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안녕.
2. 김남준

고독한덕자씨
2022.03.20조회수 21
빼꼼엔터테이먼트.귀여운 이름과 걸맞는 5층짜리 작은 사옥.
꽤나 잘 나간다는 연예인이 있다기에는 아담한, 아니 작은 건물이다.
-여보세요.
[누나! 어디에요?
-누나 아니고 이사님.
[아 알겠고. 어디냐구요.
-회사야. 면접있어.
[오케이! 나 지금 촬영 끝나서 누나랑 같이 점심 먹으러 갈거니까 기다려요. 배고프면...음...참아봐요 빨리갈게!!
-너 지금부터 오프야. 그냥 좀 쉬어.
[난 누나 보는게 쉬는 거! 걱정말아요!
끊긴 전화를 보며 피곤한 듯 한숨을 크게 내쉰다.
똑똑똑.
-네.
-면접 시작하신다고 대표님이 내려오시래요.
-응. 아! 이력서 내가 어쨌지?
-드리지도 않았어요. 여기요.
익숙하다는 듯 비서는 이력서를 결제철에 끼워 친절히 제이의 손에 들려준다.
-어차피 줘도 안 보실거 였잖아요.
-정확해! 고마워. 근데..
-2층 회의실이요.
말도 끝나기 전에 대답이 온다.
제이는 오케이를 외치며 엘리베이터 앞에 선다.
-걸어가세요. 한층 내려가는데 뭐 엘베까지.
-없어뵈잖아...
-없어뵈지 않습니다. 자. 신발도 바꿔 신고 좀.
언제 가져온건지 제이의 구두를 바닥에 내려놓으며 비서가 말을 한다.
-오~유송!! 센스가 그냥!!
-덜렁아...너는 진짜.
제이의 고등학교.대학 친구이자 비서. 이 작은 회사에 무슨 비서까지 두냐고 궁시렁거렸지만 대표가 그럴수는 없다며 흔히 말하는 '가오' 로 뽑은 비서. '유송' 34살.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제이의 등을 한대 찰싹 소리나게 때리고는
-정신차리고 면접 잘봐. 찍사팀은 니 담당이잖냐.
-오키오키! 댕겨오겠!
밝게 말하며 2층으로 내려간다.
-안녕하세요.
-어~좋은아침! 얼굴이 왜이래? 간이 안좋아?
-아! 이사님도! 피곤한거거든요?
-그러니까ㅋㅋ자.
-뭐에요?
-개인카드다. 앞에 까페디에서 50선결제 긁고 공지 날려줘. 가서 커피한잔씩 하라고.
제이는 본인의 신용카드를 총무과장 사원증을 건 직원에게 건넨다.
-어우...눈 부셔 후광봐...!!잘 마실게요.
-안에 누구있어?
-대표님, 인사과장님 이요.
-내거랑 두 분 것도 사다주라. 뭔지 알지?
-이사님은 아아에 4샷추가요?
-응.
-어우..차라리 고삼차를 드세요.
-그건 쓰잖아.부탁할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직원은 감사하다며 인사를 하고 기쁜얼굴로 계단을 내려간다.
후우. 숨을 한번 크게 내쉬고 회의실로 들어가는 제이.
-좋은 아침입니다!
웃으며 힘찬소리로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 앉는다.
-오늘은 최종면접이라서 2명이야. 개인적으로는 이미 점찍어 놨는데 3차가 임직원 면접이라서.
빼꼼엔터테이먼트 대표. '민윤기' 39살. 제이의 비서인 유송과는 4년째 연애중.
언젠가 제이가 물었었다. 백곰도 아니고 빼꼼이 뭐냐고.
그러자 윤기는 하하 웃으며 말했다.
여기저기 빼꼼 거리면서 다니면 거슬려서라도 알아주지 않을까 해서.
그 말 같지도 않은 소리에 넘어가서 일을한지 7년.
- 첫 번째 분 들어오실게요.
첫 번째 면접자가 들어왔고,가져온 포트폴리오를 내밀었다.
포트폴리오 속 사진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나른했다. 밝고 조용한 나긋한 느낌의 사진들.
몇 가지 질문들이 오갔고, 첫 번째 면접은 끝났다.
- 흐음...좋긴한데..너무 자신감이 넘쳐.
제이의 말에 인사과장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윤기 역시도 썩 맘에 들어 하지 않는걸 보니 점 찍어 두었다던 사람이 이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두 번째 분 들어오실게요.
- 어?!?!
제이가 놀란다.
- 선배!
- 아는 사람이야??
윤기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 대학 선배이자 그 사람 절친.
흥미롭다는 듯 흐응 소리를 내는 윤기.
