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다시 18

안에.리 거북이










-내가, 미안해. 상처 받았겠지..? 마음에 걸려서...



“나 좋아하는거 아니면, 나랑 말 섞지마요.”



-...



“끊어.”



-화가 안 풀렸구나, 미안해.



“화가 안 풀린게 아니고 괘씸해서 그래, 여지껏 내가 지켜준건 생각 안하고 남들 생각만 하고 손가락질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게 나는 괘씸한거야. 남들이 우리를 인정하지 않아도 좋아. 죄가 아니잖아. 왜그래? 왜 평소같지 않았어?”



-...너랑 나는.. 여자잖아.



“뭐?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치만... 그치만-...



“답답하다. 진짜, 이정도밖에 안됐어?”



-나도.. 그러고 싶지 않아. 남들이 다 나쁜거라고 그랬어.. 난 너가 싫지 않아. 그런데.. 남들이 불편해 하잖아..



“사람이.. 어떻게 그래? 애초에 마음 주질 말던가, 왜그러는건데? 내가 남자였으면, 만났을거였어? 그럼 나한테 왜 몸을 맡기고 그런 짓을 해? 넌 욕구밖에 몰라? 불편해하는 몇몇사람은 편견에 찌든 사람인거야. 두려워 하지말라고, 내가 얘기했잖아. 한번이라도 나한테 따뜻하게 먼저 위로해줄 생각은 없었어?”



-...그만하자..



“이정도였구나, 난 그것도 모르고. 그냥, 그저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다치는게 싫어서, 이 여자는 나를 좋아해주겠지, 그런 생각만 하고 있었네. 됐어, 쌤 말대로 그만하자. 그게 좋은 것 같아.”



-안돼.. 그게, 그게...



“끊자. 좋은 사람 만나요 쌤.”



별이 휘인과의 통화를 종료했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 흐느끼며 울음소리에 섞여 나온 뭉게진 말들이 나의 마음과 같았다. 조금만 더 다정하게 대해줄 걸 그랬나. 마지막인데. 이제 정말 아무사이도 아닌데-. 어째서인지 눈물이 나지 않는다. 너무 많은 감정이 섞여있어서.



-



“야, 문별이.”



“…”



“문별이!”



“…”



“야!!”



“어..?”



“너 뭔일 있냐고. 내 말 듣고있어?”



“하아-... 강슬기.”



“뭔일 있어? 응? 뭔일 있냐고.”



“나 좀 내버려 둬...”



“왜그래. 왜 왜, 누가 괴롭혔어.”



“입 닫고 있으라고, 괴로우니까.”



“몇달 전까지만 해도 생글생글하더니, 뭔일 있냐?”



“야, 나 어떻게 살아?”



“뭐래..”



“나 이제.. 못 살겠어.. 맨 정신으로는 살수없을것 같아..”


“..쌤 때문에?”



“막, 하루종일 내 정신이 아닌 것 같아.. 너무 아프고, 하루종일 눈물이 났다가 안 났다가 해. 여러 일이 많이 겹쳐서 그런지, 정신도 오락가락하고.”



“진짜, 어떻게 살았냐. 내 새끼 진짜 장하다.”



슬기가 별의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고 다독였다. 별은 그제서야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별은 진정을 했는지 금세 조용해졌다. 슬기가 문자를 들여다보며 서둘러 정리를 시작했다.



“나 이따 애인이랑 약속 잡혔어.”



“아, 알았어. 내일보자.”



“괜찮겠어?”



“응.”



“진짜 뭔일 나면 가만 안 둔다?”



“걱정 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쓸쓸했다. 걱정 말라니, 누가봐도 제일 걱정 많이 해야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잖아. 길거리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뭐지, 약간 낮지만 가는 목소리, 정휘인?



“...나 너무 힘들어, 어떻게 살아..? 그 사람이 아니면.. 못 살것 같아.”



뭐지.. 무슨 이런 막장이 다 있어. 휘인의 옆에 있는건 용선이 아닌가-. 용선은 묵묵히 휘인의 말을 들어주고 있었고, 휘인은 약간 취해있는 상태였다. 용선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며 휘인의 눈을 응시했다. 갑자기 나의 폰에 전화벨이 울렸다.



“진짜 못 살겠어요?”



“응.. 막, 막-..”



“저기 있네요, 쌤 구해줄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