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로잡히다

(39) 사로잡히다 (마지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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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화 (39) 사로잡히다




"해주씨, 저 진짜 가도 되요? 얘 되게 무거운데..."



"제가 어떻게든 끌고 갈께요.. ㅎㅎ 
 엘베 내리면 바로 집 앞인 걸요"



마지막까지 남아서 술을 마신 정국은 말 그대로 떡이 되었다. 윤기는 둘을 택시에 태워 보내려다가 걱정이 되어서 결국 같이 차에 올라탔고 정국이가 계속 정신을 차리지 못하자 결국 엘리베이터까지 같이 왔다.



"형, 나 걸을 수 있쒀어... 얼른 가... 나는 해주랑 가께.."



정국은 해주 얼굴을 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아우 이 미친 놈이... 적당히 마셨어야지...! 
 말할 정신 있으면 다리에 힘 좀 줘봐"


"헤헷... 형 힘이 안들어가... 흐흐흐 미아내"


"한두살 먹은 애새끼도 아니고, 에휴"



정국이 팔을 한 쪽씩 붙든 윤기와 해주가 겨우 집 앞에 도착했다.



"얘 계속 정신 못 차리면 그냥 현관에 재우세요... "


"정 안되면 제가 오소리 힘으로 끌고 들어갈꺼에요... 하하"


"아 맞다... 해주씨도 수인이었지... "



윤기는 해주를 보고 안심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뭐, 저는 그럼 이만 갑니다.."


"넵!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해주는 돌아가는 윤기에게 꾸뻑 인사를 하고는 문을 닫았다.



.    .    .



휴우!

현관에 쓰러져있는 정국이를 보니 약간 한숨이 나왔다. 같이 지낸 이후 회식 때 늘 일찍 빠져나오던 정국이었지만 오늘은 왠지 내가 같이 있다는 생각에 맘 놓고 논 것 같았다.

일단, 정국이의 신발을 벗기고, 내 신발도 벗은 뒤에 살짝 팔만 외현화 해서 우락부락해진 팔로 정국이를 들쳐멨다. 끙차, 워낙 본체가 2미터가 넘는 거대한 뱀이라서인가, 그래도 역시 무겁다. ㅜㅠ 겨우 침대에 눕혔는데 정국이가 허리를 감싸 안았다.



"아, 오소리 냄새... 해주다..힛"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오소리 털끝도 보기 싫다더니 얘도 참 많이도 변했다.



"씻고 올게.."



부드럽게 정국이 이마에 입을 맞추고 일어나려는데, 어라? 얘가 놔주질 않는다.



"어디 가지 말고 옆에 있어. 그냥.."


"내가 가긴 어딜가... 
 이미 내 몸과 마음은 너한테 사로잡혔는 걸... 

 걱정 말고 기다리세요... 
 끌어안을 힘이 있으면 너도 좀 씻던가.."



살짜기 미소 지으며 허리에 매달려 있는 정국이를 내려다보았다. 후하~ 내 허리에 대고 숨을 가득 들이마신 정국이 눈이 번쩍 떠지더니 동공이 세로로 쭉 갈라졌다. 어랍쇼... 너어...? 벗어나려고 하는데 정국이 팔에서 스르륵 비늘이 도미노처럼 일어나더니 뱀으로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이느무 뱀새끼.. 위험한데? ...쓰르륵... 마치 허물을 벗어내듯 옷 틈을 벗어난 정국이가 그대로 내 위로 똬리를 틀며 올라오기 시작했다.



"아, 진짜..."



정국이 무게에 억지로 눕혀진 나는 나를 반짝거리는 눈망울로 쳐다보는 정국이와 눈이 마주쳤다. 뱀에게는 분명 안면근육이 없다는데, 살짝 올라간 입꼬리가 씨익 웃는 것 같았다. 혀를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시는 정국을 보며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안되...! 나 씻고 나서..."


"난 안 씻어도 좋은데..."



콰득...!

정국이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이 능글맞은 코브라의 행동이 더 빨랐다. 진짜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나는 미소 지으며 정국이를 그대로 안았다. 서늘하고 매끄러운 비늘 피부가 술기운에 따듯한 나의 피부와 맞닿았다. 곧 달뜬 숨이 방 안에 가득해졌다.



끝.