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一場春夢]

15.




하민은 예준에게 꼭 붙어 다녔다. 혹시나 무슨일이 일어날까봐 두려웠던 하민은 조금이라도 예준에게 오는 일 하나하나 신경쓰며 다녔다. 예준은 하민의 행동이 가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내심 좋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예준에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자 하민은 꿈에 대한 생각을 점점 잊게 된다.



“하..다행이 꿈은 그냥 잘못 꾼건가.”







하민이 꾼 꿈을 점점 잊어갈 만큼 예준과 평화로운 날들.

사무실에서 일을 하던 중 하민은 예준과 여행을 가기 위해 끊어놓았던 기차표를 미리 출력한다. 그리고 예준에게 카톡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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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은 예준과 기차여행을 가기 전 멋지게 고백해 갈 생각이였다. 고백이 처음인 하민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인터넷에 마구 검색하고있다. 아무것도 모르던 예준은 하민에게 가고 싶어 일이 있는 척 서류를 들고 하민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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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님, 서류 체크할게 있어서요.”




하민은 갑자기 나타난 예준의 놀라 노트북을 재빨리 닫았다. 예준은 그런 하민의 행동에 당황한 채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어본다.


“어..뭐 하고 계셨어요..?”




하민은 예준의 물음에 어버버거리며 눈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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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아니에요… 아무것도”

‘몰래 고백 준비를 하던 참이였는데..절대 예준이 형이 알아선 안돼..!‘



“하하..그러시구나..”


“그, 서류는 뭐죠?”

“네? 아 그게..”



예준은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하민을 보기 위해 거짓말을 친거라 어떻게 거짓말을 해야할 지 몰랐다. 말을 잇지 못하는 예준을 바라보는 하민은 예준이 그러는 이유를 몰라 고개를 갸우뚱 한 채 예준을 바라보았고 예준은 부끄러워 그냥 도망가기로 하였다.



“ㅇ..아니에요..! 이제 보니깐 아닌 것 같아요..!!”

“…예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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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르고 예준과 하민이 기차여행 가기로 한 날 이틀 전.


아침부터 비는 미친듯이 쏟아져내렸다. 예준은 일 할 것이 생겨 먼저 회사로 출근하였다. 시간에 맞춰서 온 하민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예준을 찾으러 두리번 거렸다. 하지만 예준의 가방만 있을 뿐 예준은 자리에 없었다. 하민은 주변 직원에게 예준을 물어본다.


“저기, 혹시 남예준 사원 어디갔어요?”


“아 예준씨요? 아까 강대리님이 심부름 시키셔서 차 타고 잠깐 나가셨어요.”

“이렇게 비가 오는데요..?”

“뭐..글쎄요. 홍보를 돌리다나 뭐라나..”

“일단 알겠어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하민은 비가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며 예준을 걱정한다.
안그래도 강대리가 매일 예준을 괴롭혀 불안한데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 날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일을 시킨거지. 사고라도 나면 어쩔려고..


하민은 예준에게 연락을 남긴 후 자리에 앉아 예준을 기다리며 일을 하였다.









한편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예준은 다른 회사를 돌며 회사 홍보를 하고 다녔다. 날은 점점 어두워졌고 시간은 빨리 지나갔다. 지친 몸을 이끌고 하민과 같이 갈 여행을 생각하며 힘을 내었다.

‘그래, 조금만 버티면 하민이랑 여행 갈 수 있어.. 조금만 힘내자 남예준!‘


운전을 하던 중 예준의 폰이 계속해서 울렸다. 하지만 운전 중이였던 예준은 전화룰 받질 못했다. 결국 전화는 끊어졌고 카톡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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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준은 빨간 신호일 때 하민에게 답장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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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준은 일이 끝나고 하민을 만날 생각에 두근거렸다.
나에게 할 말은 뭘까. 혹시..고백? 에이..설마.. 이상한 생각하지마 남예준..정신차리고 일 하자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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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하민은 퇴근시간이 되었고 예준과 만날 곳 식당에 미리 와 고백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시각 예준은 마지막 회사를 돌기 위해 미지막 까지 힘을 내어 들어갔다. 다른 회사로 들어가 직원들에게 90도로 인사하며 명함과 서류를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W기업 남예준 사원입니다!”

