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말리는 배우님!

제 1화, 스물 아홉의 사랑.


Gravatar

못 말리는 배우 님!


제 1화, 스물 아홉의 사랑.









* * *

집 안에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만이 울려퍼졌다. 올해 아홉수에 접어드는, 로맨스 맛집 작가 금여주. 그게 나야. 나름 나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사명감을 가지고 항상 열심히 일하는 나를 다독이며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앞에 놓인 사과 노트북과 마우스, 그리고 커피 한 잔. 이것만 있으면 난 어딜 가든 이 업계에서 극본을 받고 싶어하는 작가 1위가 된다.



“난··· 당신을 사랑한 게 아니야.”



대사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며 극본을 완성해나갔다. 이번 드라마는 병을 앓고 있는, 까칠하고 도도한 남자 주인공이 자신에게 한없이 잘해주는 여자 주인공에게 서서히 사랑에 빠져가는 가슴 절절한 이야기를 그린 청춘 로맨스 물이다. ‘금여주 작가의 드라마 남자 주인공은 무조건 까칠하고 도도하게.’ 라는 말이 은연 중 사실로 여겨질 정도로 내가 쓴 드라마들의 남자 주인공들은 모두 항상 싸가지 없고, 스스로가 잘 난 줄 아는 그런 까칠한 타입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타이틀에 걸맞게, 까칠한 남자 주인공을 선택했는데···, 아직 배우로 누굴 캐스팅 할지를 못 정했단 말이지. 요즘 배우들은 다 거기서 거기야. 우는 연기를 시켜도 어설프고, 자아도취 캐릭터를 시켜도 잘난 맛을 모르는 사람 같이 연기를 한다니까. 실제로 이전에 방영된 작품 ‘바람은 사랑을 싣고’ 는 캐스팅 미스로 인해 비판을 많이 받았었다. 극본은 완벽했는데, 믿었던 실력파 배우들이 뒷통수를 친 거지.

남자 주인공으로 누가 좋을까··· 하곤 슬며시 초록창에 요즘 상승세를 타고 있는 남자 배우들 목록를 확인했다. 김태형··· 전정국···. 다 한 번씩 들어봤던 실력파 배우이긴 한데, 연기를 할 때 그 깔끔한 맛이 없다는 점. 연예계에 종사하고 있는 친구에게 당장 전화를 걸어 이번 주연을 뽑아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얘라면 내가 찾는 타입의 남자 배우를 한 번에 찾아줄 수 있을 것만 같았기에.



“여보세요?”


“무슨 일로 전화를 다 하셨대? 우리 바쁘신 금 작가님께서?”


“부탁할 게 좀 있어서. 혹시 요즘 뜨는 배우 중에 괜찮은 남자 배우 없을까?
왜 약간, 자아도취랑 잘 어울리는 스타일로.”


“자아도취? 막, 지 잘난 줄 알고 그런 거?”


“응. 완전 그거야!”


“야, 있어. 딱 있어. 완전 있어.”


“누군데?”


“민윤기!”









못 말리는 배우님!






지은이의 적극 추천으로 요즘 떠오르는 배우 민윤기와 만남을 갖기로 했다. 물론, 감독님과 몇몇 스태프 분들과 함께. 나의 화려한 극본을 살려 연기해줄 실력파 배우가 필요한데, 거기다 실제로 자아도취 왕자병이 있는 사람이라면··· 환상일 거거든. 그리고 지은이의 말로는 그게, 민윤기라는 사람이랑 100% 일치한대서. 그래서 나는 극본을 다 완성하지도 않은 채로 무작정 민윤기 씨를 불러냈다. 민윤기가 소속된 회사와 멀지 않은 위치에 있는 커피숍에서 약속을 잡고 목이 빠져라 기다린 끝에 만날 수 있었다.



Gravatar
“······.”


“저, 안녕하세요··· 저는,”


“해달라고요?”


“네?”


“그 쪽 드라마. 남자 주인공 해달라는 거 아닌가?”



뭐야···? 뭐 이런 싸가지가 다 있지? 나 모르나? 이쪽에선 나름 알아주는, 아니지. 줄을 서는 드라마 작가 금여주인데? 당황스런 나머지 뜨거운 커피를 한모금 홀짝 마시고는 컵을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 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완성이 덜 된 드라마 대본을 배우 민윤기의 앞으로 슬쩍 내밀었다. 표지에는 드라마 제목과 함께 나란히 나의 이름 석자가 로고처럼 박혀있었다.



“스물 아홉의 사랑?”


“드라마 주인공들 설정 나이가 스물 아홉이라서요.”


Gravatar
“매리트가 좀 없는 것 같은데요, 작가님?”



대본 한 번 읽어보시겠어요···^^? 속으로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그러자 대본을 손에 들고 몇 초간 휘리릭 성의 없이 대본을 넘겨보더니 이내 대본은 테이블 위에 다시금 안착했다. 이때까지 낸 드라마만 해도 8개나 되고, 그 중 히트 친 드라마가 7개인 내가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정말 들은 대로 싸가지에, 자아도취도 맞는 것 같고, 본인 잘난 맛에 사는 것 같긴 하네.



“마음에 안 드시나요?”


“전반적으로 내용이 너무 올드하네요.”


“하기 싫다는 거죠?”



그렇다면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어차피 내 이름만 대면 어떤 드라마든지 하겠다고 줄 서는 사람들 많거든요. 듣던 대로 정말 싸가지 없고, 자기 잘난 맛··· 아니, 자기 잘난 줄 아는 사람인 것 같아 주인공 역할에 딱인 것만 좀 아쉽지만요. 펼친 대본을 가방에 챙겨 넣고 남은 커피를 한 번에 입 속으로 털어넣었다. 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첫 만남부터 드라마 내용에 관한 지적질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뇨, 할 건데요?”


“네?”


Gravatar
“하겠다고요, 스물 아홉의 사랑.”













***

안녕하세요, 안마입니다! 이번에 타 어플에서 팬플러스로 옮긴 따끈따끈한 신작인데(...) 많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예쁘게 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