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안녕.

4. 현재

오후 4시.

오후 반차를 낸 제이는 정국과 함께 정국의 집으로 퇴근했다. 아니 정확히는 퇴근을 당했지.


-나 왜 내 집 두고 여기 온거냐.

-차도 안 가져 왔다며, 차 있는 사람 맘이지.

-하아...떨어져 좀!!!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자마자 정국이 뒤에서 제이를 꽉 안아버린다.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에 뜨거운 숨을 불다가 귓볼을 잘근잘근 깨물자 깊은 날숨은 뱉어낸 그녀가 소리친다.

그녀의 소리따위 알 바 없다는 듯 안은팔에 힘을주어 번쩍 그녀를 들고 침대로 가는 정국.

침대에 조심스레 눕혀 양팔안에 그녀를 가두고 위에서 내려보며 말한다.


-씻고 할까요? 난 상관 없는데.

-안해. 비켜. 안 할거야 절대로.


꼼짝도 않고 그녀를 내려다 보던 그는 그녀의 볼과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춘다.


-하자..나 오래 참았어요. 우리 안한지 한달이야..천천히 할게. 네? 누나...


저 놈의 반존대...촬영하는 드라마에서 대사가 거의 저런식이다 보니 입에 밴 모양이다.

분명 이 전 까지는 귀여운 존대였는데..

애원하듯 귀에다가 뜨거운 숨을 불며 속삭이는 정국의 가슴을 퉁퉁 주먹으로 때려도 보고 밀어도 보지만 꼼짝도 않자 체념한 듯한 얼굴을 한 제이가 말한다.


-씻고 해...옷 구겨져. 너 땀냄새 나.

-땀냄새 아니야. 페로몬.


웃으며 그녀의 몸 위에서 몸을 일으키는 그를 보며 제이는 생각했다. 먼저 씻으라고 하고 자는 척 해야지.

본인의 꼼수의 스스로 만족한 듯한 얼굴을 해 보이자 그의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온다.


-무슨 생각하는지 얼굴에 다 보이는데 본인만 몰라.

-어? 나 아무생각 안했어.


또..표정 관리가 전혀 안된 모양이다.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눈을 마주친 정국은 씨익 웃더니 같이 씻어요. 개수작부리지 말고.  라며 그녀의 셔츠 단추를 풀어 내려간다.


개수작은 내가 아니라 지가 부리는 중이면서.


-알았어. 그럼 내가 먼저 씻을게 그럼 되잖아.

-그러고 나 씻는동안 잠들려고?

-안자. 이거 마지막 회 대본이지? 씻고 나와서 이거 보고 있을게. 그럼 되지?

-그래요 그럼. 빨리 씻어.


그가 주는 가운을 받아 욕실로 들어간다.

일부로 문도 잠그고 가지고 들어간 핸드폰으로 음악도 크게 틀고 오래 씻었다.

아니. 오래 버티고 있었다.

간간히 들리는 노크 소리와 문고리를 잡아 뜯을 듯이 돌려대는 통에 놀라긴 했지만 못들은 체 했다.

그러고 나가니 정국이 침대에 널부러지듯 잠들어 있었다.


후우...됐다.

이대로 조용히 8시까지만 버티면 된다.

뭐...처음 있는일도 아니고.

이혼 후 일련의 계기로 몸을 섞기 시작했지만 그 뿐이었다. 남자는 석진이 처음이었고 석진 이외의 남자와 관계를 가진건 정국이 유일하다.

젊은 혈기인지 정국은 배려로 시작해 항상 격렬하게 끝난다. 한번으로 끝나지도 않거니와 끈질기게 들러붙어 오기 때문에 지금 시작 했다간 저녁 약속에 못 갈수도 있으니.

잠든 정국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들고나온 대본을 소파에 앉아 읽는다.


- 좋네. 마지막 장면이 좋으네. 


돌아온 연인이 문을 두드리고 문을 연 남자의 놀란 얼굴에 웃으며 하는 그녀의 인사 '안녕.'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이다. 안녕. 그 두 글자가 참 시큰하다 싶은 제이다.


시간을 보니 7시. 남준에게 가게의 주소를 문자로 보내고 깨워볼까? 하며 일어나 방으로 들어가니 입이 땅에 닿을 듯 튀어나온 채로 팔짱을 끼고 앉아있는 정국이다.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눈은 아직 부어있는게 귀여워 피식 웃는다.


- 난 아무 잘못 없어. 네가 잠든거야. 

- 와...너무하네. 


툴툴거리며 제 옆자리를 손으로 친다.

그의 옆에 앉아 등을 쓸어내리며 씻어. 이따가 다시 올거잖아. 응?


어린아이 달래듯 나긋하게 말하자 그녀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대며 말한다.

나 오늘 기운넘쳐. 짐승이야.

씨익 웃으며 말하더니 깊게 입을 맞추는 정국.

키스뿐이지만 집요하고 진득한 혀놀림에 제이는 그의 어깨를 힘주어 밀어낸다.


-그만..하아..숨 차. 비염이라 코로 숨 잘 못쉬는거 알면서.


제이의 말에 귀엽다며 웃는 그는 벌게진 그녀의 볼을 잡고 아랫입술에 쪽 소리가 나게 입 맞춘다.


-이건 뭐...진짜 그림의 떡이네. 가운 안이 훤히 보여. 나 진짜 열심히 참는 중이에요. 


헙.소리를 내며 가운을 여미는 그녀를 뒤로하고 욕실로 들어간다.


물소리가 나자 그녀도 옷을 갈아입는다.

편한거...편한거..중얼거리며 옷장을 열어 조거팬츠에 맨투맨을 입는다.

이곳에는 자신의 물건이 많다.

속옷, 옷, 잠옷, 세면용품과 화장품까지.

그가 해외나 지방으로 로케를 가면 한번씩 와서 집안 정리를 하거나, 이혼 전에는 싸우면 이 집에서 몇 일씩 지내기도 하고, 석진이 일 때문에 집을 비우면 송이네집 아니면 이 집에서 지냈다보니 자연스레 제 물건이 늘었다.


생각해보니 이혼전에는 친동생 같던 애였네. 건전하고..어른 같았는데...

생각을 하다가 그친 샤워기 소리에 흐트러진 화장을 고친다. 거울을 보니 번진 립스틱이 꽤나 외설적으로 보인다.

으으...뭔 생각이냐...

중얼거리며 번진 부분을 닦아내고 입술에 붉은색 틴트를 칠한다.


-차 가져 갈까?

-택시 타. 니 차 우리 동네에선 눈에 띄어.

-뭐 입지?

-옷 좀 입고 나오지!!


머리를 턴 수건을 그녀에게 던지자 그 수건을 다시 그에게 던지며 빽 소리를 지른다.


-뭐 어때. 안본것도 아니면서.


능글맞게 웃는 그는 수건도 걸치지 않은 자연인이다.

뒷 모습 이지만 탄탄한 등, 벌어진 어깨. 그에 비에 얇은 허리.


-와...엉덩이가...


자기도 모르게 시선을 내리다 생각을 입밖으로 내버린 제이. 황급히 두손으로 입을 막지만 정국은 킥킥거리며 이따 맘껏 보여줄게요. 라 말한다.


8시 20분.

택시를 불렀고 택시가 도착하기 전에 정국을 살핀다.

마스크, 벙거지 모자. 안경.

누가봐도 연예인 아니면 수상한 사람 둘 중 하나인 것 처럼 보인다.

뭐 후자처럼 보이지 않는데는 피지컬이 한 몫을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