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이 이 세상에 태어나 들은 말에는 딱 두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잘생겼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
"이 나쁜 새끼야-!!"
나쁜 𝑿𝑿

𝐚. 그걸로 당신을 때려요
박지민은 대한그룹에 유일무이한 후계자이자 선대 회장(지민의 할아버지)가 가장 아끼던 아이었다. 업무 중에도 손자가 보고시퍼여 하부지! 하고 전화오면 바쁜 스케줄을 픽셀 단위로 쪼개가면서도 바로 달려갈 정도라고 하니. 지민의 아버지는 회사를 경영하면서도 가정에 충실하여 그의 아내가 임신 했을 때는 자기기 울고 불고 더 난리었단다.
심지어 지민의 어머니가 지민을 낳던 도중 돌아가셨다니, 지민이 얼마나 더 애틋하겠는가. 지민의 아버지는 어린 것이 어미도 없이 크는게 미안하여 더 많은 애정을 퍼부었다. 원하는 걸 말하기만 하면 없던 것도 만들어 낼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돈도, 사랑도, 사람들의 아부도 넘치게 받았던 그 이쁜 아이는 그만,

"야, 담배있냐?"
존나게 콧대 높은 쓰레기로 자랐단다.
그도 그럴 것이, 자기가 뭔 짓을 해도 우리 지민이, 그랬어요~ 하고 똥꼬 빨아줄 놈들은 널렸으니. 단지 지민은 그걸 너무나도 이른 나이에 알았을 뿐이었다. 따지고 보자면 박지민의 잘못만은 아니지.
지민의 아버지는 여전히 경영으로 바빴고, 아들이 무얼하든 그 아이의 인생이라 생각하여 딱히 관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뒷처리를 해주지 않은 건 아니지만.
지민의 쓰레기적인 면이 가장 잘 드러날 때는 성별이 다른 염색체와 만났을 때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예쁜 여자라면 자기가 꼭 한 번은 가져야 보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렇게 이 여자, 저 여자 불티나게 만나본 그에게 가장 오랜 사귄 연애는 몇 일이었냐고 물으면 20일? 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그의 연애 유통기한은 짧았다.
문제는, 그렇다고 지민이 여자와 사귀는 동안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 반대지. 사귈 때는 간이고, 쓸개고 다 줄 것 같이 굴다 마음만 식으면 쉽게 버려버리니.
...나쁜 건 아니지?..
어쨌든. 이 얘기를 하는 저의는, 박지민이 자신의 이상형을 꼴아박은 듯한 여자아이를 만나 정신을 못 차린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그 말은 들은 아이들은 걔가? 라며 코웃음 쳤지만,

"애기야~ , 오빠랑 사귀자."
"오... 싫어요."
놀랍게도 그 소문은 한 치의 거짓도 섞여있지 않은 사실이었다.
나쁜 𝑿𝑿

"말보루 레드. 2갑."
"네, 신분증 주세요!"
캡모자를 푹 눌러 쓰고 가죽자켓과 한 손에는 오토바이 키까지. 지나가던 개가 봐도 쟤는 성인이네~ 포스를 폴폴 풍기고 있었다. 그래서, 한 번도 못 뚫은 편의점이 없었던 지민은, 지금 꽤 당황스러웠다.
"....."
"?신분증 달라구요."
"안....들고 왔는데."
"그럼 담배 못사여. 안돼."
자기 팔로 몸만한 엑스를 만들곤 꺼내온 담배를 다시 진열대에 차곡히 집어넣은 여주를 보곤 지민은 허, 하고 헛웃음을 내뱉는다.
지민이 이 편의점 알바생을 어떻게 조질까, 하며 입안을 혀로 꾹꾹 누르고 있으면 지민의 눈에 들어오는 낯 익은 명찰.
-
서여주
화양고등학교
-
플라스틱으로 된 새하얀 명찰 밑에 죽죽 그어진 검은색 줄과 낯익은 고등학교. 자신의 후배, 그것도 지민은 2학년, 여주는 1학년이니 직속후배인 셈이 아닌가.

"너, 나 몰라?"
모자를 벗곤 꾹 눌러, 머리를 몇 번 쓸어넘긴 지민은 여주를 보며 너, 나 몰라? 를 시전해버린다. 그도 그럴 것이, 지민은 학교에서 꽤나 유명인사였으니.
"모르는데여.."
"...."
그리고 이어지는 어색한 침묵. 갑자기 울컥한 지민은 괜한 화풀이를 하려고 여주를 자세히 노려보는데....,
"?...."
"너,"
"네?"
"...왜 예쁘냐?"
"...에?"

"...어?"
지민의 얼굴이 몇 초 사이에 붉게 물들었다. 자기가 뭔 말을 했는지 이제서야 인지한걸까.
"아...씹,"
그 후 짧게 야,너,그... 만 반복하다 뒷머리를 벅벅 긁은다음 결국 뒤를 돌아 편의점을 뛰쳐나가는 지민이다.
지민의 어이없는 행동에 별 미친놈이 있네.. 라고 생각하며 헛웃음을 뱉은 서여주는 지민을 미친놈1로 넘기곤 다시 해맑게 손님을 받을 뿐이었다.
나쁜 𝑿𝑿
"...야, 처음 본 여자애한테 예쁘다고 한 건 왤까."

"니가 븅신이라서."
"아 씹새야, 장난치지 말고."
그렇게 편의점을 뛰쳐나온 뒤로 숨을 고르곤 친구인 태형의 집으로 쳐들어온 지민이 태형한테 오늘일을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개같았지만. 지민이 들어오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폰에 시선을 집중한 태형은 지민의 말을 평소대로 대충 받아쳤을 뿐이었다.
지민의 짜증나는 어투에 아직까지 빨간 지민의 얼굴을 힐끗 보곤 태형은 다시 대답했다.
"첫눈에 반했겠지."
"니 새끼 아직도 얼굴 조올라 빨감."
태형의 말에 급하게 양 손으로 볼을 감싸본 지민은 열감에 깜짝 놀라 손을 뗀다.
첫눈에 반했다고...?
태형의 말에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기분을 지민은 느꼈다. 멍하니 바라보는 서여주,라는 아이의 당황한 표정이 리플레이 된다. 다시 생각해도 예뻤다. 지민의 심장이 태어난 아내로 가장 세차게 뛰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관계의 시작과 끝맺음에 제멋대로였던 지민이 진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얼굴이 홧홧한 느낌과 온몸이 울리게 뛰는 심장, 그리고 아까부터 머리를 떠나갈 생각을 안하는 그 작은 애의 얼굴.
아,

이게 사랑이구나.
지민은 직감할 수 있었다.
자신이 그 작은 애를 미치도록 사랑할 것이라는 걸. 처음 느낀 사랑이 이렇게도 달콤하다는 걸.
그리고...
너와 나는,
지독하게 엮이고 말 것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