포트폴리오 속 사진들은 밝았다.
생동감이 느껴졌다. 보기만 해도 시끄러운 사진, 나른하고 편안한 사진, 경쾌하고, 낭만적인 사진들. 카메라를 신경쓰지 않은 자연스러운 모습들이 가득한 사진들이었다. 앞선 면접과 마찬가지로 질문이 오갔고, 면접은 끝났다.
- 저는 두번째 김남준씨요.
- 나도. 사진만 봐도 결정이 나잖아.
- 원래 잘 찍어. 주위사람 편하게해서 찍는게 특기거든. 성격도 좋고.
만장일치로 결정.
두번째 면접자. '김남준' 37살. 석진의 친구.
합격자를 결정하고 회의실을 나오니 남준이 제이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낸다.
-제이야!
-선배! 나 완전 깜짝 놀랐어!
-뭐. 여기 계시니까 따로 연락은 안 드려도 되겠네요. 월요일 9시까지 출근하시면 되요. 3층 포토팀이고 여기 서제이 이사님 사무실 바로 옆이요. 그럼 월요일에 봅시다.
윤기의 말에 감사합니다를 외치며 허리를 꾸벅 숙이는 남준을 데리고 제이는 3층 자기 사무실로 올라간다.
-월요일 부터는 이사님이라고 불러야하나?
-그럼. 어떻게지냈어? 정희언니는? 잘지내고? 한국에 같이 온거야? 결혼은 했고?
-하나씩 물어라. 어우 정신없어.
질문폭격을 날리는 제이에게 귀를막는 시늉을 하며 장난스레 말하는 남준.
-너는 어떻게 지내는데? 석진이는? 아직도 좋아죽냐?
-못 들었구나? 이혼했어 우리. 2년전에.
-어? 이혼? 너네가?
-응. 선배 없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 차차 이야기 해줄게. 아직은 좀...미안. 선배는? 정희언니도 같이 온거야?
-정희? 아니. 걔는 홍콩에 살아.
-어? 그럼 기러기야?
-뭔 소리야. 형수랑 나랑 왜 기러기가 되?
-형수? 둘이 사귀는거 아니었어?
-다들 그렇게 알더라...어이없어. 나는 형이 잘 좀 챙겨주라고 해서 같이다닌건데.
남준은 대학시절 내내 정희와 함께였다.
대인관계를 어려워하던 정희.
키링이라 불릴 정도로 붙어다녔고 남준이 입대 때문에 휴학했을 때 정희도 함께 휴학을 하니, 부부아니냐는 말 까지 나왔는데...형수라니.
-선배! 우와! 진짜 남준선배네!
-오.유송
함께 대학을 다닌 유송도 그를 모를리 없다.
오랜만에 모여 앉아 웃으며 이야기를 하던 중.
-밥 먹고가. 우리회사 작아도 구내식당도 있고, 대표님이 밥에 진심인 사람이라서 맛있어.
-좋지.
제이의 말에 남준은 마침 배가 고팠다며 답했다.
-난 패스. 오빠랑 집 계약하러 가야해.
유송이 답한다.
제이의 휴대폰이 울린다.
-잠시만. 여보세요.
[어이 써제!! 오늘 퇴근하고 가게로 오시라!!
크게 들리는 통화음에 제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귀에서 휴대폰을 뗀다.
-어우..저거 정호석이네.
-호석이? 너네 다 연락하고 지내?
-선배 빼고 다들 잘 보고 살아요.
송의 말에 눈을 크게 떠보이는 남준.
-오늘은 또 뭔데.
[뭐가 있냐. 너 오늘 반차에 내일은 연차람서. 저번에 먹다가 갔잖냐. 형한테 물으니까 말해주던데. 집에서 쉬다가 9시까지 와라.
-피곤하다고. 너는 진짜...아!! 아니다!! 갈게 오늘은 보여주고 싶은 사람도 있고.
거절하려다 남준을 보고 말을 바꾼다.
[뭐야...연애하는거 아니지?
-멍멍. 끊는다.
개소리라는 말 대신 멍멍하며 대답한 제이.
입에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달고 남준에게 같이가자 물으니 남준은 좋다고 대답한다.
송은 나는 이사 준비해야해 하며 거절.
-잠깐 기다려. 1시에 가자. 심심하면 잠이라도 자. 소파 비싼거라 편해.
제이의 말에 시계를 본 남준은 2시간 남았다며 길다란 몸을 소파에 뉘인다.
-그럼 잠깐 잘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업무를 대충 끝낸 제이가 시계를 보니 12시 40분.
슬슬 정리하고 밥이나 먹을까 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때 사무실의 문의 활짝열리며 경쾌한 목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