하지만 회사 직원들은 예준의 인사에 전혀 반가워 하지 않았고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시선에 당황한 예준은 그래도 미소를 잃지 않고 회사를 열심히 홍보하였다. 




그렇게 한참 홍보와 인사가 끝나고 예준은 너무 피곤해 화장실에 가서 세수를 하였다. 그 순간 그 회사 직원들이 들아오는 소리가 들리자 자기도 모르게 화장실칸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회사 직원들은 무언가를 얘기하며 들어왔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예준에 대한 말이였다.






”야, 아까 그 사람 봄?“

”누구?“

”그 w기업.“

”아~ 홍보?“

”어어. 근데 나만 그 사람 불쌍하냐?“

”엥 왜?“

”아니..w기업이면 대한민국 1등 기업인데 홍보를 돌린다고?“

”그런가?“

”말이 안되잖아. 심지어 그 회사 부장이나 과장이면 몰라도 그렇지. 딱 봐도 신입사원인데 이 비가 오는 날 이런 걸 시킨다고?“

”듣고보니 그렇네. 왜 이 일을 하는거지? 할 일이 없나?ㅋㅋㅋ“

”ㅋㅋㅋ 내가 보긴 백퍼 엿 맥일려고 저러는거임.“

”ㅋㅋㅋ그렇네 딱 봐도 신입 괴롭힐려곸ㅋㅋ“

”에휴, 좀 이쁘장한게 생겼는데 새로운 호기심 생길 뻔~“

”ㅋㅋㅋ 미쳤냐? 근데 진짜 왜 이런 일을 맡아서 하는거래“

”백퍼 둘 중 하나지. 엿 맥일려고 하거나 아님 이쁘장한데 일을 존나게 못하거나.“

”와..불쌍해 ㅋㅋ ㅠㅠ“







화장실 칸 안에서 직원들의 대화를 들은 예준은 한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남을 희롱하는 말들. 내가 이런 말을 들을면서까지 이 일을 하는게 맞는걸까. 예준은 직원들이 나갈 때까지 화장실 안에 숨어있다 어깨가 축 쳐진 채 회사 밖으로 나왔다. 

비는 눈치 없이 쏟아져 내렸고, 예준은 그 비를 맞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왜 다시 일어설려고 하면 항상 나의 발목을 붙잡는걸까. 예준은 힘내서 하려고 해도 자꾸만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이 너무나 버거웠고 버티기가 힘들었다. 예준은 쭈그려 앉은 채 길 가운데에서 눈물을 흘렸다. 



“흐윽..ㅇ..왜..나한테..흑..다들 나한테 왜 그래..”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런 예준을 이상하게 바라보며 아무도 안도와주었고 예준은 한참을 비를 맞으며 울다 일어났다. 하늘이 나의 일에 공감을 해주는걸까. 하늘도 눈물을 흐르듯 비를 마구 쏟아져 내리는데. 마치 예준의 마음 같았다.


예준은 흠뻑 젖은 채 차에 탔다. 하민에게 와 있는 식당 주소. 예준을 하민의 톡을 보며 오늘따라 더더욱 하민이 보고싶었다. 지금이라도 하민을 보면 이 마음도 다시 괜찮아질 것 같아서.












예준은 일을 다 하고 회사로 돌아왔다. 회사에 도착하니 모든 직원들은 퇴근하고 자리에 없었다. 강대리는 저기 멀리서부터 예준에게 다가오며 소리를 첬다. 강대리는 비에 흠뻑 젖은 예준의 상태를 보고 비아냥 거리며 말했다.



“허이구? 뭐 불쌍한 척 할려고 이러고 왔냐? 뭐 이리 오래 걸려?”

강대리는 예준의 어깨를 손으로 밀며 말한다.


“야, 상사가 말을 하면 대답을 해. 왜이리 늦었냐고 묻잖아 내가.”






예준은 여전히 답을 하지 못했다. 강대리는 그런 예준이 짜증이 났지만 화를 내다 말고 보내려고 한다.

