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gel or Devil!]
W. 말랑이래요

"엽떡 조지고 싶다. 잠깐 이승에 내려가서 털고 와도 돼?"
"형.. 앞에 여주씨 있는데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해요"
".. 전 수빈입니다. 방금 한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신경은 안 쓰인다만 너무 파격적인 말투라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어색하게 웃으며 경직된 입꼬리를 올리니 수빈씨가 뒷머리를 긁적였다.
"쟤네 말 듣지마, 시간 낭비야."
내 팔을 잡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범규씨 때문에 휘청거려 넘어질 뻔했다. 아니 뭐가 이리 급해!..
***

"강태현이라고 불러줘요. 처음이라 적응 안 될 수도 있는데.. 모르는 거 있으면 꼭 물어봐요"
"아, 네 그럴게요 태현씨"
누가 봐도 악마가 잔뜩 들어있을 것 같은 큰 대문을 열자 생각보다 조용했다. 내가 생각했던 악마는 불과 피.. 용암.. 뭐 이런걸 생각했는데
문을 여니 보이는 건 평범한 사무실이였고 우리를 반겨주는건 남자 한 명 뿐이였다.
"오늘은 사무 업무만 볼거라 악마들 볼 일은 없을 거예요"
"그럼 전 뭘 하면 되죠?"
"저기 쌓여있는 서류들 보이죠? 죽은 사람들의 서류에요. 읽어보고 생전에 업이 무거운 사람들이면 이 빨간 도장을 찍어주면 돼요"
"생각보다 간단하네요!"

"그거야 당연히 간단한 일을 시켰으니까 그렇죠"
".. 그런데 범규씨는 어디 간거에요?"
"음 글쎄요.. 아마도"
악마 때려 잡으러? 저런 소름끼치는 말을 해맑게 웃으며 말 하네.. 아무래도 나 이곳에 있으면 큰 일 날 것 같기도 하고
"범규 형은 생각보다 안 무서우니까 너무 쫄지마요"
"저 안 쫄았어요..."
"그리고 여주씨는.. 나이가 22이라고 했었죠?"
"네 무슨 문제라도"
"여기 있는 분들은 다 나이가 뭐였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여서. 그냥 오빠라고 부르는 게 어떨까 하는데"
"그 정도면 ..오빠가 아니라 할아버지가 더 나을 것 같은데"

"넌 이렇게 잘생긴 할아버지 봤냐?"
으악 놀래라!.. 또 언제 들어온건지 소리 소문 없이 나타난 남자 때문에 움찔 했다. 벌써 악마 때려 잡고 오신건가..
되게 빨리 오시네
"..알았어요 그, 편해지면 그렇게 부를게요"
그 이후로 말 없이 서류 정리를 하다보니 어느새 끝이 보였다. 태현 씨는 진작에 끝났는지 기지개를 피며 안경을 벗었고 범규 씨는 또 다시 악마들 감시하고 오겠다며 뛰쳐 나갔다.
"라운지로 갈까요?"
"라운지..요?"
"저희가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면 돼요."
쉴 수도 있구나! 듣던 말 중에 제일 반가운 소식이였다. 태현 씨를 따라서 또 한참을 걷다보니 누가봐도 쉬는 공간으로 보이는 라운지가 보였다. 와 생각보다 스케일 쩐다.
여러가지 술과 간식, 안주들이 놓여져 있었고 아까 보았던 천사 분들도 있었던 것 같았다. 어.. 못 보던 분들도 계시는데
"..한여주가 너구나"
어라.. 저 분은 악마 부서에서 못 봤던 분인데 나를 어떻게 아시지? 아까 바빠 뒤지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 쉬고 있었다니! 괜히 미워졌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앙녕? 나는 천사 연주니라고 해!"
아 천사셨구나. 세상에..이제부터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아야지 꽤나 귀여운 말투에 웃음이 저절로 나왔다.
"천사 부서 소속이 아니라.. 천사라고요?"
"응 나도 이쪽에서 일 한지는 얼마 안됐어!"
"그럼 오빠라고 불러도 되겠네요!"
..뭐라고? 내 말에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휙 돌아왔다. 뭐야 왜 이렇게 갑분싸가 됐어. 당황한 나와 푸하핰 빵 터진 연준 씨 빼고는 전부 다 썩은 표정이였다.

"설마 여주 씨, 저희한테 할아버지 뭐 이렇게 부를려고 한 건 아니죠?"
"..맞는, 아 아닙니다 죄송해요"
"죄송하긴요- 여주 씨가 어린 건 맞잖아요"
이 분은 진짜 천사 같다. 천사가 맞나?.. 뭔가 천사 부서에 들어가면 항상 황홀 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드ㄴ..

"아 씨발, 너 때문에 졌잖아 미친 새끼야"
"내 탓이 아니라 네가 게임을 좆도 못 하는거야"
..아니다 아니야. 어딜 들어가나 똑같이 힘들 것 같아. 구석에서 수빈 씨와 범규 씨가 진심인지 장난인지 살벌하게 티격태격 하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뭐라고 불러야 하는거지. 그냥 호칭 무시하고 마음대로 부를까. 하아...내가 저승까지 와서 호칭 고민하고 있을 줄이야.
"범규 오..빠 저는 이제 어디서 생활하면 돼요?"
"뭐?"
"저 어디서 지낼지 궁금ㅎ.."

"..다시 한 번 말 해봐, 그 오빠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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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분량 조절 진짜 못하게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