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로잡히다

(31) 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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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로잡히다 (31) 발각




* 욕설/약물/납치 트리거 주의 



정국은 도로변에 차를 세워두고 야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해주의 GPS 신호는 어느순간 끊어졌다. 마지막으로 수신된 지점에서 정국은 망연자실했다. 

터널이나 지하로 내려가면 터지지 않을 수도 있긴 한데... 주변을 계속 살피다 보니 어느새 멀리서 검은 천막으로 둘러 쌓인 건물이 하나 보였다. 

창고 치고는 무척 견고해보이는 건물..... 

건물 위로 삐죽 엘리베이터 타워만 튀어나와있는 것이,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건물 같았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정국이 가까이 다가갔지만, 입구에 시시티비가 보여서 쉽게 들어갈 수가 없었다. ... 어쩐다.. 들어가볼까 말까......



삐이이이익



그때 귀에 꽂고 있떤 수신기가 울렸다. 해주가 보낸 위기신호였다.



"젠장할!!"



신호가 터진 위치를 찾아보니 이 건물이 맞았다. 어떻게 들어갈지 정국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    .    .



"아니, 우리 해주 얼굴에 누가 이런걸 씌웠어?
 그거 머리에 씌운 것 좀 벗겨봐, 

우리 이쁜 해주얼굴 좀 보자."



내 뒤에 있던 괴한은 김태형의 말에 머리에 쓰고 있던 검은 천을 벗겨냈다. 갑작스러운 불빛에 눈이 부셨던 나는 빛에 적응하자 저쪽 소파에 여유롭게 앉아있는 김태형이 보였다. 태형은 비열한 미소를 띄며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다, 다가오지마..!!"



소리를 빽 질렀다. 하지만 김태형은 뭐랄까.. 내가 소리지르는 것에 아무런 타격도 없는 듯 여유있는 표정이었다. 그는 느린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내가 씩씩 거리며 팔의 외현화를 풀어 가격하려고 하자, 재빨리 다가온 괴한 세 명이 내 어께를 잡아 눌렀다. 나는 괴한들의 힘에 의해 시멘트 바닥에 주저앉았다. 



"해주야... 우리 조금만 진정해볼까...?"



김태형은 다가오면서 탁자에 있던 주사기를 하나 꺼냈다. 그러더니 탁, 공기방울이 빠져나오도록 액체가 담겨있는 주사기를 손가락으로 튕겼다. 



"이게.. 너희 아빠가 개발했던 외현화를 막는 약물이지.. 

 내가 이 약물을 반대했던 이유가 뭔지 아나?

 수인들이 이걸 맞으면, 
 기분이 수치스럽다 못해 아주 좆같거든"


"너, 너 뭐하는 거야..??"


"그리고 나는 반대로 외현화된 상태를 풀지 못하도록 하는 약물도 개발했어. 외현화를 막는 약을 개발한 뒤에 이 약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았지.

 한가지 메커니즘을 알아내서, 

 하나는 메커니즘이 강해지도록, 
 하나는 그 메커니즘을 일시적으로 풀리도록 하면 되니까..."



김태형이 다가오자, 내 주변에 있던 괴한들이 내가 몸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잡았다. 나는 팔과 다리의 외현화를 최대한 풀었다. 움직이려고 최대한 힘을 주자 날 붙들고 았던 괴한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듯 들썩 거렸다. 



"이거 안놔..?!!!"



김태형은 그런 나를 아랑곳 하지 않았다.



"ㅎㅎ 우리 해주도 힘이 좋구나... 

 하여간 오소리들, 근력 하나는 인정해...

 거기에 어떤 중종을 만나도 줄어들지 않는 그 사나움과 패기도... 맞닥뜨렸을 때 오소리의 기운이 절제되지 못하고 막 터져나오면, 너희보다 상위 중종인 우리도 가끔은 놀란단 말이야.."


"야!!!!"



김태형이 더 가까이 다가오자 나는 악을 썼다. 김태형의 얼굴에는 표범 특유의 무늬가 드러나며 나를 기운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꾸욱...!


주사바늘이 어께를 찔렀다. 너무 힘을 주고 있으면 주사바늘도 부러지기 마련인데, 특수 바늘인듯, 힘이 잔뜩 들어간 나의 어께 근육을 뚫고 바늘이 들어왔다. 동시에 몸에 힘이 풀려갔다. 아마도 주사기 안에 들어 있던 약은 외현화를 막는 약이었던 것 같다..



"아...씨발..."



몸에 힘이 빠져나가는 이 상황이 너무 찌증스러웠다. 내가 힘이 빠지자 괴한들이 나를 누르던 힘도 약해졌다. 그들은 내가 힘이 빠지자 김태형 옆에 억지로 앉혔다. 



"해단이 형이 개발한 외현화를 막는 약물은 꽤 안정적이었어.
 부작용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그 효과가 풀리게 되어있거든, 

그런데 내가 개발한 외현화를 유지시키는 약에는 큰 문제점이 있었지. 여러번 맞으면 인간화가 안되... 임상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이 졸지에 모두 동물이 되어버린 거야..

자, 오늘 그래서 내가 그 동물들을 어떻게 처리 해왔는지 보자고.. "



"미친 새끼..설마..."



나는 김태형이 정확히 아야기하진 않았지만, 왠지 알 것 같았다. 그의 잔인함에 나는 질릴 것 같아 표정이 일그러졌다. 



"아이고, 우리 해주 화났어요...?
 나에게 그렇게 화내야 좋을 게 없을텐데..."



김태형은 다가와 내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래, 사냥제는 그런 자리야.중종들은 본능을 풀고, 나는 동물이 되어버린 사람들을 처리하지..."



퉤!