“아이씨, 사람이 말을 하면..에휴 됐다. 그냥 내 눈 앞에서 꺼져라..”


“…..대리님, 저 여쭤볼 거 있습니다.”



강댜리는 예준의 물음에 당황했다. 평소라면 그냥 조용히 있거나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던 놈이 갑자기 자신에게 물어볼 것이 있다니. 예준은 그동안 강대리의 지속적인 괴롭힘에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너무나 지친 예준은 지금이 아니면 언제 강대리에게 따질 기회가 있을까 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가지고 말을 했다.



“…오늘 시키신 일에 대해 제가 뭘 들어서요.”




강대리는 예준의 말에 당황했다.


“ㅁ..뭔데..?”

“..오늘 시키신 일. 제가 해야하는 일이 맞았나요?“



강대리는 예준의 말에 코웃음 치며 말한다.

”허? 내가 시키면 그냥 하는거니 뭐가 말이 많아? 남들보다 늦게 취직했으면 시키는대로 할 것이지 뭐가 불만인데? 어? 뭐라고 얘길 들었길래 지금 내 앞에서 그딴 소리나 지껄이는거야!“



”…..“





강대리는 당황해 말이 길어졌고 예준은 그런 강대리 말에 아무말도 하지 못하였다. 강대리 말이 맞다. 남들보다 출발이 늦은 나에게 무슨 선택지가 있다고. 예준은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엿 맥일려고..“

”뭐라고?“

”…엿 맥일려고 그러는거라고 그 회사 직원들이 그랬습니다.“



강대리는 예준의 말에 당황했다. 강대리의 목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고 예준을 향해 눈을 부릅 뜨며 말했다.


”야! 다른 회사 사람들이 뭐라 지껄였는지 난 잘 모르겠고, 넌 직장 상사가 그렇게밖에 안보여?“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아 됐어, 너 그딴식으로 할거면 걍 다 때려쳐.“

“….”




강대리는 예준의 어깨를 강하게 친 후 자리를 떠났다.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는 예준. 비에 흠뻑 젖은 채 가만히 있었다. 

예준은 자신이 강대리에게 말도 제대로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화가났다. 결국 또 강대리에게 이렇게 당하는구나. 예준은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고 너무나 싫었다. 제대로 할 줄 아는게 없는 자신이 고작 이렇게 말하는 거 조차 제대로 하질 못하니. 


예준은 다시 차에 탔다. 예준은 차에 탄 후 생각에 잠겼다.

‘어디까지 버텨야 제가 성공을 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성공도 안바래요. 그냥 행복하고싶어요.“

운전대를 잡고 한참을 멍을 때리던 예준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자신의 손목에 걸려있는 너덜해진 실팔찌. 이
팔찌를 보면 늘 하민의 말과 모습들이 생각이 났다. 이 순간 하민의 말이 떠오르니 갑자기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하민과의 약소 장소로 가던 예준은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반쯤 정신이 나간 예준은 신호를 기다리다 하민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까봐 걱정이 되어 최대한 표정을 밝게 할려고 했다. 그렇게 마음을 잡고 있던 중 예준의 쪽 옆에서 밝은 불빛이 보였다. 커다란 대형 트럭은 신호를 무시한 채 예준을 향해 돌진하였다. 


빠앙-!




갑작스러운 트럭에 돌진에 예준의 몸은 굳어버렸다. 
자신에게 달려오는 트럭을 보며 예준은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나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구나.‘




끼익..쿵..!



트럭이 예준의 차를 그대로 박아버리자 엄청난 충격이 예준의 몸을 덮쳤다. 트럭이 덮치는 순간 모든것이 느리게 보였고 그동안 하민과 행복했던 기억들이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스르륵 지나갔다.  




‘…예준씨의 첫 남자로 전 어떻습니까?”

‘예준씨는 왤케 귀여워요?“

”형이 행복한거라면 다행이네요.“

“형, 저 떠나면 안돼요. 약속해요.”








차는 완전히 뒤집어진 채 예준은 피범벅이 되었다. 곧 죽을지경까지 온 예준의 머릿속엔 하민의 대한 걱정밖에 없었다.




