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로잡히다

(30) 지하 창고

photo

사로잡히다 (30) 지하 창고



* 욕설/폭력/납치 트리거 주의



"지민아, 우리 여기 있지 말고, 지하 실험실로 자리 옮기자. 
 자꾸 해단이형 생각나서 안되겠네... 

 그 생각만 나면 맘이 불편하단 말이지..."



중종의 기운을 거둬들인 태형이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서둘러 일어났다. 태형이 고개짓을 하자 수행원이 나에게 오더니 얼굴에 검은 천을 덮어씌웠다. 잠시 태형의 기운에 압도 되었던 나는 이 과정에서 별다른 반항을 할 수가 없었다. 



"미안한데 같이 가줘야겠네? 자, 이쪽으로..."



박지민의 목소리를 끝으로 나의 손에 뭔가 채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어디로 가는 거지...? 박지민은 나를 이끌고 밖으로 나와 차에 올라탔다. 

지하 실험실이란 게 어디 있는 진 모르겠지만 예감이 좋지 않다.. 아 씨발....


너무 늦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차를 올라타면서 나는 주머니에 있던 신호기를 눌렀다. 지금은 위기상황이 맞는 것 같았다. 


.    .    .



한편 정국은 사냥제가 열리는 현장과 멀지 않은 비닐하우스 근처에 각종 송수신기가 달려있는 현장 수사용 지휘본부을 세워놓고 안에서 해주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냥제가 정식으로 시작하는 시간은 9시로 해주는 8시~ 8시 30분 정도면 핵심 인사가 모두 도착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8시 전후로 급습을 위한 신호를 해주가 주기로 했었다.



"정국아, 이제 올 사람 다 왔나봐, 
 더이상 새로 들어가는 사람이 없다는데..?"



입구 근처에 잠복해있는 형사와 무전을 주고 받은 윤기가 말했다. 정국은 초조했다. 해주로부터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약속한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정국은 해주의 옷에 달아놓은 위치추적기를 확인해보았다.



"저기, 윤기형, 해주 위치가 이상해"


"그게 무슨 얘기야?"


"사실은 내가 어제 해주네 집에 갔다가, 
 해주 몰래 옷에 위치추척기와 도청장치를 달아놨거든, 

그런데 지금 해주 위치가 골프 CC가 아닌 것 같아.
다른 곳에 있어. 움직이는 속도가 이동 중인 것 같아. 

이거 위험한 상황 같은데..?"



"너, 지난번에도 밖에서 해주 만났다더니 어제도 만났어? 
 위험하니까 따로 만나지 말랬짆아. 

 아 진짜 전정국 말 존나 안들어...  
 너 이거, 나중에 경위서 써.."



윤기는 정국을 보고는 혀를 쯧쯧찼다. 그렇고는 정국이 내민 위치추적용 지도앱을 자세히 쳐다보았다.



"여긴 또 어디야? 완전 산 속이잖아?"


"형, 여기 사유지로 나오는데? .....소유주가 R&V...?"



 윤기와 정국은 고개를 맞대고 지도앱에 나온 주소의 토지대장을 조회해보고 있었다.



"이정도 거리면 단거리 신호기도 안 울렸을 것 같은데, 
 나 당장 가봐도 될까...? "


"... 혹시 해주요원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건가...?"



둘의 등 뒤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 서장님 안녕하십니까?"



목소리의 주인은 김석진서장이었다. 윤기와 정국은 김석진을 보자마자 바로 거수 경례를 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민윤기가 중앙에 있던 자리에서 비키자 자연스럽게 김석진 서장이 앉았다. 윤기는 재빨리 상황을 브리핑했다. 



"지금 흑해주 요원이 보고했던 골프 CC앞에는 경찰대원들이 잠복 중입니다. 대원들이 보고하기로는 더 들어오는 차가 없어서 이제 핵심 인원까지 들어온 듯하다고 합니다. 

 슬슬 현장에 들어가야하는데 언제 쳐들어 갈지 논의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는게 좋을 것 같아..? 

 우리 지난번에는 핵심 인물들을 놓쳐서 곤란하지 않았나...
 피해자도 생기지 않으면서 핵심인물도 잡을 수 있게 최적의 시기에 들어가야지. 해주에게선 연락 없었고?"


"그게.. 서장님,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해주가 아니,  흑해주요원이 지금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습니다. 
 위치가 현장 밖이에요."



김석진 서장의 질문에 정국이 다급히 대답했고, 곧 이어 민윤기가 덧붙였다.



"골프 CC가 사냥제 장소는 맞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특히 지난번 심문을 통해 알아낸 오소리 모임의 회원들도 상당수 도착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원래 흑해주 요원은 오늘 사냥제에 쓰일 약물을 운반하기로 했다고 들었는데 지금 다른 곳에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해주가 다른 곳에 있다는 게 무슨 얘기야?"



김석진 서장의 질문에 민윤기 팀장이 대답했다.



"저희가 흑해주 요원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놨는데 거기서 2키로쯤 떨어진 곳에 있는 산에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이 곳이 R&V에서 소유하고 있는 산입니다. R&V의 대표는 지난번에..."


"아, 정찬모임 보고서 기억하고 있어. 
 김태형이 대표 이사로 있는 회사..."


"만약, 양쪽으로 병력을 투입하려면 인원 보충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골프 CC도 워낙 넓어서 현장에 인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저희도 골프 CC를 수색할 인원만 데리고 왔구요. 

 R&V소유의 사유지는... 인원이 얼마나 필요할지, 어떤 상황인지 현재로서는 파악이 어렵습니다."