나는 화가 나서 김태형 얼굴에 침을 뱉었다.  김태형 옆에 있던 수행원이 재빨리 손수건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는 손수건을 받아서 얼굴을 닦아내고는 수행원들에게 뭔가를 지시했다. 이윽고 수행원은 박스테이프를 꺼냈다.  



"이 나쁜 새끼야..!!! 아악!!"



내가 수행원들의 손길을 피하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자 괴한들이 합세해서 결국 내 입에 테이프를 붙이고야 말았다. 그런 내가 재미있다는 듯 김태형은 앞에서 웃으며 바라봤다.

읍읍..


"왜, 해주야.. 나랑 등지려고..? 
 그냥 나한테 조금만 잘 보여봐.. 그럼 내가 많은 것들을 줄게...

 이젠 우리는 엄청난 회원들을 거느린 모임이라고... 
 오소리만 이 곳에 있는 줄 아는 건 아니겠지? 

 게다가 흑해주 너도 이 모임의 회원이니까, 알만큼 알잖아?"



말을 하던 김태형은 술을 마시려는 듯 소파 옆에 있던  잔에 양주를 쪼르르 따랐다.. 그런데 갑자기 수행원이 김태형에게 다가와 뭔가를 전달했다..



"아, 이 짭새 새끼들...골치 아프네...!"



아무래도 경찰들이 현장을 급습한 모양이었다. 

저 멀리 보이는 화면을 보니 경찰들이 회원들을 연행해가는 것이 보였다. 수많은 CCTV들이 한꺼번에 급습한 경찰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연행되어가는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김태형은 여러 화면을 키웠다 줄였다 하면서 상황을 살피는 것 같았다. 다행인건가.. 내가 따로 신호도 못 보냈는데, 알아서 시간 맞춰 급습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곳은 아무도 찾아주지 않겠지. 모두 골프 CC에 있을 것이다. 사건이 다 수습되어야 내가 없다는 걸 알게 되려나.. 이곳에 남겨진 내가 순간 처량했다.



"어디서 정보가 나간 건지, 아직 파악이 안됐어?? "



수행원에게 김태형이 묻자 수행원은 고개를 저었다.



"일단 경찰들이 여기는 못 찾겠지... 
 우리 사유지이기도 하고.....

 지민아, 너도 차라리 여기 더 있다가 가던지..."



김태형은 서서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박지민에게 물었다. 



"됐어, 이 미친 새끼야, 

 난 여기까지만 할래.
 너가 부탁한 것도 해주를 데리고 오는 거 였잖아.

 난 이제 빠질래."



박지민은 나가려는 것 같았다. 지민의 시선이 나에게 옮겨오자 나도 데리고 가달라는 의미로 절박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김태형은 그런 나를 바라보더니 내 고개를 자신의 쪽으로 돌렸다. 



"안돼, 해주야.. 넌 나랑 가야지.. 
 니가 나를 만난 이상, 너는 날 벗어날 수 없어."



김태형이 나에게 속삭였다. 그 느낌이 너무 싫어서 소름이 팔을 타고 머리끝까지 돋는 것 같았다. 



"김태형, 너 진짜 적당히 해라.
 난 슬슬 지켜보기 힘들어져서...

이만 간다...?"



박지민이 말하자 김태형은 수고~ 라며 인사를 했다.

갑자기 순식간에 까마귀로 외현화한 지민은 푸드덕 날아오르더니 엘리베이터가 있던 곳으로 사라져버렸다. 저렇게 순식간에 완벽한 외현화를 할 수 있는 수인도 있다니, 조금 놀라웠다. 



"우리 지민이 변하는 거 멋있지? 해주야. "



내 옆에 앉은 김태형은 마치 그림을 그리듯 한 손으로 손짓을 해가며 설명했다. 



"지민이는 거의 내 이상향에 가까운 외현화 조절 능력을 가지고 있어.. 녀석은 내 찬사의 대상이지.. 정말 멋지지 않니?

해단이 형과 나는 외현화를 마음대로 조절하는 것이 목표였어. 

타인의 외현화도 조절하고 자신의 외현화까지 완벽하게 조절하는 것, 그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지향점이었지. 

그래서 약물을 개발하는 동안은 정말이지 형이랑 나는, 우리가 같은 이상을 꿈꾸는 사이라고 나는 생각했었어."



김태형은 지민이 사라진 곳을 보며 술을 한모금 마시더니 중얼거리듯 계속 이야기했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어느정도 완성을 하고 약물을 어떻게 사용할 지 이야기 나누다보니, 

우리의 방향성은 완전히 달랐던 거야.. 
형과 나는 우리가 개발한 것을 다른 방법으로 사용하려고 했지.

 그런데 난 하고 싶은 일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거든...? 
 
나를 반대하던 형이 갑자기 자신이 개발한 모든 특허권을 가지고 나간다고 하니까 정말 당황스럽잖아?..어쩔 수가 없었어.

게다가 너를 이렇게 만날 줄이야... 
형과 나의 인연이 아직도 끊어지질 않는 구나 싶어.."



나는 옆에서 말을 하는 그가 너무 역겨웠다. 아빠의 이야기가  궁금했지만, 아빠를 해친 사람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 싶진 않았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그리고 김태형을 어떻게 잡아다 족칠지... 머릿속으로 여러가지 상황들을 계속 떠올려보았다. 

내 옆에 있던 김태형은 나에게 팔짱을 끼더니 자신의 이상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허공에 그림을 그리며 신나게 얘기하던 김태형의 손이 갑자기 멈췄다. 



"어...?너 그런데 주머니 속에 이거 뭐야..?"



김태형의 얼굴이 살짝 굳는게 보였다. 

그리고는 안주머니에 넣어놓은 신호기가 김태형에 의해 꺼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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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작가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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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머릿속에 지진정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