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한 세상의 다락방 [연재중단]

10. 해치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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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특정 종교 및 단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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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르게 못 가냐? 따라 잡히겠어!]


 조수석에 앉은 태형이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괜히 재촉 하지 마! 태형에게 다그친 민지는 엑셀을 더욱 거세게 밟았지만 속도가 빨라지기는 커녕 터지기 직전의 상태가 되어가고 있었다.


 [집중해! 곧 도착이야!]


 정국의 말을 끝으로 차 안은 침묵이 되었지만 바깥은 정반대였다.

 우리가 현재 달리고 있는 도로는 아직 디펜서들의 공격을 받지 않은 상태, 즉 뉴스와 라디오로 통해 상황만 인지하였을 뿐이지 그 이상 이하도 알고 있지 않는 곳이었다.


 "어서 내려!"


 뿌옇게 낀 먹구름의 밑으로 차가 멈춰 서자마자 문을 박차고 뛰쳐나오듯 빠져나갔다.

 생에 처음 보는 디펜서의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은 비명을 꺅 꺅 질러댔지만, 디펜서의 낮고 불안정한 울음 소리에 모두 묻히고 말았다.


 "다들 귀 막으세요!"


 우리가 달려 온 곳은 다름 아닌 고등학교였다.

 스피커를 통해 귀가 터질 만큼 크게 소리를 외쳤고, 그 결과는 생각보다 좋았다.

 나의 외침으로 심상치 않음을 느낀 사람들은 일제히 귀를 틀어막았다.

 나팔 소리가 들려오기 직전, 일곱 마리의 디펜서들과는 땅이 크게 울릴 정도로 가까워지며 흔들리던 그 순간 하늘이 열리고 금색의 빛이 내려오며


 뿌우우우-


 하늘에선 나팔 소리가 들려왔다.



***



 온 신경을 우리에게 집중 하던 디펜서들은 기다란 손톱으로 자신의 머리를 벅벅, 찢어질 정도로 긁더니 커다란 비명 소리를 외치며 하나 둘 씩 쓰러지기 시작했다.


 [해...해치웠나?]


 어떤 새끼야 시발.

 고개를 돌아보니 비장한 표정으로 쓰러진 디펜서들을 바라보는 정국이 있었다.


 [니 뒤지고 싶냐. 그딴 말을 내뱉어?]


 태형은 정국의 멱살을 잡아 앞 뒤로 흔들었다.

 가차없이 흔들리는 정국은 대체 뭐가 문제냐며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이의를 제기했다.


 "그래도... 움직임이 없는 걸 보아하니 일시적이라도 성공인것 같네"


 깊은 한숨을 푹 내쉬자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며 털썩, 주저앉았다.

 내 주저앉음을 시작으로 태형과 정국 민지 또한 안도와 두려움이 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하나 둘 주저앉았고, 그 주변으로는 여러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뭡니까 저게? 뭐, 깜짝카메라 그런 겁니까?]


 딱 봐도 학부장 쌤으로 보이는 사람이 우리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 물음에 우리는 아무 대답도 없이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나 저거 뉴스에서 봤어... 뭐야?]


 시끄러워진 운동장은 호기심으로 흥미로, 이내 공포로 뒤바뀌며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대체 뭔데요 저게. 뭔 말이라도 해봐요!]


 큰 목소리로 외치던 학생 회장인듯한 장발의 여고생은 손에 둘둘 말아 든 종이를 바닥에 내리치며 말했다.

 

 [이봐요! 사람이 말을 하면 대답을...!]


 의견을 강력하게 표출하던 여고생은 그대로 쾅, 커다란 발에 의해 형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바닥에 팍 들러붙었다.

 시끄러웠던 운동장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디펜서로 인해 한순간에 침묵이 되었다.

 속이 뒤틀리는 듯한 기괴함을 마주한 사람들은 입을 꾹 다물 수 밖에 없었고, 그 덕에 두 마리 정도의 디펜서들의 시선이 끌리지는 않았다.

 

 [예상치 못한 변수로 병력 손실이 일어나 인명동에 출전하는 디펜서들의 수가 줄어듭니다.]


 머리 속에서 들리는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더 이상 디펜서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고작 둘,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수였다.

 디펜서들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고, 무거운 공기가 가득 차있던 운동장은 다시 가벼워졌다.


 "여러분들 제 말에 집중을 해주세요."


 그 기회를 노려 확성기를 집어 들어 말을 시작했다.

 지직이며 울리는 나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기에 충분하였다.


 "이제 저 너머에서 몰려오는 디펜서들은 없을 겁니다. 여기에 떨어진 놈들 또한 다른 곳으로 옮겨갔고요."


 나의 말에 집중하던 인파 속, 목소리가 하나 불쑥 튀어나왔다.


 [저 괴물들의 이름을 어떻게 아시는 거죠? 그리고, 당신들 살아남는 법을 꽤나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본인들만 살려고 그렇게 선을 긋는 겁니까?]


 아차, 디펜서들의 이름을 직접 말 하는게 아니였는데.

 목소리를 가다듬고 차근 차근 대답하기 시작했다.


 "이름은 우연히 알게 된 것일 뿐, 그 외에는 아무 것도 모릅니다. 약점도 겨우 알아낸 거고요.

.....또한 저희들은 여러분께 힘이 되지 못합니다. 4명이라는 작은 수보다는 총명한 사람들이 넘쳐 나는 이 학교의 학생들과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어 방안을 알아가는게 더 나을 것 같다 생각하여... 판단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나의 말에 음 그런가. 하며 목소리는 여기 저기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알겠수다. 모쪼록 조심히 가쇼.]


 얼굴에 주름이 지긋한 선생이 나와 우리에게 말했다.

 고개를 옅게 끄덕이고는 자리를 뜨려던 그때, 다시 한 번 의문의 소리가 들려왔다.


 [변수자 '전정국', '김태형', '김민지' 그리고... 저 알 수 없는 기운을 뿜어내는 자를 집중 추격하라.]


 ['헌터'들이 당신의 마을에 내려오기 시작합니다.]


 우리 마을...?

 아 저 멀리 저 곳.....

 내 표정을 본 태형은 내게 물었다.


 [어디 아파? 식은땀을 잔뜩 흘리네.]


 태형의 말에 난 도저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얘들아 그...

우리는 이제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해."


 [뭘 그리 조심스레 말 해? 저기에는 괴물들도 없을 거니 좀 안전할 거 아냐.]


 민지가 내게 말했다.


 ".....어 그치, 가자."


 미처 사실을 이야기 하지 못한 채 일행들은 다시 나의 집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