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어느 날,
주인공의 친구는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주인공은 한동안 깊은 슬픔에 빠져 지냈지만,
결국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의 눈앞에 이상한 존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환상이라고 생각하며
넘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존재는 더욱 뚜렷해졌다.

그녀는 겉모습은 성인 여성 같았으나
긴 생머리, 팔다리, 몸 모두가 물에 젖어 있었다.
여름에도,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마찬가지였다.
더욱 섬뜩한 것은 그녀의 머리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몸은 축 처져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녀의 모습은 사람이 아닌 귀신처럼 보였다.
아니, 귀신이었다.

그녀는 주인공 앞에 나타날 때마다
주인공의 이름을 부르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주인공은 너무 무서워 경찰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돌아다닌다고 신고했지만,
경찰은 아무도 찾지 못한 채 장난 전화를 하지 말라는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또 어느 날,
주인공은 너무 무서워서 바람 쐴 겸
저녁에 자신이 살고 있는 빌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노을을 바라보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데,
그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주인공은 무서웠지만 빨리 쫓아내기 위해
먹던 아이스크림을 내려놓은 후,
옆에 있던 빗자루를 들고 그녀를 찾아다녔다.
결국 그녀를 발견한 장소는 빌라 옥상의 난간 위였다.

주인공은 그녀에게 나가라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 순간, 주인공은 깨달았다.
그녀는 비 오는 날 빗길에 미끄러진 트럭에 치여 죽은
자신의 친구였다.

친구란 것을 알게 되었지만,
주인공은 본능적으로 근처에 가면 안 된다는 것을
직감하고 뒤로 조금씩 물러났다.
그러나 친구는 다시 주인공의 이름을 부르며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주인공은 마치 홀린 듯이 친구 앞으로 다가갔고,
친구는 공중에 뜬 채로 뒤로 물러났다.
주인공은 친구가 서 있던 난간에 올라섰고,
친구는 주인공에게 자신을 안아달라고 말했다.
주인공은 알았다며 한 발자국 내딛는 순간, 추락했다.
주인공은 그 순간 정신을 차렸지만 이미 늦었다.

주인공은 땅으로 떨어졌고,
몇 분 후 주민의 신고로 경찰차와 구급차가 출동했지만,
주인공은 현장에서 죽었다.

주인공이 죽기 전, 친구는 주인공 앞에 앉아
정말 소름 끼치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정색하더니,
왜 안아주지 않냐며 귀가 찢어질 듯한 고통스런 소리를 질렀다.
주인공은 그 소리에 정신이 혼미해지며 마지막 숨을 거뒀다.



친구는 주인공 외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주인공을 정신병자로 취급했고,
주인공의 말을 믿어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