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다시 14

理鼈
2020.03.11조회수 57
별은 멍하니 한 곳을 바라보며 끊임없는 생각을 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꼬리를 물고 더욱 길게 늘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진짜 일주일 동안 연락도 없고, 뭐야.. 별은 신경질 적이게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용선이 놀라며 별의 뒷통수를 시원하게 날려주었다.
“아, 요즘 왜 그러냐.”
“안되겠어.”
“뭐가 안돼.”
별은 의자에서 일어나 자신의 짐을 챙겼다. 혜진이 별의 손목을 잡고선 어딜가냐며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별은 혜진의 손을 빼며 괜히 성질을 부렸다. 별것도 아닌데.
“나 쌤한테 좀-.”
“야. 연락도 안오는데, 너 원래 그런애 아니잖아.”
“아, 뭔 상관이냐고.”
“좀 있으면 슬기 올텐데- 좀만 더 있다 가지?”
“너네들끼리 놀고 있어보라고.”
“너 원래 질질끄는 애 아니잖-,”
“그런게 있다고.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별은 기다리란 말만 하고선 급히 어딘가로 뛰어갔다. 분명, 무슨일이 있는걸거야. 애인한텐 정리했다고 했는데, 휘인한텐 또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곤 그대로 내쉬었다. 별은 휘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낯선 여자의 소리뿐, 전화를 받지 않았다. 휘인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조용히 도어락을 눌렀다. 하지만 거친 숨소리는 숨길 수 없었다. 문을 조용히 열자, 오히려 조용했다. 별은 숨을 참고선 휘인의 방으로 향했다. 이래도 되나. 하지만 생각과 달리 나의 몸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문을 조심스레 열고선 휘인이 있는것을 확인했다. 그때, 누군가와 같이 있는것을 알아채버렸다. 저렇게 활짝 웃는 모습은 처음인 것 같은데, 하지만 그 입꼬리가 점점 쳐지기 시작했다. 목소리를 들으니, 낯이 익었다. 어떤 굵은 남성의 음성이었다. 곧이어 휘인은 그 남성의 말에 울음을 터뜨렸고, 휘인은 폰을 키기 시작했다. 그래서 폰이 꺼져있다 한거구나, 별은 더이상 들킬 것 같아서 다시 슬금슬금 기어나가듯 조심스럽게 나가기 시작했다. 별일은 없는것 같은데, 왜이렇게 신경이 쓰이지. 그때 별의 폰에서 전화가 울렸다. 혜진, 안혜진 미친, 존나 미친.. 별은 황급히 무음으로 돌리긴 했지만, 휘인과 그 남성의 관심을 돌리진 못한것 같다. 이렇게 절묘한 순간이 다가와서야 저 남자의 정체를 알아차리다니. 나는 정말 멍청인가.. 휘인이 방을 나오는 낌새를 알아차린 별은 얼른 문을 열고 나갔다. 들키진 않았겠지? 별은 헐떡거리며 다시 자신의 카페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카페에 도착하자, 그때 마침 슬기도 카페를 향해 걸어나오고 있었다.
“어, 문별이?”
“하, 하아.. 강슬기.”
“뛰어왔어?”
“응.”
“지각?”
“응? 아니, 볼 일.”
“들어가자.”
별은 영혼까지 다 털릴 뻔하게 만들어준 혜진에게 또 성질을 부렸다. 도대체 정신이 있는거냐 없는거냐 하면서 말이다. 별은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곤 커피로 목을 축이기로 했다. 그리곤 목구멍에 커피를 미친듯이 쏟아부었다. 뜨거운지도 모른 채, 사레가 들려서 또 미친듯이 콜록거리다가 탈진한 듯이 엎드렸다.
“야, 뭔일있냐?”
“하, 몰라. 말 걸지마-..”
“아니 신나게 뛰어갔다가 신나게 뛰어와놓고선, 왜 지랄이야?”
“하.. 학교 가지 말까.”
“넌 원래 안 갔잖아.”
“너도잖아.”
“맞아.”
“일단, 내일 월요일이야.”
“술심 친구들 분위기 왜그래?”
“쟤만 저래.”
“콘서트는?”
“당연히.”
“잘됐어?”
“응.”
“내한 다녀온거였어?”
“헐? 몰랐어?”
슬기는 서운하다는 듯, 별의 어깨를 때렸다. 용선과 혜진은 당연히 슬기에게 치대기 바빴다. 슬기는 밥을 사준다며 인기관리를 시전하겠지. 그런 슬기에게 어김없이 끌려가는 나의 인생이란, 별은 한숨을 쉬고선 혜진을 따라 자리에서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