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로잡히다

(10) 접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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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히다 (10) 접점



와나... 

잠시도 지루한 것을 못 참는 나에게 집에만 있으라는 건 정말 고역이었다. 
일단 연구실에는 병가를 냈고 이누무 연구실은 선임 연구원 노예에게 집에서라도 일하라며 일거리를 조금 보내줬다. 하지만 내가 누구냐.. 일처리 하나는 겁나 재빠르고 정확한 오소리거든!  전정국의 노트북을 빌려서 연구실에서 보내준 영수증 스캔본 정리하고 자료 분석 돌리고 전송! 하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전송은 아픈 척해야하니까 저녁때 슬금슬금 보내야겠다... 아니면 사실은 조사 중인 거니까 아주 나중에 보내야하나.. 그래서 멍하니 노트북 자료 분석 화면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와, 너 나름 인텔리구나?

 이런 일도 하고... 
 데이터 좀 뽑을 줄 아네..?"



전정국도 심심했는지 옆에 와서 참견이다.



"어 뭐... 당연하지. 이게 먹고 살기 위해 하는 본업인데..  
 그나저나 너도 데이터 좀 볼 줄 알아? 전공이 뭐였어?"


"나 보면 모르겠냐..? 약물학... 독극물 쪽 전공했어... 
 나름 경찰공무원 특채라고 나"


"허 그러셔?? 완전 약물 남용자 같은데.. 
 의외로 전공까지 하셨어?"



내가 비아냥 거리자 전정국은 미간을 좁혔다.



"어디까지나 안전하게 쓰고 있다고.. 
 절대로 인체 허용수치 이상은 쓰지 않아..."



뭣이..? 허용수치? 참나... 필요 없는데도 약물을 마구 썼는데 그게 남용이지 뭐야..!



"그러고 보니, 너 나한테는 막 안죽네 어쩌네...겁줬으면서!!!"


"사실 니가 오소리인줄은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었다고.."


" 와.. 이 경찰아저씨 무섭네... 
오소리라는 걸 알고도 나한테 겁을 줬어...! 

나는 뱀한테 오소리인 거 들키면 뒈지겠구나 싶어서 어쩌나 겁먹었는데!!!!"


"ㅋㅋㅋ 맞아.. 겁 준거지.... ㅋㅋㅋ"



전정국은 내 말을 쉽게 인정하며 경계가 풀어진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무식해보이던 이 녀석이 특채라니 의외로 너무 신기해서 나는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 



"전공은 어디서 했는데? 연구도 했어?"


"당연히 경찰대지. 특채면 모르겠냐, 설마  논문하나 없겠어...?"



전정국은 내가 관심을 보이자, 어께를 으쓱하며 눈빛이 반짝반짝 빛내기 사작했다.



"진짜 의외다 머릿속까지 근육만 있을 것 같이 생겨서는... 

 경찰대에서 독극물 전공이면,
 이 독의 치사량은 얼마인지 이런 거 연구하는 거야??"


"거의 맞췄어...!"


"오호 진짜?뭔데??"


"나는 합성독에 의한 흔적과 자연독에 의한 흔적의 차이를 
 연구했었어. "


"으악.. 무섭다"


"몇 해전에 코브라 독으로 죽은 것 같은 살인 사건 났을 때,

 다른 수인이 코브라독으로 오인하게끔 만든 합성독이라는게 밝혀졌었잖아..

 그게 내가 특채로 뽑힌 이후 우리팀에서 수사했던 사건이야"


"와... 대단하다...
 그때 그거 난리도 아니었는데, 이 정도면 승진도 했겠네...? "


"2호봉 승진했지.. ㅋㅋㅋ"


"진짜 신기하군...
 난 생물학쪽이긴 한데, 나도 너랑 비슷한 연구 해"


"그래?"


"내가 있는 팀은 독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어,
 내 관심사는 당연히 독 내성이고... 

 뭐 지금 연구실 막내라인이라
 언제 내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진 모르겠지만.."



전정국이랑 얘기하면서 잠시 노트북은 덮어뒀다. 이 무식한 아이와 비슷한 관심사를 갖고 있을 줄이야.. 놀랍다 놀라워...



"독내성 연구면,
 니 몸에 생체 실험이라도 하는 거야?ㅋㅋㅋㅋㅋ

 묘하게 어울리네"


"얘가 뭐래니.. 그런 거 아니거든?

 물론 오소리들의 독 내성이 우수하다보니 관심을 갖게 되었긴 하지만, 일반적인 경종들도 약한 독을 자주 먹어서 내성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 해독제를 만들어서 독에 대항할 수 있도록 할 수도 있고...

 여튼 독에 대한 내성에 대한 거라면 무엇이든 관심이 있어."


"너 말야, 나한테 약쟁이이니 약물 남용자니 하더니 결국 너도 비슷한 바닥 사람이잖아??"


"ㅋㅋㅋㅋ 비슷하긴 한데 난 너처럼 독쓰는 사람은 처음 봤다. 
 넌 나한테 약물남용자야..

 여튼 이래저래 비슷한 바닥 사람은 맞는 것 같지만... "


"여튼 재미있었다. 

 너랑나랑 접점이 있군.. 
 무식한 오소리인줄 알았더니, 달라보이는데?"


"ㅋㅋ 누가할 소리, 여튼 1주일 잘 부탁한다. 정.국.씨"


"그래 해주씨.
 뭐 워낙 독립적인 것 같아서 내가 챙겨줄건 별로 없을 것 같긴 하지만...

 나도 1주일 사고 없이, 잘 부탁해"


정국이 다시 손을 내밀었고 우리는 어제보다는 좀더 호의적인 악수를 나눌 수 있었다. 


"어느새 저녁이네... 그나저나 오늘 저녁은 뭐야? 나 요리는 할 줄 몰라서.. 옆에서 구경만 해도 되지?"


"ㅎㅎㅎ그러시던가.. 김치볶음밥이나 해줄까 하는데 괜찮지..?"


"오~~ 좋아... 잘 부탁해~"


녀석의 말투에도 경계심이 한층 풀렸다는게 느껴졌다. 
오소리랑은 어떤 웬수를 진건지 궁금증이 더욱더 몽글몽글 피어올랐지만 뭐 어때, 마음이 급할 필요는 없었다. 1주일이나 같이 있어야하니까 말이다.  천천히 친해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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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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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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