윤기의 다급한 설명에 김석진 서장은 서둘러 상황을 정리했다..



"일단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쪽에 먼저 인력을 보내고 해주 쪽은 가서 상황을 살펴보고 지원요청을 하면 어떻겠나?

 나는 그동안 추가 인력을 요청해두지. 

아직 수색영장이 발부된 건 아니니까 해주가 있는 R&V 사유지에는 몰래 잠입하도록 해. 서장 권한으로 잠입은 허가한다. 

현장 상황은 바로 보고 하고.."


"그럼, 흑해주 요원 쪽에는 제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허가해주십시오!"



정국의 말에 석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민윤기 팀장은 사냥제 현장 팀을 지휘하고, 
 전정국 형사는 흑해주 요원에게 가 보도록 해. 

 내가 이 곳에서 총괄을 맡고 양쪽을 지원할테니 
 각자 출발하도록. "



김서진 서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자 둘은 바로 출동을 위해 지휘 본부를 빠져나왔다.


.    .    .


차는 얼마 안 가서 섰다. 차문이 열리고 누군가 나를 거칠게 끌어내렸다. 내리다가 풀썩 넘어졌는데 누군가 내 뒷덜미를 잡아 일으켰다. 



"아 씨발 뭐야...!!"



소리를 외쳤지만 뒷덜미를 잡아 올린 사람은 조용했다. 앞에서 부스럭 낙엽 밟는 소리가 들렸다.



"흑해주씨..? 

 지금 부터는 말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적어도 목숨이 붙어있으려면 말이야.."



박지민의 목소리가 앞쪽에서 들렸다.



"이거 뭐야? 왜 이러는 건데?"



나는 앞을 향해서 절박하게 외쳤다. 



"그렇게 사냥제에 나가지 그랬어. 
 그럼 여기에 끌려오진 않았을텐데..."



박지민은 나에게 조용히 속삭인 뒤, 누군가에게 명령하듯 말했다. 



"끌고가. "


"놔..! 이거 놓으라고!!!"



끌려가고 싶지 않았던 나는 반항하며 소리쳤다. 

퍽!!

나를 붙드는 팔을 뿌리치고 외현화를 풀어 나를 끌고 가려는 남자를 가격했다. 윽, 남자는 평범한 인간이었던 듯 나에게 맞고 쓰러지는 것 같았다.



"어쭈"



박지민이 이 상황을 흥미로워하는 소리가 들렸다. 
손에 힘을 주었지만, 묶인 손을 풀 수는 없었다. 쓰러진 남자가 부스럭 거리며 낙엽 위에서 일어나더니 달려와 나의 옆구리를 걷어차려고 했다. 시야갸 막혀있었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누군가가 달려오는게 느껴졌다. 그쪽으로 몸을 틀었다. 정국이에게 배운 호신술을 떠올리고는 상대의 발을 잡아 옆으로 비틀었다.



으아아악...!!!



남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예끼치 않은 방향에서 다시 발이 날라왔다. 박지민은 아닌 것 같고, 괴한이 두 명 정도 더 있었던 것 같다. 나름 방어해보려고 했지만, 얼굴을 가린 상태에서는 여러 상대와 제대로 전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헉...!

괴한에게 배를 가격 당하고 바닥으로 쓰려졌다. 우윽... 속이 메슥거렸다. 



"그만.."



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괴한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누군가가 다가오더니 나를 일으켜 세우고는 넘어지는 바람에 몸에 달라 붙은 낙엽들을 털어냈다. 박지민이었다.



"쉽게쉽게 가자 해주야, 운이 더럽게도 없지.. 
 
하필이면 너는 거기서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김태형의 흥미를 끌었냐..."



박지민은 다가온 괴한에게 다시 나를 맡기고는 앞서 걷기 시작했다.


.    .    .


걸은 지 얼마 안 되어서 금방 건조하고 찬바람이 볼을 스쳤다. 창고 안에 들어온 듯 바닥이 낙엽이 굴러가던 흙길에서 차가운 시멘트 바닥으로 바뀌었다. 주변이 어두어졌다는 것을 검은 천사이로 비치던 햇빛이 줄어들어서 알 수 있었다.



"어디까지.. 끌고 가는 거야?"


"거의 다왔어."



박지민의 대답은 여전히 불친절 했다. 건물 안으로 어느정도 들어오자 갑자기 나를 끌고 가던 괴한의 걸음이 멈췄다.

끼이익-

두꺼운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괴한이 이끄는 데로 안으로 들어갔다. 

위이이이잉... 

엘리베이터를 탄 것 같았다. 발바닥 밑으로 얇은 철판 바닥이 느껴졌다. 아마 공사장 같은데서 쓰는 화물용 엘리베이터 인듯 했다.  느낌이 정말로 좋지 않다. 자세가 풀편한 듯 몸을 틀면서 팔꿈치로 안주머니에 있던 신호기를 길게 눌렀다.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누르기로 했던 버튼이 맞는진 모르겠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정국이 신호를 받을 지 못 받을 진 모르겠지만 상황이 정말로 절박해지기 시작했다. 



"들어가서는 수상한 행동은 더이상 하지마..
 내가 봐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박지민이 경고하듯 말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두꺼운 철문이 아니라 일반적인 현관문이나 방문 같이 스무스한 느낌이었다.



"시작하기 전에 잘 도착했군..
 그럼 여기서 슬슬 사냥제 중계나 한번 볼까?"



김태형의 목소리였다.


=======


*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무단 배포 및 복제를 금합니다.


©️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3)


정국 팬이 많이 읽은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