‘하민이한테 가야되는데…안떠난다고 약속했는데 나 기다리면 어떡하지..? 아..하민이 보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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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하민은 식당에 안오는 예준이 걱정이 되어 전화를 했다. 하지만 받질 않았다. 걱정되는 마음에 톡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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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민은 결국 식당 밖으로 우산을 들고 나갔다. 비가 미친듯이 쏟아지는 날 하민은 예준을 찾으러 주변을 둘러보며 다녔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어느 곳에서 어수선한 소리가 들려 하민은 그쪽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고 구급차와 경찰차 여러대가 있었다. 사람들로 인해 상황이 제대로 안보였던 하민은 주변 사람들이 하는 얘길 듣게 된다.




“야.. 어떡해 죽었나봐“

”그니깐..차 뭉게진거봐.“

”에휴 그니깐 트럭은 왜 졸음 운전을 해서는 쯧쯧..“

”너무 불쌍해.. 아직 어린 청년 같던데




순간 하민은 그 말들은 들고 사람들을 헤치며 사건현장을 마주한다. 그곳엔 트럭으로 인해 거의 부서진 차량한대와
물웅덩이처럼 피가 있었다. 그리고 흰천으로 덮여있는 
시신 한 구.

하민은 떨리는 마음으로 흰천으로 덮인 시신에 다가갔다. 다가가는 순간 팔 한쪽이 흰천 사이로 나왔다. 

익숙한 정장, 많이 보던 손. 그리고 피로 새빨갛게 물든 흰 실팔찌.


하민은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 것 같은 느낌에 달려갔다. 우산을 던진 채 시신쪽으로 달려가 예준이 아니길 빌었지만 흰천을 걷어내니 예준이였다. 하민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앉았고 지금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이럴 수 없었다. 한 순간에 무너져버린 하민은 예준을 안은 채 소리쳤다.


“혀..형..!! 예준이형..!”



예준의 얼굴과 손을 어루어 만지는 하민. 너무나 차가웠다. 
거짓말 같은 이 상황에 하민은 더더욱 울부짖었다. 경찰들은 하민을 제제하며 예준과 떨어지게 막았고 하민은 경찰들에게 붙잡힌 채 오열하며 절규했다.



“안돼…안돼 형…”

하민은 경찰들을 뿌리치고 예준에게 다시 다가갔다. 그리고 다정하게 안아주며 자신의 따뜻한 손길로 예준을 만졌다. 조금이라도 자신의 온기를 주기 위해 예준을 껴안으며 말한다.


“형.. 나 여깄잖아. 응? 눈 좀 떠봐.. 나 여깄어 형..”

 

하지만 예준은 미동조차 없었다. 하민은 이미 숨을 쉬지 않는 예준의 얼굴을 연신 쓸어내리며 눈물을 흘렸다. 

“안돼..이럴 순 없어.. 형..? 제발 눈 좀 떠줘..제발..”



차갑게 식어있는 예준. 이렇게 비가 오는 날, 혼자 비에 젖은 채 얼마나 아팠을까.



 예준의 싸늘한 손을 잡으며 하민은 오열하다 못해 통곡을 한다.


“내가 미안해 형..내가..너무 미안해.. 일하느라 많이 힘들텐데..밥이나 먹자하고..나 때문이야 형..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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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예준은 병원에 이송되었다. 수술실엔 불이 들어오고 하민은 수술실 밖에서 서성거렸다. 하민의 눈은 텅 비어져있었고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듯 했다.

”아니야..형..이럴 일 없어…“





시간이 흘러 의사는 수술실에서 나왔다. 하민은 의사에게 달려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ㅎ..형은요..? 어때요..? 살 수 있어요..?“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침통한 목소리로 말한다.

”최선을 다했지만.. 죄송합니다.“



의사에 말에 하민은 휘청거렀다. 

“ㅁ..뭐라고요..?”


하민은 그대로 주저 앉았다. 하민은 예준의 손목에 있던 피로 물든 실팔찌를 꺼내 보았다. 자신이 선물해준 선물이였기에 하민은 더욱 오열하였고, 병원 복도엔 하민의 울음으로 가득차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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