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한 세상의 다락방
[본 작품은 특정 종교 및 단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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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이 갑자기 왜 생각이 났는 지는 모르겠다.
지금으로써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목표에서 잠시 동안 제외가 되었다.
그 말은 즉슨 목표를 '사냥'하는 무언가가 곧 우리들의 앞에 나타날 것인데, 그래야 할 터인데.
왜이리 평화로운 건가?
먹구름 속으로 꾸물 꾸물 들어간 금색 빛은 우리가 있는 곳만이 아닌 다른 곳, 다른 학교 혹은 사람들이 밀집 되어 있는 공간에서 나타났었다.
그렇다면 저 빛이 내려 온 곳에서도 우리와 같은 일이 생겼을 확률이 매우 높다.
"어디 아파?"
"어, 어?"
잠시 고민을 하며 미간을 찌푸리니 정국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정국의 눈빛은 꽤나 걱정이 되었는지 커다란 눈에 불안함이 가득 들어 차 있었다.
'아냐 잠시 생각 좀 하느라.' 정국에게 말 하니 정국인 그래도 걱정이 된다는 눈빛으로 나를 더 유심히 바라보기 시작하였다.
아니 괜찮대두 부담스럽게...
정국과 함께 이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하던 그때, 누군가가 나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화가 나고 당혹스러운 목소리이지만 최대한 억누른 그런 목소리.
[어떻게 넌 그리 침착하냐?]
'김민지'였다.
민지는 내게 다가오며 이것 저것 캐묻기 시작하였다.
이미 넌 알고 있던 상황인거 아니냐, 왜 너네 둘만 나팔 소리가 들려올 때 귀를 틀어 막았냐 등.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난 너무나 침착하였다.
정국의 품에 안겨 울 때에도 그 눈물은 어찌 보면 반사적인 눈물이었다.
그냥 무언가 울어야 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이제와서 몰카 같다. 라기에는 이미 그럴 수 없는 상황이 된 거 같지?]
착잡한 표정으로 반 아이들을 바라보던 민지는 한숨을 푹 내뱉었다.
둥그런 안경을 쓱 벗은 민지는 그저 말 없이 묵묵히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 뿐이었다.
[하, 이게 대체 무슨]
하늘을 바라보며 닭똥같은 눈물을 조금씩 흘리던 민지는 눈가를 닦던 손을 갑자기 툭 멈춘다.
'뭐야. 뭔데?' 하늘을 바라보던 민지의 눈빛에는 공포가 가득 들어찼다.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민지의 몸은 자의가 아닌 타인에 의한 마비 같았다.
[아아... 어.]
열리지 않는 입을 최대한 벌리며 무언가를 이야기 하려 중얼거리는 민지의 입과 눈에서는 침과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야 뭐해!' 저 멀리서 외치며 달려오는 '박지훈'.
쟤 살아있었구나. 놀라운 눈빛으로 지훈을 바라보니 지훈이 더더욱 화를 내며 뛰어온다.
[뭐하냐고! 피해!]
지훈은 그대로 몸을 던져 민지를 밀쳤고, 민지가 서있던 자리에는 커다랗고 시꺼먼 발이 쿵, 내려앉았다.
"뭐야 저건...?"
다리의 올곧은 선을 타고 고개를 들어 올리니 그제서야 거뭇거뭇한 형태가 보이기 시작한다.
5층 정도 되어 보이는 높이에 무슨 동상인가 싶어 뒤로 몇걸음 물러나 바라보니 그 모습은 매우 기괴하고도 끔찍하였다.
불에 그을린듯 새까만 몸에 달려있는 얼굴에서는 둥그런 눈이 형광등처럼 허옇게 빛이 나오고 있었다.
큰 머리를 지탱하는 목은 비정상적으로 가늘고 길었으며 몸통에 달려있는 팔과 다리는 갈대처럼 바람을 타며 흩날리고 있었다.
그 끝에 달려있는 손과 발은 얼굴보다 더 커보였으며 살기를 가득 품은 날카로운 손가락은 삐거덕 삐거덕, 느리게 움직이고 있었다.
[시발... 저게 뭐야?]
지훈의 말과 함께 여럿 하늘에서 쿵 쿵, 커다란 굉음을 내며 떨어지는 저 존재는 입 없이도 우리들을 비웃고 있는 것이 노골적으로 느껴졌다.
거먼 존재의 발에 깔린 아이들은 속속히 죽어 나갔으며 잠시 동안 조용했던 운동장은 다시 아수라장이 되어 비명 소리가 가득했다.
그 순간 나의 직감은 내게 미친듯이 외쳤다.
이 곳에서 도망치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